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월 24일은 크리스마스 이브이다.

태어 날 때부터 신앙의 자유를 누리는 대한민국의 사람들은 이날을 희망과 꿈의 크리스마스 명절로 아기예수의 탄생을 기린다.

남녀노소 할 것 없이 크리스마스의 축복을 기리고 아이들은 산타할아버지의 기적을 손꼽아 기다린다.

과연 우리 한반도의 북한도 크리스마스를 기념할까?
김일성의 외가가 기독교인이었다는 것은 이미 세상의 비밀이 아니다. 사람들은 북한에도 교회가 있고 성당이 있으므로 신앙의 자유도 있을 것이고 때문에 당연히 북한도 크리스마스를 기념할 것이라고 생각한다.

그러나 내가 태어난 땅, 내가 자란 땅 북한에서는 크리스마스의 축복이 아닌 12월 24일 충성의 노래가 울린다.

크리스마스 캐럴송도, 산타할아버지의 선물도 아닌 북한에서 '혁명의 어머니' 지칭한 '김정숙'에 대한 개인 숭배 노래가 울린다.

12월 24일은 북한의 김일성의 정부인이자 김정일의 생모 김정숙의 탄생일이다.

세계가 기념하는 크리스마스를, 오직 북한에서 지칭하는 '혁명의 어머니 김정숙 어머님의 탄생일' 그 외에 몰랐다고 하면 사람들은 정말 깜짝 놀랄 것이다. 그러나 나만이 아닌 모든 북한의 주민들은 크리스마스를 모른다.

처음 한국에 입국하여 크리스마스를 기념한다고 할 때 깜짝 놀랐다. 12월 24일을 혁명의 어머님의 탄생일이라고만 배워온 나로서는 누가 감히 어머님의 탄생일에......

북한에서 12월 24일 기념하는 경축무대 공연에는 많은 제한이 따른다. 키가 작으면 안되고 악기를 못하면 참가 할 수 없고 반드시 김정숙의 탄생과 생애에 대한 내용의 주제들만을 가지고 참가하여야 한다.

한국에 와서 처음으로 본 크리스마스 음악회는 지금껏 혁명사상이라는 정해진 틀에서 살던 나의 상상을 뒤집어놓은 멋진 음악회였다. 그리고 내가 태어나 처음으로 본 아름답고 자유로운 명절이었다.

정말 많은 사람들이 누구의 강요가 아닌 자신의 마음이 가르키는 대로 즐기는 명절, 그 누군가에 의해 정해준 노래가 아닌 자신의 마음에서 우러나오는 노래로 서로 다른 사람들이 그렇게 마음을 맞춰 부르는 멋지고 감동적인 하모니는 처음 보았다.

그 멋진 하모니를 10년이 되어오는 지금까지도 생생히 기억하고 있다. 물론 남한도 북한도 12월 24일을 기념하는 프로젝트를 각각의 나름대로 만든다. 그러나 자유와 혁명이라는 서로 다른 이념 속에 맞이하는 12월24일은 또 다른 의미로 기념한다.

나는 가끔 생각한다. 남한과 북한도 한민족인데 왜 맞이하는 12월 24일은 이렇게 다를까? 남과 북의 모든 국민들이 함께 자유로이 크리스마스의 이브를 즐길 날이 온다면 얼마나 좋을까?

그리고 나의 딸이 즐기고 기다리는 크리스마스선물을 북한의 나의 조카들과 친척들이 함께 즐길 수가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를 상상해본다.

 

편집 : 객원편집위원 김혜성, 심창식 편집위원

김혜성 객원편집위원  cherljuk13@nat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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