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일요일 아침, 손님이 오기로 한 것도 아닌데 노크 소리가 들렸다. 무슨 일인가 하고 문을 열어 보니 경비아저씨가 문서를 보여주면서 사인해달라고 했다.

문서는 전부 프랑스어로 되어있었다. 프랑스어를 알지 못해 무엇인지 물어보니 최근에 캐나다에서 합법화된 대마사용에 따른 아파트 거주 주민 규정을 정리한 것이라고 했다. 이 규정은 대마를 소지해도 되나 아파트 내 흡연은 금지한다고 되어있었다. 경비아저씨는 대부분 사람들이 대마를 피웠을 때 나는 특이한 냄새를 좋아하지 않고 냄새가 옷에 배기 때문에 이러한 규정을 만든 것이라고 했다.

대마 합법화를 공약으로 내걸었던 Justin Tradeau(쥐스탱 트뤼도) 총리는 취임 3년 만에 대마의 재배, 판매, 구입, 흡연, 대마관련제품 제조 및 사용을 합법화했다. 합법화 첫날인 지난 해 10월 17일, 캐나다 전역에서 대마 판매점이 문을 열었고. 이 가게 앞에는 대마를 구입하려는 수백 명 사람들이 수백 미터씩 줄을 서서 기다리는 새로운 모습이 펼쳐졌다. 이런 새로운 모습과 더불어 새롭고 다양한 규정들이 각각의 특성에 맞게 만들어지고 있는 것 같다.

대마가 합법화된 다음 날, 맥길대학은 학생들에게 공지 이메일을 보냈다. ‘대마를 소지하는 것은 가능하나 캠퍼스에서 대마를 거래하거나 피우면 벌금 및 별도조치를 받게 된다’는 내용이었다. 아파트 내 대마 규정보다 강하다.

실험실 친구들 사이에서도 변화가 생겼다. 대마를 피우는 것에 대해 좀 더 자유롭게 말하기 시작했다. 예를 들어 친구 중 한 명인 Claudia에게 주말에 무엇을 했냐고 묻자, 혼자 키득키득 웃으면서 주말에 재미난 일이 있었다고 했다.

“주말에 남자친구랑 남자친구 부모님 별장에 놀러 갔는데 남자친구 남동생이 여자친구를 데리고 왔더라고. 그래서 반가이 인사를 나누고 다 같이 저녁을 먹었어. 저녁을 다 먹고 나자 남동생이 대마가 들어간 젤리를 꺼내더라고. 그래서 모두 다 대마젤리를 먹었는데 어떤 사람은 2시간 만에 반응이 오고 어떤 사람은 12시간 뒤에 반응이 와서 좀 특이 했어. ㅎㅎㅎ”

나는 이런 얘기를 이렇게 자연스럽게 하는 것에 조금 당황하였지만 대마젤리라는 것은 처음 들어서 궁금했다.

“아... 그래?? 대마젤리라는 것도 있어?? 맛은 어때??”

“맛은 그냥 젤리 맛 같아. 나는 대마 냄새가 싫어서 피우는 것보다 차라리 먹는 게 좋거든ㅎㅎ 근데 젤리는 사람마다 반응이 다 달라서 예측할 수가 없더라고”

또 한 친구는 호기심에 대마를 처음 피워 본 후 공황발작(심장이 뛰고 호흡이 가빠오는 등 갑작스러운 두려움을 느끼는 증상)이 와서 당장에라도 응급실에 가서 도움을 요청해야 될 거 같은 기분이 들었지만, 같이 있던 친구들도 대마를 처음 피워본 친구들이었고, 한 친구는 이빨이 너무 아프다며 궁시렁거리고 다른 친구는 멍해져서 아무런 도움을 줄 수 없었다고 했다. 그러면서 다시는 대마를 피는 일은 없을 거라고 혀를 찼다.

캐나다에선 대마를 즐겨하는 그룹이 있다. 주로 예술 분야에 종사하고 있는 사람들이다. 이들은 대마를 피우게 되면 마음이 느긋해지고, 감각이 더 예민해져서 그림을 그리거나, 영화를 감상하거나, 노래를 듣거나, 작곡하거나, 글을 쓰는 등의 일에 더 풍성한 감성을 표현할 수 있다고 한다.

친구 중 음악을 본업으로 하는 친구가 있다. 그 친구는 금요일에 술을 진탕 마시고 그 다음날 술에 찌들어 침대에 누워있는 것보다 대마를 피우고 맛있는 아이스크림을 먹으며 공원에 누워 높은 하늘과 맑은 공기, 살랑거리는 나뭇잎들을 맘껏 누리는 것이 제일 좋다고 했다.

