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가짜뉴스를 경계한다

한국사회는 바야흐로 가짜뉴스 전성시대이다. 사회관계누리망(SNS)을 통해 매일 가짜뉴스가 생산되고 널리 퍼진다. 정치를 프레임 전쟁으로 볼수록 그 상태는 심각하다. 어떤 현상을 논쟁으로 쟁점화하여 프레임을 선점하는가는 그들에겐 초미의 관심사인 듯하다. 지난 해 12월 28일 자유한국당 홍준표 전 대표는 TV홍카콜라에서 문재인 대통령이 연차를 내고 휴가 간 사실을 비판했다. 그러면서 가짜뉴스 하나를 만들어서 퍼뜨렸다. 바로 지난 해 8월 여름휴가 기간 동안 문 대통령이 한가하게 '바둑소설'을 읽고 있다며 이를 비판한 것이다. 홍 전 대표가 말한 '바둑소설'은 김성동 작가의 『국수(國手)』를 지칭한다.

▲ 2018년 8월 2일 문재인 대통령이 계룡대 여름 휴가기간 김성동 작가의 <국수> 제2권을 읽고 있다. 오늘날 `국수`는   바둑이나 장기를 잘 두는 사람을 가리킨다. 그러나 예전엔 글씨나 소리를 잘하는 사람, 무예와 예술이 뛰어난 인물들에 대해 서민들이 붙여준 호칭이다. 소설<국수>는 바둑소설이 아니라 역사소설이다. (사진출처 : 청와대 제공)

그러나 김성동의 『국수(國手)』는 '바둑소설'이 아니다. 한국근대사를 시대배경으로 하는 역사소설이다. 지난 해 8월에 나온 1부(노을 편) 5권은 1880년대 초 임오군란에서 동학농민혁명이 발발하기 직전까지를 다루고 있다. 1991년 문화일보 연재를 시작으로 1994년 4권으로 출간된 적이 있다. 이후 수정 보완하여 27년 만에 5권으로 완간한 것이다. 출간되자마자 문단과 학계의 주목을 받은 것은 다른 역사소설과 달리 130년 전 당대 지배계층과 피지배계층이 썼던 언어를 되살려 복원해 놓았다는 점이다. 특히 일제 식민지 시절 왜놈들에 의해 압살되고 사라진 아름다운 우리말을 온전히 복원해 놓는 장쾌한 업적을 남겼다는 사실이다. 게다가 아름다운 우리말이 왜말로 변질된 것조차 여러 종류 밝혀냈다는 점에서 단순히 역사소설로만 읽히고 끝낼 작품이 아니다.

김성동 작가의 『국수(國手)』가 봉건시대 지배계급의 모순에 정면으로 맞선 당대 민중들의 투쟁을 형상화한 것은 조정래의 『아리랑』이나 박경리의 『토지』, 홍명희의 『임꺽정』과 마찬가지이다. 그러나 조정래의 『아리랑』이나 박경리의 『토지』, 홍명희의 『임꺽정』은 오늘날의 언어(표준어)로 당대의 모순과 민중들의 삶을 묘사했다. 반면에 김성동의 『국수(國手)』는 그 시대 지배계급인 양반의 언어로, 그리고 중인계급의 언어로, 그리고 당대 평민과 천민계급의 언어로 그 시대 생활풍속사를 묘사했다는 점에서 특기할 만하다. 따라서 전혀 '바둑소설'이 아님에도 홍 전 대표는 한가한 '바둑소설'이나 읽는 한심한(?) 대통령이라는 뉘앙스를 연출했던 것이다.

정치를 프레임 전쟁으로만 보는 현실적이고 협소한 시각을 탓할 생각은 없다. 다만 사실이 아닌 것을 사실인 양 널리 퍼뜨리는 일은 최소한 삼갈 일이다. 홍 전 대표는 자신의 페이스북에서 현재 언론을 믿을 수 없고 편향성이 짙다고 밝힌 적이 있다. 그래서 사실에 기초하여 국민과 소통하는 유튜브 TV홍카콜라를 만든다고 취지를 밝혔다. 따라서 가짜뉴스를 퍼뜨림으로써 대중의 판단을 흐리게 하는 것은 정치인이 취할 정도는 아니다. 정도가 아닐 뿐만 아니라 세대 간 사회갈등을 더욱 증폭시킬 뿐이다. 이는 고스란히 현 세대와 다음 세대가 치러야 할 사회적 비용으로 남게 된다. 『국수(國手)』에 소개되듯이 진정한 목대잡이(지도자)라면 편을 가르고 분열을 통해 특정집단의 이익을 취하지 않는다. 뭇 생명들과 더불어 상생하며 평화롭게 다함께 잘 사는 대동사회를 지향할 것이다.

요컨대 사실이 아닌 가짜뉴스는 민주주의의 적이다. 표현의 자유를 남용하여 가짜뉴스를 만들어 퍼뜨리는 것은 공익을 해치고 사회정의에 위배된다. 더구나 가짜뉴스를 통해 대중의 지성을 마비시키고 판단을 흐리게 하는 것은 목대잡이, 바로 지도자가 취할 자세는 더더욱 아니다. 부디 TV홍카콜라가 진보-보수라는 이념의 낡은 틀을 떠나 대안언론으로 귀감이 되고 모든 시민으로부터 사랑받는 유튜브로 거듭나길 기대한다. 무엇보다 각고의 노력 끝에 되살린 아름다운 우리말 창고의 보물! 『국수(國手)』를 읽어보길 권한다.

편집 : 박효삼 편집위원

하성환 주주통신원  hsh703@cho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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