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죽나무 이야기(2)

이호균 주주통신원l승인2019.01.04l수정2019.01.04 15: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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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죽나무’는 어떻게 생긴 나무인가?

▲ 삼척 죽서로에서 만난 참죽나무 나목

참죽나무는 높이 20m 정도로 자라는 낙엽 교목이다. 나무껍질은 암갈색을 띠며 오래되면 세로로 얇게 갈라져 벗겨진다. 겨울눈은 길이 6~8mm의 광난형이며 끝이 뾰족하다. 잎은 어긋나며 10~22개의 작은 잎이 마주 달리는 깃꼴겹잎이다. 작은 잎은 길이 8~15cm의 피침형 내지 장타원형이며, 끝이 길게 뾰족하고 가장자리에는 얕은 톱니가 성글게 있는데 드물게는 밋밋하다. 뒷면은 잎맥 위와 겨드랑이에 갈색 털이 있다. 꽃은 6월경에 암수한그루 암수딴꽃으로 가지 끝에 아래로 처지는 원추꽃차례에 무리 지어 흰색으로 피는데 향기가 있다. 꽃대의 길이는 40cm에서 1m에 달한다. 꽃 길이는 3.5~4.5mm이며, 꽃받침열편과 꽃잎은 각각 5개다. 꽃잎은 길이 2.8~4.2mm의 삼각상 난형이며 꽃받침열편보다 길다. 실 모양의 헛수술은 1~5개이다. 수꽃의 수술대는 길이가 1.3~1.8mm, 암꽃의 수술대는 길이 1~1.5mm이다. 암꽃의 화반은 황색이며 자방은 지름 1.6~2.3mm이고 털이 없다. 암술대는 길이 0.5~0.8mm, 수꽃의 암술대는 1.1~1.5mm이다. 열매는 삭과(蒴果)로 10~11월에 익는데 길이 1.5~3cm의 도란상 원형이며 5갈래로 갈라진다. 씨는 타원형으로 길이 0.8-1.6cm, 지름 1.7-4mm로 한쪽 끝에 날개가 달려 있다.

▲ 여러 개의 작은 잎으로 이루어진 참죽나무의 깃꼴겹잎
▲ 많은 암꽃과 수꽃이 함께 처져 달리는 참죽나무의 원추꽃차례

추천명을 왜 ‘참중나무’로 하지 않고 ‘참죽나무’로 했을까?
산림청 국가표준식물목록에서 추천명으로 하고 있는 국명 ‘참죽나무’는 정태현, 도봉섭, 심학진의 <조선식물명집-초본편(朝鮮植物名集-草本篇)>(1949)에 의한 것이다. 이 국명은 일제강점기에 우리나라 초기 식물분류학자 정태현, 도봉섭, 이덕봉, 이휘재 등이 최초로 분류학적 체제에 의해 식물의 표준명을 정하고 정리한 식물도감 <조선식물향명집(朝鮮植物鄕名集)>(1937)에 등재된 ‘참중나무’에 기원한다. 그런데 왜 추천명을 ‘참중나무’로 하지 않고 ‘참죽나무’로 했을까? 알다시피 ‘참중나무’는 ‘참죽나무’에서 ‘참죽’의 끝소리 ‘ㄱ’이 ‘나무’의 첫소리 ‘ㄴ’에 동화되어 'ㆁ[ŋ]'으로 변한 것을 소리 나는 대로 적은 것이다. ‘참중나무’가 표음적 표기라면 ‘참죽나무’는 그 어원을 밝혀 적은 현대와 같은 표의적 표기법에 충실한 국명이라 하겠다. 그러나 우리 식물명에는 소리대로 적은 이름이 추천명으로 굳어진 경우도 종종 있다. ‘전나무’가 좋은 예이다. 새순이나 열매에 상처가 나면 ‘젓’과 비슷한 나무진, 즉 수지(樹脂)가 나온다고 하여 '젓나모'라고 한 것이 '전나무’로 변한 것이다. 그래서 국립국어원 <표준국어대사전>에서는 소리대로 적은 ‘전나무’도 표준어로 인정한다. 우리나라 대다수의 언중(言衆)이 그렇게 쓰면 그것이 생명력을 얻게 되기 때문이다.

