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주교 제주교구장인 강우일 주교, 탈핵희망국토도보순례길에 참가하여 순례단과 함께 걸으면서

▲ 탈핵 현수막 바로 뒤 세 번째 서서 순례길을 나선 강우일 천주교 제주교구장
▲ 천주교 제주교구 한림성당 신자들과 함께 기념 촬영하는 강우일 주교

2013년 6월 6일부터 강원대 성원기 교수가 중심이 되어 시작된 탈핵희망국토도보순례는 그동안 매년 여름과 겨울 방학을 이용하여 두 차례씩 12차례에 걸쳐 이어지고 있다. 지난해 남북미 정상 회담 등으로 '한반도 비핵화'가 우리 민족을 넘어 전 세계인들이 주목하는 가운데 진행되고 있기 때문에 올해 겨울 탈핵 순례길의 슬로건은 예년과 달리 '한라에서 백두를 넘어 핵 없는 세상'이라고 내걸고 걷고 있는 것이다.

▲ 제주 제2공항 반대, 영리병원 반대 등으로 22일로 35일째 단식 농성 중인 김경배 씨 등과 정당, 단체 회원들
▲ 1월 10일 기자회견 때 농성장에서 문정현 신부님도 함께 자리를 지키고 계신 것을 뵐 수 있었다.

1월 10일 제주도청 앞에서 기자회견을 시작으로 하여 1월 11일 한라산 백록담에 올라 2019년 탈핵희망국토도보순례길을 열었다. 이들은 첫날 백록담에서 전 세계의 핵무기와 핵발전소 폐기를 염원하는 기도회를 갖고, 생명과 평화의 학춤을 추기도 하였다. 탐라계곡을 통하여 관음사까지의 일정을 마치고 둘째날은 관음사에서 시작하여 산천단에 들러 옛날 제주목사들이 한라산신께 제사를 지냈던 것과 같이 한라천지신명께 순례길의 안전과 핵 없는 세상을 축원하는 고유제를 지내기도 하였다. 이어서 4.3평화공원, 너븐숭이, 제주해녀항쟁 기념탑 참배 등으로 셋째, 넷째 날 일정을 치렀다.

▲ '백조일손지묘'에서 억울하게 희생된 영혼들을 위로하는 춤을 주고 있는 박소산씨

이들은 성산과 표선, 효돈 등을 거쳐 강정마을에 이르러서는 강정마을 대책위 사람들과 강정 문제에 대하여 간담회를 갖기도 하였다. 화순을 거쳐 10일째가 되는 날에는 '백조일손지묘'를 찾아 해방 정국과 6.25를 거치면서 무고하게 희생되어간 사람들의 묘소를 찾아 당시를 회고하면서 이들의 넋을 위로하는 묵념과 위로의 학춤을 추기도 하였다.

▲ 탈핵 순례자들이 매일 매일 순례길에서 서명하고 남기는 깃발, 강우일 주교의 이름이 첫번째 보인다.

천주교 제주교구장인 강우일 주교와 많은 신자들이 탈핵 순례길에 나섰다

1월 21일 낮에는 천주교 제주교구장인 강우일 주교와 부교구장 문창우 주교 등이 참가하자 한림성당, 조천성당 등의 신도들과 천주교 제주교구의 사제들과 수녀, 신도 등 70여 명이 함께 순례길에 나서서 성황을 이루었다. 이를 두고 성원기 단장은 "제가 6년째 탈핵 순례길에서 많은 신부님들과 수녀님들이 함께 해 주셨지만 주교님이 직접 나서 주신 것은 오늘이 처음이다. 무척 감사한 일이다."라고 말했다.

이날 제주 지역 탈핵 순례길에 나섰던 강우일 주교와 탈핵 관련하여 몇 가지 현안들에 대하여 들어 보았다.

▲ 강우일 천주교 제주교구장이 앞장 서서 순례길에 나섰다.

- 연세도 높고, 교구 일 등으로 바쁘고 힘드실 텐데, 어떻게 탈핵 순례길에 나오게 되셨습니까?

"탈핵의 문제에 대한 주교회의의 의견은 '지역 사람들의 문제이면서 국민들의 문제이다. 방사능은 국경도 상관 없이 모든 나라를 힘들게 한다. 그렇기 때문에 모든 사람들에게 알려내는 것이 당연하다. 후쿠시마 핵발전소 폭발사고 이후 많은 생각을 하고, 논의를 하면서 탈핵을 위한 책자도 펴 내는 등 많은 관심을 갖고 있었다. 그런데 성원기 교수가 이렇게 탈핵을 위하여 헌신적으로 걷고 있어서 조금이나마 힘을 보태고 연대를 하기 위하여 나선 것이다."

- 오늘 아침 한림성당에 걸려있는 현수막을 보니 "생태 영성의 삶을 사는 소공동체'라는 현수막이 붙어 있었습니다. 이는 교구장님께서 2019 사목교서로 내리신 것이라고 들었는데, 어떻게 이런 주제가 자리 잡게 되었습니까?

