던킨도너츠가 웬말인가?

필자는 기자로서 새로 9호선으로 개통된 강동구에 위치한 중앙보훈병원을 찾았다.

국민들의 삶의 질 향상에 맞춰 고급 조경자재를 갖춘 지하철 9호선 병원역은 국가유공자들을 배려한 듯 넉넉해 보인다.

▲ 지하철에서 내리자마자 펼쳐진 실내조경의 식재된 정원식물들은 잘 정리되어 있었다.

널찍한 공간에 싱그러운 정원식물들이 찾는 이들을 훈훈하게 만든다. 거칠고 메마른 도시 공간에 자연이 주는 정서적 안정감이리라. 엘리베이터를 타고 올라서니 한 눈에 중앙보훈병원의 입구가 전개된다.

주변으로 전개된 야산은 푸르름의 자연으로 안겨온다. 과거 천호동과 잠실에서 버스로 환자들을 태워서 병원까지 이동하는 번잡함이 없어져, 병원을 찾는 전우들과 방문객들에게는 더없는 편안함을 갖게 된 것이다.

지하철에서 나오니 새해가 온다고 주변의 모 약국에서는 이곳을 찾는 고객들에게 신년 달력을 선물하기에 분주하다.

▲ 지하철 9호선의 종점으로 중앙보훈병원 2번출구로 나오면 바로 병원이 나온다.

기자는 병원 현관을 들어서자 마자, 아주 큰 대형의 흑백사진을 대하게 된다.

<오랑캐 무찌르고 38선 공격>의 흑백사진이 한눈에 들어온다. 과거 이승만 정권이 추진하던 <북진통일>이 당시의 연장선상 시간대에 머물러있는 것 같다.

▲ 병원 문을 들어서자 대형 흑백의 "무찌르자 오랑캐"의 흑백 대형사진이 압도되어 다가온다.
▲ 병원 문을 들어서자 대형 흑백의 "무찌르자 오랑캐"의 흑백 대형사진이 압도되어 다가온다.

분단에 안주하던 73년의 세월을 접고 현 정부가 "전쟁종식"을 선언하고 평화통일을 추진하는 마당에 왜 이런 사진을 게시하고 있는 것인가 궁금하다. 개인병원의 병원장이 사적으로 이승만의 북진통일을 존경하는 신념을 갖고 있다면 모르겠지만, 분명 이 곳은 대한민국 정부 관할의  보훈처 예하 기관이 아닌가?

기자는 건물안으로 더 들어 섰다. 미국의 다국적기업의 <던킨도너츠>가 입구에 자리를 잡고  입원환자들에게 선물하는 방문객들을 맞이하느라 바쁘다.

▲ 병원의 현관에는 미국의 다국적기업의 한 제과점이 입원환자들과 방문객들을 맞느라고 바쁘다.

참담한 기분이다. 기자는 과거 국방대학교 부설 국방정신교육원에서 육, 해, 공군 정훈장교들을 대상으로 <국방경제>를 강의하면서 민족경제에 주목한 적이 있다.

필자가 강의하던 교재에는 <국군 교육훈련 이념>이라는 첫면을 이렇게 적고 있다. "우리는 대한민국의 자유와 독립을 보전하고 국토를 방위하며 국민의 생명과 재산을 보호하고..."라고.

▲ 기자가 국방대학교에서 강의하던 교재 첫 페이지 <국군 교육 훈련 이념>이다. 이를 기초로 모든 군 교수들은 자신의 강의록을 만들고 교육을 해야 하는 지침서이다.

 결론적으로 "참된 군인은 훌륭한 민주시민이 되는 길임을 깨달아 맡은바 임무를 완수하고 건강한 국군으로서 국토통일과 인류공영에 이바지한다."이다.

이곳 중앙보훈병원의 많은 입원환자들은 국토 통일과 국민의 생명과 국민의 재산을 보호하기 위하여 자신의 젊음을 초개같이 희생하다가 다쳤거나 산화한 그들을 동지로 갖고 있는 환자들이 아닌가?

73년간에 걸쳐서 '동족을 향한 총칼은 아니다' 라는 통찰력과 결단끝에 '더이상 전쟁은 안된다'라는 <전쟁종식>을 선언한 남과 북의 두 지도자에게 지금 국민들은 환희와 찬사를 보내고 있다. 이 얼마나 잘 한 일인가?