친구뿐만 아니라 우리 호랑이 교수님도 갑자기 대마에 들어있는 성분 THC(테트라하이드로칸나비놀)를 사고 싶다고 하면서 자신은 피우는 것보다 먹는 걸 더 선호한다고 하셨다. 아마도 교수님은 THC가 뇌의 노화를 예방하고 인지능력을 회복시킨다는 연구결과를 알고 있기에 그리 말하지 않았나 싶다.

이처럼 캐나다에서 대마가 합법화된 후 대마를 피우거나, 먹거나, 사는 것에 대한 대화가 훨씬 자유로워졌고, 몬트리올에서는 길이나 공원에서 대마를 피우는 사람들도 흔히 볼 수 있다.

▲ 퀘벡주기가 펄럭이고 있는 대마가게

대마만 파는 새로운 가게인 SQDC(Société québécoise du cannabis)도 문을 열었다. 이 가게는 Quebec주에서 운영하는데 18살 이상 성인에게 대마를 파는 곳이다. 다양한 종류의 대마를 다양한 형태로 판다고 한다. 또한 SQDC 온라인샵도 열어 온라인을 통해 구매할 수 있도록 했다. 물론 캐나다에서만 온라인 접속이 가능하다.

이런 모든 변화는 대마가 철저히 금지된 한국, 중국 그리고 중동지방 학생들에게는 상당히 놀랍고 충격적인 일이다. 한국에서 대마라는 단어를 접해본 경우는 연예인이나 유학생들이 대마를 피워 징역 몇 년이나 벌금형을 받았다는 뉴스가 전부였기 때문이다.

위협적이고 두려운 것으로 여겨졌던 대마가 캐나다에선 담배나 술처럼 레크레이션용으로 사용되는 것을 접하니 황당하기도 하고 신기하기도 했다. 캐나다는 우루과이 다음으로 대마를 레크레이션용으로 사용할 수 있도록 합법화한 나라다.

캐나다에서 레크레이션용 대마를 합법화하기 전 의료용 대마의 합법화가 먼저 진행되었다. 2001년 캐나다 보건부에서 다양한 질병 치료 및 완화를 목적으로 하는 의약품으로 대마를 사용하는 것을 합법화했다. 우리나라도 지난 해 11월 의료용 대마가 합법화되어 올해부터 의료용으로 대마를 사용할 수 있다고 한다. 미국의 31개주나 독일 등 대다수 유럽 국가들은 의료용 대마사용을 이미 합법화했다. 의료용 대마는 이제 전 세계에서 사용이 합법화되지 않을까 한다.

레크레이션용 대마는 합법화에서는 상당한 거리가 있다. 미국은 연방 차원은 아니지만 9개 주와 수도 워싱턴에서는 이미 합법화되어있다. 어떤 국가들은 느슨한 규제로 허용하는 방향으로 가고 있다. 스페인, 네덜란드는 일정 가게에서 대마를 팔 수 있도록 허용했다고 하니 말이다.

캐나다에서는 1980년 이후로 대마를 레크레이션용으로 사용하는 성인이 꾸준히 증가하였으며 최근 들어 캐나다 과반수 시민이 대마사용을 합법화해야한다고 주장했다. 2015년 자유당 출신인 쥐스탱 트뤼도가 총리에 오르고 나서 대마사용에 대한 합법화가 빠르게 진행되어 2018년 10월 17에 마침내 합법화되었다.

너무 빠른 진행이었을까? 새로운 후속 규정들도 속속 등장하면서 이런 과감한 변화에 캐나다시민들도 어리둥절해하고 있다. 젊은 사람들은 ‘담배나 술보다 대마 흡연이 낫다’며 환영하고 있는 반면에 반대 의견도 만만치 않다. 보수층이나 연세가 많은 사람들은 대마를 중독성이 있는 마약으로 여기기 때문에 많이 못마땅해 하고 있다.

아직은 대마 합법으로 인한 어떤 사회문제도 돌출되고 있지 않고 있어 다행이라고 생각하지만, 시민 의견을 듣고 과감한 변화를 한만큼 시민 또한 바른 시민의식으로 새로운 대마 규정을 잘 따라갔으면 하는 바람이다.

최대 영하 30~40도까지도 떨어지는 몬트리올 겨울은 눈 천국이다. 오랜만에 토론토에서 공부하고 있는 동생이 놀러 왔다. 동생과 함께 눈 구경을 하러 나섰다. 우리 둘 다 흰 눈에 싸인 정적의 아름다움을 맘껏 누리다 왔다. 대마가 없어도...  

편집 : 박효삼 편집위원, 심창식 편집위원

이지산 주주통신원  elmo_party@hotmail.com

한겨레신문 주주 되기
한겨레:온 필진 되기
한겨레:온에 기사 올리는 요령

저작권자 © 한겨레:온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