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만이야기 69] 知足常樂(지족상락)

김동호 편집위원l승인2019.01.11l수정2019.03.05 20: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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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족상락’, 익숙하지 않은 글자지요? 가만히 보고 있노라면 알 듯합니다. 한국에서는 자주 사용하지 않는 한자성어인데 대만에서는 참으로 많이 사용합니다. 한동안 아침문안 글귀로 매일 쏟아졌지요.

知足은 ‘만족함을 알다’는 의미입니다. 한국에서는 편안한 마음으로 제 분수를 지키며 만족을 안다는 의미로 안분지족(安分知足)을 많이 사용합니다. 또한 가난해도 도를 즐긴다는 안빈낙도(安貧樂道)도 많이 들어보셨지요.

常樂은 항상 즐겁다는 뜻입니다. 따라서 ‘지족상락’은 ‘만족함을 알고 탐심을 내지 않으면, 언제나 즐겁고 행복하다’라는 의미로 사용합니다.

선인들은 많은 경험과 수행을 통해 물질에서 구하는 욕망은 끝이 없음을 깨달았습니다. 오히려 영광은 짧고 후회와 상처만 길게 남는다는 사실을 알았지요. 그래서 추구한 것이 정신적인 만족과 행복감입니다. 삶이 힘들 때 현실에 감사하고 만족한다면 큰 위로가 되고, 하루하루가 즐겁지요.

최근에 대만의 어떤 이가 매사 만족스럽고 행복하면 개인이나 국가가 어떻게 발전할 수 있느냐며, 대만이 아시아 4마리 용중에서 가장 뒤처진 원흉으로 이 ‘知足常樂’을 언급하면서 아침에 들어오던 문안에서 쏙 빠졌습니다.

그러거나 말거나 정신과 육체의 조화는 꼭 필요합니다. 아무리 건강한 사람도 정신이 피폐해지면 큰 재앙입니다. 몸이 불편해도 정신이 맑고 행복한 사람은 누구에게나 기쁨이지요.

1985년 여름, 한국에 들어와 대학원 입학허가서로 복수 여권을 만들고 개학에 맞춰서 다시 대만에 들어갔습니다. 난방이 안 되는 겨울의 추위를 혹독하게 치렀기에 전기장판, 밍크이불 등 거의 이삿짐 수준으로 짐을 끌고 동해대학교로 갔습니다. 대학원 등록을 하고 열쇠를 받아 기숙사로 들어갔지요.

문을 여는 순간,,,,,

아~~~, 쓰레기장!!!!! 순간 눈앞이 뿌예집니다.

세 사람이 사용할 수 있는 낡은 침대와 옷장, 책상과 의자들이 한쪽으로 어지럽게 몰려있고, 여기저기 크고 작은 음료수 페트병들이 가구위에 즐비하고, 바닥에는 쓰레기들이 나뒹굴고,,,,

가슴속이 울컥해졌습니다. 돈이 더 들더라도 외부에서 하숙을 해야 했는데,,, 이미 6개월 치 기숙사 비용을 지급한 상태고, 교무처에 가서 환불할 만큼 말을 잘하는 것도 아니고, 아는 사람 하나 없는데 하숙은 누구의 도움으로?

결론은 목이 메어도 이곳에서 살아야만 했습니다. 당시 1980년대, 대부분 남자들은 보헤미안 랩소디에 나오는 프레디 머큐리의 러닝셔츠를 꼭 챙겨 입었지요. 속옷이라는 이미지가 강해서 속옷이 아닌 듯 보이게 연한 푸른색을 즐겨 입었습니다.

퀴퀴하고 쓰레기장 같은 곳에 들어가 입고 있던 러닝셔츠를 벗어 걸레 삼고, 모든 문을 활짝 연 다음 쓸고 닦기 시작했습니다.

쓰레기 집하장이 다행스럽게도 기숙사에서 멀지 않았습니다. 나중에 안 사실은, 이 방은 낮은 층이라 사람들이 사용을 꺼리고, 여름방학 시작하면서 학생들이 짐을 가져다 두고 보관하는 창고로 사용했다고 하더군요.