"제주교구에서는 3년째 생태 운동을 하고 있다. 유네스코 3관왕 제주가 자연이 잘 보전이 되었으면 좋겠다. 근래에 들어 이 아름다운 자연이 개발과 광관 등으로 훼손되는 것을 보면서 정부와 지자체 등이 자연을 망가뜨리는 정책에 대하여서 너무 안타깝게 생각해서 이런 운동을 하게 되었다."

▲ 제주교구청에서 만난 강우일 주교

- 지난해에는 남북미 정상 회담이 이루어지고 '한반도 비핵화'를 위해서 많은 기대와 희망을 갖게 했지만 요즘 좀 삐걱거리는 것 같은데 어떻게 전망하시는지요? 그리고 이번 탈핵 순례길에서 한반도를 넘어 전 세계의 핵무기와 핵발전의 폐기 문제를 외치고 있는데, 어떻게 바라보십니까?

"전 세계의 탈핵은 강대국들이 적극 나서서 해결해야 할 문제라고 본다. 한반도 비핵화 문제도 잘 풀릴 것으로 본다. 미국의 역할과 인식이 중요한데, 미국은 선민의식, 세계 경찰국으로서의 신념 등은 보수든 진보든 큰 차이가 없다. 그렇지만 옛날처럼 냉전적 사고의 틀을 갖고 보면 안 된다. 미국도 대중들이 용납하지 않을 것이다. 단기적으로는 국수주의적으로 흐를 수 있지만 미국 전체 흐름으로 보아서는 계속 국가주의적 편협한 국가관으로 가진 않을 것으로 본다."

- 지금 우리 인류는 '지속 가능한 미래'에 대하여 많은 회의적인 시각이 있습니다. 이런 시각에서 우리 국민들이나 인류의 삶은 어떠해야 한다고 보십니까?

"사실 이 문제는 심각하다. 한없는 소비주의 풍조는 100년도 안 되는 역사 속에서 만연되어 왔다. 이런 습성을 우리 후손들을 위해서 과감하게 뜯어고치지 않으면 지구 멸망의 길로 갈 수밖에 없다. 후쿠시마와 같은 재앙이 일어나면 이런 것을 계기로 하여 더욱 깨달아야 한다.

기술 문명의 발전으로 풀 수 있다는 환상은 버려야 한다. 갈수록 지속가능성은 악화되고 있다. 기술적으로 접근한다면 풍선효과와 같이 어느 한 쪽은 또 망가질 수밖에 없다. 우리의 과소비 지향적이고 안락한 삶을 지속적으로 추구한다면 정말 우리의 미래는 없다. 불편하고 힘들더라도 이런 풍조를 바꿔내기 위하여 큰 각성이 있어야 한다."

▲ 1월 21일 순례를 끝내고 '순례 나눔'을 하고 있는 탈핵 순례단

탈핵 순례를 마치면 늘 해 오던 대로 이날도 '순례 나눔'을 통하여 탈핵 순례 참가자들이 순례길에서 느낀 소감이나, 순례 방식의 개선 등에 대한 의견을 나누었다. 이 자리에서 순례 참가자들 각자가 자신들의 이야기를 했는데, 강우일 주교도 자신의 의견을 밝혔다.

"오늘 순례길은 행복한 시간이었다. 후쿠시마 사태를 보면서 핵 문제에 관심을 갖지 않을 수 없었다. 후쿠시마 사태 이후 일본도 여러 차례 찾았다. 국적을 떠나서 후쿠시마 사태를 극복하기 위하여 힘을 모아야 한다.

우리 사회의 주류 신문, 방송 등이 현 문재인 정부의 탈핵 정책을 기회 있을 때마다 반대하는 기사화를 하고, 꼬투리를 잡아 탈핵을 재고하게 하려는데, 이는 대자본인 기업들이 부추기고 있다. 그 세력들이 엄청나서 이 정부가 감당할 수 없을까 봐 걱정이다. 그렇지만 탈핵에 헌신하는 마음들이 크고 전국적으로 연대하는 분들이 많이 있어서 하느님께서는 이 분들의 정성을 돌봐주실 것이라 믿는다."

한편 정병철 수사 등 탈핵 도보순례에 나선 천주교 관계자들은 강우일 주교가 추기경이 되지 못한 것에 대한 안타까운 마음을 나타내기도 하였다. 한국 천주교 주교회의 탈핵 선언, 제주해군기지 반대, 제주 4.3은 항쟁 진실 규명, 4대강 정비사업 반대, 세월호 사건, 구제역 사태 등 우리 사회의 아픈 현실을 외면하지 않고, 앞장 서 온 것에 대한 존경심이다. 강우일 주교는 지난 11일, 제주도청 앞에서 농성하고 있는 제주 제2공항반대 단식 농성 중인 김경배 씨를 찾아 위로하기도 하였다.  

한국 천주교의 탈핵과 관련하여, 2013년 당시 주교회의 의장이었던 강우일 주교는 '핵 기술과 교회의 가르침'이라는 소책자를 내어 정부 당국을 향하여 "개인들의 성찰과 결단을 토대로 적극적인 탈핵 정책을 수립하여, 인간의 존엄과 생명을 수호하고 지속시킬 수 있는 참된 발전을 가져올 수 있도록 힘써 달라"라고 촉구했다. 한국 천주교 주교회의가 '탈핵' 노선을 채택하도록 하는데 앞장섰던 강주교가 탈핵 순례길에 나선 천주교 신자와의 만남은 자연스러운 것이다.

