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이 두렵다

      김형효

봄아
봄아 동트는 겨울 곁에서 남 몰래 와다오.
봄아
봄아 언제부터인지 사랑스럽고 따스한 네가 무서워졌다.
봄아
봄아 아무도 모르게 와서 소리없이 물러가다오.
봄아 
봄아 어느 날 내게 두려움이 된 봄아
봄아 봄아 내 아버지 내 어머니 곁을 그냥 몰래 지나가다오.
봄아 봄아 내 부모님 곁을 뜨거운 여름날로 스쳐가다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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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날부터 나이를 느낀다.
눈이 녹는 새 봄에 세월을 돌아보시는 어르신들은 그 길로 길을 내시고 우리 곁을 떠나시더라. 사실은 내 아버지 내 어머니께서 얼마 전부터 편찮으셔서 병원에 계신다. 불효자식은 강 건너 불보듯 쳐다 못보며 삶에 부동 자세로 갇혀있고 가끔은 속없이 웃고 있고 가끔은 슬프다. 오늘은 얼마 안 된 직장에서 회식이 있었다. 한 사람이 20여 회 직장을 옮겼다면서 호기로운 자신의 인생 경험을 이야기하더라. 그 말을 들으며 500번 넘게 직장을 옮기고 올해만 두 번째 새 직장에 다니는 나는 미쳤구나? 홀로 웃다가 세상이 날 너무 거칠게 가르친다 속절없이 한탄한다. 내일 아니면 다음 주중에는 꼭 엄마. 아부지 보러 갈거다. 오늘도 퇴근 그리고 회식 마치고 9시 20분 도착해서 네팔만두 만들고 지금 쉬려한다. 멈추지 않는 팽이처럼 나는 살아있고 살고 있다. 엄마, 아부지 건강하소서. 보고 싶어도 편히 못가보는 자식을 용서하지 마세요.

 

[편집자 주]  김형효 시인은 1997년 김규동 시인 추천 시집 <사람의 사막에서>로 문단에 나왔다  <사막에서 사랑을> 외 3권의 시집을 냈다. 산문집 <히말라야, 안나푸르나를 걷다>, 한·러 번역시집<어느 겨울밤 이야기>, 2011년 네팔어, 한국어, 영어로 네팔 어린이를 위한 동화 <무나 마단의 하늘(네팔 옥스포드 국제출판사)>외 2권의 동화도 출간했다. 네팔어 시집 <하늘에 있는 바다의 노래(뿌디뿌란 출판사>도 출간했으며 현재 한국작가회의, 민족작가연합 회원이다.

 

편집, 사진 : 양성숙 편집위원

김형효 시민통신원  Kimhj00000@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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