전쟁기념관에 가면 <형제의 상>이 있다. 같은 형제가 형은 국군장교로서 동생은 인민군 전사로서 막 총구를 당기려다가 끌어안는 동상이다. 

요즈음 모 해병대 사령관이라는 현직의 장성이 9.19 남북군사합의서를 거부하고 무효화를 촉구하는 선언을 하는 것은 과거의 안보의 학습된 무기력의 우물안에서 얼마나 더 안주하려는 것인가를 묻지 않을 수 없다. 얼마나 더 많은 남과 북의 젊은이들을 죽어야 된다는 말인가? 

아울러 국민의 재산을 보호하여야 하는 우리 국민의 군인에게 우리나라의 제과점도 얼마든지 있는 마당에, 왜 외국의 다국적기업을 들여와서 장사를 하게 하는가?

우리 것을 애용하는 애국정신무장은 실종된 것은 아닌지? <민족애(民族愛) 재무장연구소>라는 단체도 있다.

한국전쟁에서 하반신의 불구로 평생을 성불구자로서 살아온 휠체어로만 이동할 수 있는 장군이 한 사람이 있었다. 그는 평생을 꿈에라도 달리고 싶다고 하여 '주몽(走夢)'의 주몽재활원을 만들었고 지금도 운영되고 있다.

그가 김기인 장군이다. 그는 목숨바쳐 지켜온 조국의 국군과 민중들이 어떻게 남의 나라 제품을 팔아주면서 대한민국 국민이랄 수가 있느냐고 절규하던 분이다. 그는 어설픈 남의 것을 외면하고 고운 우리 것을 먹고 입고 신어야 한다고 주장하던 장군 중의 장군이었다.

국군의 사명에는 분명히 "국민의 생명과 재산을 보호하고"라고 들어있다. 중앙보훈병원장은  국민 재산의 보호차원에서 미국의 <던킨도너츠>를 퇴출시키고 민족기업 제과점을 입점시켜 망국의 외제선호사상을 치유하여 건강한 국가관 및 정신무장을 돈독하게 해야 할 것이다.

차제에 제안한다.

지금 남과 북은 과거의 분단에 안주하던 안보 정권에서 전향하여 평화통일의 물꼬를 열어가고 있다.

문재인 정부의 통찰력과 결단력을 주목해야 한다.

재향군인회와 자유총연맹, 월참개혁연대 등의 단체에서도 남과 북의 두 수뇌의 회담을 열렬히 환영하는 마당에 왜 과거의 주적교육의 안보의 민낯을 드러내는 "무찌르자 오랑캐"의 구호가 그대로 건재 하는지 묻고 싶다.

과거 이승만 정권의 북진통일의 학습의 우물속에 함몰된 일부 몰지각의 일그러진 군상을 편든다면 현실을 보는 병원장의 통찰력에 문제가 있다.

'무찌르자 오랑캐'의 대형 사진을 떼어내고, 백두산 천지에서 두 남북지도자가 맞손을 잡은 사진을 게시할 것을 제안한다.

▲ 당시의 이곳 중앙보훈병원 신문가판대에는 보수편향인 조선일보와 동아일보만 비치되어 있었다. 필자는 신문 판매대의 문제성을 병원당국에 제기하였다. 그리하여 통일지향적인 진보신문 한겨레와 안보지향적인 보수신문 조선일보를 나란히 비치하면 좋겠다고 말했다. 그리하면 중도의 균형 잡힌 시국관을 전우들이 갖게 될 것이라고 건의한 것이다. 그 결과 당시의 <김 엽> 보훈병원장은 건의를 혼쾌히 공감하여 한겨레신문과 조선을 비치하였다. 현재 접수대와 진찰을 받기 전에 대기하는 환자들이 진보와 보수신문을 동시에 볼 수 있게 된 것이다. 이는 군인들이 과거의 편향 된 안보의식에서 벗어나 남북이 화이부동하는 계기가 될 것임을 확신한다. '두 눈뜨기'의 개발자로서 균형의 리더십을 현 병원장에게도 제안한다.

아울러 제안한다.

필자는 과거 2006년도에 보수신문만을 비치하던 병원 복도의 신문가판대에 문제가 있다고 문제제기를 하였었다.

필자는 보-혁신문을 함께 보다보면 입장이 다른 전우를 '틀리다'가 아닌 '다르다'고 보게 된다는 인식변화 차원에서 국방대학교 교수학술논문에 발표하여 주목을 받았다. 병원장의 열린 리더십을 다시금 제안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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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편집 : 허익배 객원편집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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