'탈핵희망국토도보순례단'을 이끌고 있는 강원대 성원기 교수는 독실한 천주교 신자로서 한국 천주교의 정의평화위원회 등의 도움을 받아 탈핵 순례길에서 지역의 성당들을 이용하여 잠자리를 해결한다. 그것이 여의치 않을 때는 지역의 불교 사찰이나 시민단체나 마을회관 등의 건물을 이용하기도 한다. 탈핵 순례는 정해진 인원이 있는 것은 아니다. 그날, 그날 탈핵 순례길에 동참하고 싶은 사람은 누구나 환영한다. 성원기 교수는 처음부터 끝나는 날까지 전 일정을 이끌고 있지만 이번 순례길에도 전직 교장인 박보영씨와 같이 전 구간을 순례하는 사람들도 있고, 한나절만 참가하는 사람들도 있다.

▲ 1월 21일 목적지이며 잠자리인 정난주 성당 신자들이 순례단을 따뜻하게 맞고 있다.

그렇다고 탈핵 순례길에 나서는 사람들에게 참가비를 받는 것도 아니다. 순례 중에 이들을 위해 식사나 간식을 제공하는 개인이나 단체들도 있다. 그렇다고 전액 그런 후원자들의 도움으로만 해결되지는 않는다. 천주교 정평위라든가 초록교육연대 등 연대 단체들이나 성원기 단장, 또는 개인 등의 후원금을 이용하여 순례길의 비용을 마련하고 있다.

▲ 제주환경과생명을지키는교사모임 교사들도 함께 걸었다. 양재성, 최진욱 교사와 김명선 조장 등이다.
▲ 고산에서 한림으로 향하는 순례길에서 만난 해상풍력단지

이번 순례길에도 전교조 제주지부, '환경과생명을지키는제주교사모임' 등의 단체들이 후원하기도 하고, 참가자들 중에서도 식사를 한두 끼씩 사거나 천주교 한림성당, 정난주성당, 고산성당 등과 같이 신부나 신도들 모임에서 제공하기도 하면서 어렵게 꾸려간다. 

탈핵 순례단을 이끌고 있는 성원기 교수는 이명박 정부 시절 삼척 핵발전소 추진 계획에 맞서 싸워왔다. 성원기 교수는 독실한 가톨릭 신자로서 당시 삼척성당의 박홍표 신부와 시민들과 함께 삼척핵발전소 반대 투쟁위원회를 꾸리고 삼척핵발전소 반대 투쟁을 이끌어 왔다.

이런 노력은 2014년 지방선거에서 김양호 반핵 후보를 시장으로 당선시켜 삼척의 탈핵을 확실하게 자리매김할 수 있는 길을 열기도 했다. 이 과정에서 성원기 교수는 탈핵운동을 전국으로 확산시키기 위하여 2013년 6월부터 탈핵 순례길 위에 나섰다.

▲ 1월 22일 12일 간의 제주 탈핵 순례를 모두 마치고 제주항 터미널 앞에서 기념 촬영을 하는 탈핵 순례단

'탈핵희망국도도보순례단'의 제주 구간 탈핵 순례의 마지막 날인 1월 22일 낮에는 제주도청 앞에서 단식농성 중인 김경배 씨 등을 만나 위로하고, 연대 발언을 통해 제주의 제2공항 밀어붙이기와 영리병원 허가 정책 재고를 촉구하기도 하였다. 오후 4시, 제주 탈핵순례를 시작했던 곳인 제주항 터미널 앞에 모여 그동안 누적 날짜346일, 6253.2km의 제주 일정을 모두 마치는 '순례 나눔'을 하고, 다음 날 영광핵발전소로 향해서 완도행 카페리를 탔다. 그리고 1월 24일부터 2월 24일까지 육지에서의 일정을 이어간다.

이번 제주 제주 탈핵 순례길에는 삼척의 성원기, 제주가 고향인 김광철, 부산의 양은희, 광양의 박보영, 김해의 김영선, 대전의 민진숙, 청주의 장미영, 전주의 송병석, 박소산 씨 등은 전구간 순례에 동참했다. 그외에 제주대의 윤용택 교수, 전교조 출신 교사들인 이용중, 한강범 등과 제주 환생교의 김명선, 양재성, 최진욱, 수원 환생교의 김용태, 임종길 교사 등과 강정마을 대책위 사람들, 한림성당과 조천성당의 많은 천주교 신자들, 강정 예수회 신부, 정난주성당의 신부와 신자 등이 이번 탈핵 순례길을 이끌었다.

▲ 1월 24일 영광핵발전소 앞에서 육지 일정을 시작하면서 기념 촬영을 하고 있는 탈핵 순례단, 생태운동가 황대권 씨도 보인다.

편집 : 안지애 편집위원

김광철 주주통신원  kkc0828@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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