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발 아이들 교육과 관련 없는 글 좀 올리지 마세요!”

<양승태를 구속하라! 서명에 동참해주세요🙏🙏🙏 전국공무원노동조합 법원본부 ■양승태 구속 촉구 서명하기->  https://goo.gl/forms/htNbGBYYrpxM1qMk1

아침에 카톡 친구의 이런 서명 요구가 있어 부지런을 떨었던게 화근이 됐던 모양이다. 나는 아침마다 쓴 글을 페이스북이며 카톡, 밴드, 카스 등에 올리며 부지런을 떨고 사는게 수년전부터 나의 일과가 됐다. 전문성도 떨어지고 정보도 많이 부족하다. 전문 언론인도, 학자도 아니다. 돈이 생기는 일도 아니다. 교육자로서 평생을 살다가 못다한 얘기를 학생들에게 혹 도움이 될까 하고 쓰는 글이다. 이런 내 글을 본 학부모가 화가 많이 났던 모양이다.

당장 지우기는 했지만 마음이 영 개운치 않았다. 나는 평소 교육이며 정치, 경제, 사회, 문화, 법, 철학, 환경, 성평등, 종교 등 영역을 가리지 않고 쓴 글을 여기저기 퍼 나르고 있다. 운영자가 조금이라도 언짢은 기색이 보이면 가차 없이 삭제하고 다시는 그 곳에 글을 올리지 않는다. 도움이 될 것이라고 수고를 아끼지 않고 한 일이 비난을 받는다면 그런 짓(?)을 할 이유가 없다는 생각 때문이다.

내가 영역을 가리지 않고 주접(?)을 떠는 이유는 “모든 것은 연관되어 있다”는 나의 평소 소신 때문이다. 세상의 모든 일은 연관되어 있고 변화한다는 것은 사회구성원들의 삶의 기본 철학이어야 한다. 세상의 모든 원리가 다 그렇지만 사회적인 존재인 사람도 정치와 경제, 사회와 문화, 그리고 법과 문화생활과 무관하지 않다. 그래서 학교에서 이런 교과목을 배우고 있다. 사람은 사회를 떠나서 존재할 수 없다. 나이와 관계없이 밥도 먹어야 하고 옷도 입어야 하고, 잠도 자고 아프면 병원에도 가고 교육도 받아야 한다. 그런데 ‘학생이기 때문에 정치와 무관하다?’

학생이 밥을 먹으면 경제생활을 하는 것이다. 밥은 물가와 세금과 관련이 있고 쌀을 운반하는 운수업이며 저장하는 창고업은 물론 생산지에서 소비지까지 운반하는 운전사의 임금과 자동차 업계와 유류업체와 연관되어 있다. 자동차는 타이어업과 부품업체와 세금과 세율을 결정하는 법과 정치가 무관하지 않다. 이렇게 주식인 쌀 하나만 보더라도 온갖 산업과 연관 되어 있는 것이다. 이런 사실을 두고 학생은 정치와 무관할 수 있는가?

공부는 학교에서만 하는게 아니다. 양승태사건은 우리사회의 부끄러운 단면이기도 하지만 어쩌면 이런 사건이 반면교사로 산교육을 할 수 있는 호기(好氣)다. '양승태 전 대법원장이 무슨 잘못을 저질렀는지, 3권분립이 왜 필요한지, 이런 사건의 피해자가 누구인지, 정의가 무엇인지'라는 주제로 토론을 벌인다면 이보다 더 좋은 논술교육이 없다. 학원에 보내 고액과외를 시킬 필요가 없다는 얘기다. 이 사건 하나로 사회정의와 민주주의에 대해 산교육을 할 수 있지 않겠는가?

