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도 죄인

             김형효

이 나라에서는 자주 죄인이 된다.
이 나라에서는 자주 거리에 나가야 한다.
이 나라에서는 자주 소리쳐 외쳐야 한다.
사람이 사는 이 나라에서는 죽음이 멈추지 않고
사람이 먼저인 이 나라에서는 주검을 자꾸 보게 되고
사람이 행복한 이 나라에서는 구호만 넘쳐난다.
나는 오늘도 거리로 나가지 못했고
나는 오늘도 소리쳐 외치지 못했고
나는 오늘 그래서 죄인이 되어버렸다.
집에서 직장에서 거리에서 나는 죄인이다.
사람들이 모여드는 곳
사람들이 손잡은 곳
사람들이 촛불을 밝혀든 그곳에 내가 없다.
나는 오늘도 갇혀 울고 있다.

 

 

 

 

 

 

 

[편집자 주]  김형효 시인은 1997년 김규동 시인 추천 시집 <사람의 사막에서>로 문단에 나왔다  <사막에서 사랑을> 외 3권의 시집을 냈다. 산문집 <히말라야, 안나푸르나를 걷다>, 한·러 번역시집<어느 겨울밤 이야기>, 2011년 네팔어, 한국어, 영어로 네팔 어린이를 위한 동화 <무나 마단의 하늘(네팔 옥스포드 국제출판사)>외 2권의 동화도 출간했다. 네팔어 시집 <하늘에 있는 바다의 노래(뿌디뿌란 출판사>도 출간했으며 현재 한국작가회의, 민족작가연합 회원이다.

 

편집, 사진 : 양성숙 편집위원, 심창식 편집위원

김형효 시민통신원  Kimhj00000@hanmail.net

한겨레신문 주주 되기
한겨레:온 필진 되기
한겨레:온에 기사 올리는 요령

저작권자 © 한겨레:온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