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럴 것 같은

          김형효

일상을 벗어나 어메 아부지 보러 가는 길
마음은 시속 100km보다 더 빠르고 빠르게
일찍이 고향 노을 깊이 스며들었다.
나는 노을이 막 시작되는 시간
다니는 직장 논산에서 출발했지만...,
아무도 몰래 고향에 이른
내 마음따라 바람이 목메게 울어대고 있는 밤에
어메와 아부지가 입원해 계신 병원을 찾았다.
면소재지에 모든 은혜로 가득찬
다혜의원은 고요로웠고 거기 있었다. 
살려온 세월, 아픈 세월, 무덤덤하게 지켜온 세월,
천하태평을 이끌어온 지상의 모든 신보다 우월했던
내 어메와 아부지가 있었다.
바람도 기웃대지 못한 고요로 꽉찬 병원에서
야반도주하듯 집으로 향했다. 
어메와 아부지가 준비하신 어린 날의 양식,
어린 날의 추억과 향기로 넘치는 꼬막을 삶아
부모 자식이 함께 추억을 공유하도록
마을에 바람은 고요롭게 다소곳이 멈춰섰다. 
잿등에 들어설 때 고요히 손사레치던 바람이
이제 살포시 잠들어 가는 시간......
나는 몸도 마음도 기도로 넘치고 있었다.
나도 몰래 진정과 기대로 넘치게 울고 있었다.
바람과의 대화는 짧았다.

 

[편집자 주]  김형효 시인은 1997년 김규동 시인 추천 시집 <사람의 사막에서>로 문단에 나왔다  <사막에서 사랑을> 외 3권의 시집을 냈다. 산문집 <히말라야, 안나푸르나를 걷다>, 한·러 번역시집<어느 겨울밤 이야기>, 2011년 네팔어, 한국어, 영어로 네팔 어린이를 위한 동화 <무나 마단의 하늘(네팔 옥스포드 국제출판사)>외 2권의 동화도 출간했다. 네팔어 시집 <하늘에 있는 바다의 노래(뿌디뿌란 출판사>도 출간했으며 현재 한국작가회의, 민족작가연합 회원이다.

 

편집, 사진 : 양성숙 편집위원

김형효 시민통신원  Kimhj00000@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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