교육의 다른 이름은 ‘사회화’라고 한다. 사람이 키우면 인간이 되지만 늑대가 키우면 늑대가 된다는 뜻이다. 그래서 부부 싸움도 아이들 보는 앞에서 참고 산다지 않는가? 불의한 사회에 자라는 아이들이 무엇을 보고 배우는가? 학교폭력도 성의 상품화도 그래서 더욱 나날이 기승을 부리지 않는가? 양승태가 저지른 죄가 무엇인가? 양승태는 대한민국 사법부의 최고 수장이었다. 다른 말로 표편하면 정의의 마지막 보루인 셈이다. 직권을 남용한 의혹이 무려 196가지나 된다. 법의 정의를 세우겠다는 판사들의 성향을 분석해 법대로 판결한 판사에게 불이익을 준 이른바 블랙리스트를 만든 장본인이다.

정의가 무너지면 누가 피해자가 되는가? 내게 ‘교육과 무관한 글 올리지 말라’는 학부모의 자녀는 이런 사회에서 살아남을 수 있는가? 열심히 노력한 사람이 노력한 만큼의 댓가를 받지 못하고 제2 제3의 김용균이 나오는 세상에 살도록 내 버려두고 싶을까? 불의를 보고 분노하지 못한다면 그런 세상에는 권력의 푸들이 요직을 차지하고 선거부정으로 강도같은 정치인이 당선돼 공익을 위한 권력으로 사익을 챙긴다면 누가 피해자가 되는가? 양승태는 유치장에 있는 이명박, 박근혜와 함께 불의를 정당화 하는 파렴치한 짓을 하지 않았는가? 이런 세상에 내일의 주인공이 될 학생들이 ‘기회는 균등하고, 과정은 공정하고, 결과는 정의롭게’ 살아갈 수 있는가?

나는 80이 다 돼 가는 장애인이다. 허리수술로 컴퓨터 앞에 하루 서너시간을 앉아 버틴다는 것은 치명적이다. 건강을 위해 산에도 다니고 영화도 보고 친구들 만나 옛날 얘기도 하며 즐겁게 살고 싶다. 아내와 아들딸이 걱정을 한다. 그렇지만 이제 살날이 얼마나 남았다고 내 몸 하나 아껴 눈에 넣어도 아프지 않을 손자들이 살아갈 세상을 못본체 할 수 있겠는가? 불의를 보고 분노하지 못하면 그 피해는 고스란히 본인과 그 가족들에게 돌아간다는 사실을 보며 살아 왔기에 그런 피해자가 나타나지 않기를 바라는 마음에서 하는 일이다.

스크린 도어에 끼어 앞날이 구만리 같은 젊은이가 죽어간 것은 자본이 권력과 손잡고 노동자를 개돼지 취급해 만든 결과가 아닌가? 이런 세상에 제2, 제3의 김용균이 나오지 않는다는 보장이 있는가? 만에 하나 내 후손 중에 그런 피해자가 나오지 말라는 법이 있는가? 그들이 희생자가 된 것은 정경유착의 결과다. 헌법이나 노동조합법, 노동 3권을 쉬쉬하고 가르치지 않아 나타난 결과가 아닌가? 이것이 교육다운 교육을 해야 하는 이유요, 언론이 언론다워야 하는 이유요, 법이 사회정의를 수호해야 할 이유다.

나는, 내 아이는 그런 불행과 무관할 수 있는가? 세상공기가 다 더러워져도 우리집 문만 닫아 놓으면 괜찮다고 생각하는가? ‘설마 내 자식이?’ 모든 국민이 다 이런 요행을 바란다면 그런 세상에서 누가 살아남겠는가? 힘이 있는 자는 힘으로, 돈이 있는자는 돈으로, 권력이 있는자는 권력으로 약자를 못살게 굴고 개돼지 취급하는 세상에서 누가 행복한가? 김용균, 심석희는 우리 모두가 불의에 분노하지 못하고 성차별을 외면해 나타난 결과가 아닌가? 불의한 세상에는 약자만 아니라 우리 모두가 예비 피해자라는 사실을 모를 때 제2, 제3의 양승태가 다시 나온다는 사실을 잊어서는 안된다. 그래도 학생들은 정치를 몰라도 될까?

편집 : 심창식 편집위원

김용택 주주통신원  kyongtt@daum.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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