▲ 확대한 참죽나무의 암꽃과 수꽃

‘참죽나무’라는 국명은 어디서 왔을까?
그렇다면 ‘참죽나무’라는 국명은 어디서 유래한 것일까? 주지하다시피 참죽나무는 우리나라 고유 수종이 아니다. 문헌기록에 의하면 신라 때 불교의 전래와 함께 중국 스님들의 사찰음식을 본받기 위해 참죽나무를 가져다 심었던 것이 민가에 전파되었을 것이라는 설이 있는가 하면 고려 말엽 중국으로부터 도입되었을 것이라는 설도 있다(The Free Dictionary By Farlex 참고). 그렇다면 오늘날 중국에서는 참죽나무를 어떻게 쓰고 부를까? 웹사이트 중국식물지(Flora of China)에서 국제적으로 통용하는 참죽나무의 학명 “Toona sinensis”로 검색해 보았더니 ‘香椿, [xiang chun]’이라고 통칭하고, 지역에 따라 ‘椿’이라고도 부른단다. 아마도 이 중국명과 함께 참죽나무가 우리나라에 도입되었을 것으로 추정된다.

▲ 참죽나무의 삭과 열매

‘참죽나무’에 대한 우리나라 고문헌 기록은?
중국에서 참죽나무를 지칭하는 ‘香椿(향춘), 椿(춘)’을 우리나라 옛 문헌에서는 어떻게 쓰고 읽었을까? 조선조 중종 12년에 최세진(崔世珍)이 편찬한 중국본토자음용(中國本土字音用) 운서(韻書)인 <사성통해(四聲通解)>(1517)에는 춘(椿)을 '튱나모'라 했다. 한편 16세기 이후에 나온 것으로 추정되는 작자 미상의 한자 입문서 <類合(上)>에서는 ‘츈나모 츈(椿)’이라고 하였다. 이로 미루어 보아 16세기까지 참죽나무를 뜻하는 ‘춘(椿)’은 ‘튱나모’ 또는 ‘츈나모’로 불렀을 것이다. 그런데 '튱나모'는 당시 일반화된 표음적 표기법에 따라 ‘튝나모’를 소리 나는 대로 표기한 것이다. '튱나모'를 현대의 표의적 표기법으로 추정해 보면 ‘튝나모>츅나모>축나무∽죽나무’와 같이 통시적 변천과정을 거쳤을 것이다. 그러므로 참죽나무의 어근(Root)인 ‘죽’은 한자 ‘춘(椿)’에서 기원한 것으로 추단된다. 이와 같이 중국명 ‘춘(椿)’과 함께 들여온 이 나무의 국명은 조선조 16세기까지만 해도 ‘튱나모’와 ‘츈나모’가 함께 쓰였다. 그 중 ‘튱나모’는 후대로 내려오면서 ‘축나무’와 ‘죽나무’가 혼용되다가 오늘날은 ‘죽나무’로 일반화되었을 것으로 추정된다.

▲ 세로로 불규칙하게 벗겨지는 참죽나무 고목

왜 ‘죽나무’에 접사 ‘참-’을 덧붙여 ‘참죽나무’라 했을까?
그런데 왜 그냥 ‘죽나무’라 하지 않고 굳이 ‘참-’을 덧붙인 ‘참죽나무’를 추천명으로 했을까? 중국으로부터 참죽나무보다 늦게 도입된 ‘가죽나무’ 때문이다. 얼핏 잎 모양만 보면 참죽나무나 가죽나무는 같아 보인다. 지금도 경상도 지역에서는 참죽나무도 가죽나무라고 부른다고 한다. 우리나라에 도입된 당시엔 아마도 참죽나무나 가죽나무를 같이 그냥 ‘죽나무’라는 이름 하나로 불렀을 것이다. 그러나 꽃이 피고 열매가 맺는 것을 살펴보니 서로 다른 나무라는 것을 인지하고 서로 구별할 필요가 생겼을 것이다. 그리하여 ‘진짜’의 뜻을 더하는 접사 ‘참-’을 덧붙여 참죽나무라 하고, 이와 다른 것을 ‘가짜, 거짓’의 뜻을 더하는 한자 ‘가(假)’를 덧붙여 가죽나무라고 명명하였을 것으로 추정된다.

‘가죽나무’는 참죽나무와 어떻게 다를까?