바닥, 창, 가구를 물걸레로 여러 번 닦았습니다. 덕분에 나의 셔츠는 그 이후로 걸레로 생을 마감했지요. 가구가 다들 비슷하게 낡았지만 마음에 드는 책상, 책장, 침대를 골라 배치를 마쳤습니다. 어느새 오후가 다 가고 어둠이 내릴 때, 여자 기숙사에 계신 한국인 선배가 노크하더군요. 교무처에서 한국인 학생이 기숙사에 온다는 정보를 듣고 찾아와 주었습니다. 신입 유학생 저녁 초대가 있다고 저녁 시간에 다시 오겠다고 하더군요.

조금은 삐걱거리는 침대 위에 가지고 온 밍크 이불, 전기장판 등을 두툼하게 깔고 얇은 패드를 위에 깔고 누웠더니 나름 괜찮습니다. 밤 되어 촉수 낮은 형광 등불 아래 바라보니 새집이나 낡은 집이나 오십보백보라는 생각도 들고요.

여자 선배의 인도로 저녁을 먹고 들어와 없는 살림이지만 정리를 하고 보니 처음의 그 먹먹함은 사라졌습니다. 긴장과 장거리 이동의 피곤함, 열심히 쓸고 닦느라 오후 한나절 정신없이 보내고 노곤한 몸을 뉘었습니다.

▲ 文理大道                사진 : 위키피디아

꿈결에 새소리가 들리는 것 같습니다. 또한 밝고 따뜻한 기운이 나를 어루만지는 느낌에 빠져들어 천천히 의식을 되살려보지만 몽롱합니다. 살포시 눈을 뜨니 창가에 햇빛 들고, 나뭇잎 그늘이 간유리 위에 살랑거립니다. 새소리는 꿈이 아니었습니다. 한 번도 뒤척임 없이 푹 자고 난 몸은 더없이 가뿐합니다. 창문을 여니 상쾌한 바람에 실려 꽃향기도 들어옵니다.

속으로 조용히 물어봅니다. 정녕 꿈은 아닌가? 동해대학교는 중부도시 臺中에 있는 캠퍼스가 아름다운 대학으로 유명합니다. 1953년 미국 아시아기독교 고등교육연합이사회가 주체가 되어 동해대학교를 설립하고 1955년부터 신입생을 선발한 유명 사립대학입니다.

아침에 일어나 기숙사 주변부터 기웃기웃 탐색했습니다. 키 큰 나무도 즐비하고, 첫눈에 잘 다듬어진 공원입니다. 농구장도 가깝고, 식당도 멀지 않고, 커다란 운동장은 아침 조깅을 할 수 있는 더없이 좋은 환경이었습니다. 학교가 유명하든 말든 이곳의 모든 것을 누릴 수 있는 내가 가장 부자입니다.

▲ 東海湖                           사진 : 위키피디아

대만각시의 아리랑 사랑에 나오는 동해호. 사진과 달리 실제는 작은 연못.

1955년 개교식에서 노령의 미국인 이사장이 청소도구를 들고 자기 방 청소를 하였답니다. 아마도 모든 구성원에게 청결과 솔선수범을 강조하였나 봅니다.

그래서 그런지 내가 입학할 당시 동해대학은, 모든 학부 신입생은 기숙사에 입주 단체생활을 했으며, 점심시간을 이용 청소하는 전통이 내려왔습니다. 한 방에 학부생은 이층 침대를 사용 6인이 생활합니다. 공원을 사이에 두고 건너편에 대학원기숙사가 자리하지만, 방 숫자는 몇 개 안 됩니다. 3인 일실인데 대부분 대학원생은 외부에서 생활하지요. 남녀를 불문하고 학부 1학년생은 집게와 쓰레기수거 바구니를 들고 전 교정의 쓰레기를 치웠습니다.

쾌적하고 깨끗하고 아름다운 동해대학교 캠퍼스! 비록 오래되고 낡은 가구에 뒤척일 때마다 삐걱거리는 합판 침대였을망정 내 인생의 무릉도원이었습니다.

편집 : 김태평 객원편집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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