▲ 서울과학기술대에서 만난 열매 달린 가죽나무

내친 김에 가죽나무는 참죽나무와 형태적으로 어떻게 다른지 좀 더 자세히 알아보자. 알다시피 둘 다 우리나라 고유종이 아니라 원산지 중국에서 도입된 나무이다. 참죽나무는 주로 인가 근처 울타리에 심어 이웃집과 경계를 삼은 반면 가죽나무는 다른 나무가 잘 자라지 못하는 도시 근처 도로가나 절개지, 빈터, 교란지, 제방 등 척박한 땅에서도 잘 자란다. 둘 다 높이 20~25m, 지름 1m 정도로 자라는 낙엽 활엽 교목이다. 참죽나무는 늙으면 수피가 세로로 불규칙하게 벗겨져 붉은색 속껍질이 드러나는데 어린 가죽나무 껍질은 회갈색이다가 늙으면 흑갈색으로 변하며 비늘처럼 얕고 길게 세로로 갈라져 일어난다. 잎은 둘 다 모양이 비슷한 작은 잎 여러 장이 깃꼴로 마주 달리는 겹잎이다. 그런데 식물을 좀 안다는 사람도 잎만 보고서는 둘의 차이를 간파하기가 쉽지 않다. 가죽나무는 작은 잎의 기부에 선점(腺點)이 있어서 다소 역한 냄새를 낸다. 그런데 이 선점이 육안으로는 잘 보이지 않아 루페로 봐야 보인다. 그냥 쉽게 작은 잎 하나를 따서 문질러 보고 다소 역한 냄새가 나면 참죽이 아니라 가죽나무로 봐도 틀림없다. 물론 꽃과 열매를 보면 둘의 차이를 금세 알 수 있다. 암수딴그루인 가죽나무는 가지 끝에서 나온 원추꽃차례에 녹백색의 많은 꽃이 모여 달려 위쪽을 향하여 핀다. 이와 달리 참죽나무는 암수한그루이며 가지 끝에서 나온 원추꽃차례에 흰색의 암꽃과 수꽃이 함께 달려 피는데 아래쪽으로 드리워진다.

▲ 아래쪽에 선점이 있는 작은 잎 여러 개로 이루어진 가죽나무의 깃꼴겹잎

‘가죽나무’의 계통과 중국명은?
계통학적으로 둘 다 무환자나무목(無患者-目, Sapindales)에 해당하지만 과(科)가 다르다. 참죽나무는 무환자나무과(Sapindaceae)에 해당하나 가죽나무는 소태나무과(Simaroubaceae)에 속한다. 사람으로 치면 할아버지뻘은 같을지라도 아버지뻘은 서로 다르다. 둘 다 우리나라 고유 수종이 아니라 중국에서 들여온 귀화종이다. 웹사이트 중국식물지에서 가죽나무 학명 “Ailanthus altissima (Mill.) Swingle”으로 검색해 보면 본초강목(本草綱目)에 나오는 ‘취춘(臭椿, chou chun)’이란 명칭으로 통칭하고, 옛 이름을 ‘저(樗)’라고 한다고 나온다. 즉 참죽나무를 ‘香椿’ 또는 ‘椿’이라고 한 것과는 달리 가죽나무는 ‘臭椿’ 또는 ‘樗’라고 하였다. 중국에서는 외부 형태의 특성보다는 나무에서 나는 독특한 냄새에 초점을 맞춘 명명이라 하겠다. 실제 참죽나무는 독특한 향이 있어서 봄철 새순을 데쳐서 나물로 만들어 먹을 수 있다. 그러나 가죽나무는 잎에서 역한 냄새가 나서 나물로는 먹을 수 없다.

▲ 올림픽공원에서 만난 가죽나무의 나목

가죽나무’의 고문헌 기록과 향명은?
우리나라 중세의 문헌 <훈몽자회(訓蒙字會)>에서는 가죽나무를 ‘개듁나모 뎌(樗)’라 하고, <역어류해(譯語類解)>에서는 ‘개듕나모’, 한자로 ‘취춘수(臭椿樹)’라 하였다. ‘개듕나모’는 ‘개듁나모’를 소리대로 적은 것이므로 본질적으로 같은 이름이다. ‘듁나모’에 ‘흡사하지만 다른’의 뜻을 더하는 접두사 ‘개-’를 덧붙인 이름이다. 오늘날에는 ‘가죽나무’를 지방에 따라 ‘가중나무, 까중나무, 개죽나무, 깨죽나무’ 등으로 달리 부르고 있지만 이들 또한 중세의 명칭 ‘개듁나모’에서 기원한다. 한편 혹자는 가죽나무를 ‘가승목(假僧木)’이라 한다는 설이 있다. 한자를 좀 안다는 사람이 지어낸 민간어원(民間語源)이다. 참죽나무를 줄여 ‘참중’이라 하지 않고 ‘참죽’이라 하며, 가죽나무를 줄여 ‘가중’이라 하지 않고 ‘가죽’이라고 하는 것으로 보아도 ‘중[僧]’과는 무관하다.

▲ 원추꽃차례에 녹백색의 많은 꽃이 달린 가죽나무 암그루
▲ 참죽나무와 꽃 모양이 전혀 다른 확대한 가죽나무 꽃

‘참죽나무’를 지방에 따라 어떻게 부를까?
참죽나무는 지역에 따라 여러 가지 향명(鄕名)이 있다. <조선식물향명집>(1937)에서는 표준명인 ‘참중나무’와 함께 향명(鄕名)으로 ‘충나무’를 들고 있다. 이것은 통시적으로 ‘튱나모>츙나모>충나무’와 같은 변천과정을 거쳐 생긴 명칭인데 ‘축나무’의 표음적 표기이다. 정태현의 <조선삼림식물도설>(1942)에서는 참죽나무를 ‘쭉나무’라고 했는데 이 또한 ‘죽나무’의 첫소리가 경음화한 명칭이다. 전라도 지방에서는 지금도 ‘쭝나무’라고 하는데 이것도 ‘쭉나무’를 소리대로 표기한 이름이다. 충정도에서는 ‘죽순나무’라고 부르는데 나물로 먹을 수 있는 참죽나무 새순에 초점을 맞춘 이름이다. 이밖에 참죽나무를 줄여서 그냥 ‘참죽’이라고도 부른다. 한편 절에서 승려들이 이 나무의 순을 나물로 먹었다는 데서 참죽나무를 ‘진승목(眞僧木)’이라고 한다는 설이 있다. 그러나 ‘가승목(假僧木)’과 마찬가지로 한자를 좀 안다는 사람이 소리대로 적은 ‘참중나무’를 한자로 옮겨 적은 민간어원으로 속설에 불과하다.

‘참죽나무’ 학명과 외국명은?
참죽나무의 학명을 프랑스 식물학자 Adrien-Henri de Jussieu(1797-1853)는 목재의 향기가 ‘Cedar’와 비슷한 데서 1830년 “Cedrela sinensis A. Jussieu”라고 명명하였다. 그 후 독일의 식물학자 Max Joseph Roemer(1791-1849)는 1846년 참죽나무를 마호가니(Mahogany)라는 홍목류에 속하는 나무인 ‘Toona’ 속으로 보고 속명 ‘Cedar’을 변경하여 “Toona sinensis (A. Jussieu) M. Roemer”로 이명 처리하였다. 오늘날 식물분류학계에서는 이 학명이 널리 지지를 받고 있다. 종소명 ‘sinensis’는 '중국의'라는 뜻으로 기준표본의 원산지를 밝힌 것이다. 중국에서는 향춘(香椿, xiang chun)이라는 이름으로 통용되는데 지역에 따라 춘(椿), 향춘수(香椿樹), 춘양수(春陽樹), 향저목(香樗木) 등으로 부르기도 한다. 일본에서는 중국명 ‘香椿’을 그대로 원용하여 ‘チャンチン[치안틴]’이라고 한다. 영명은 ‘Chinese Mahogany, Chinese Toon, Red Toon’ 등으로 부른다.

기해년 새해를 맞으며
금강산에 가보고 싶다.
묘향산에도 가보고 싶다.
장백산이 아닌 백두산에도 가보고 싶다.
섬 아닌 섬나라 남쪽 바깥으로 가고 싶을 때 걸어가고 싶다.  
한라에서 백두까지 우리 땅에 나고 자라는 생물을 만나보고 싶다.
춘수(椿壽)하고 싶진 않지만 평화의 문이 활짝 열리는 그날이 왔으면, 내 생전에.

편집 : 박효삼 편집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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