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술관에 즐겨 간다. 어려서 화가가 꿈이었던 남편이 그림 보기를 좋아하기 때문이다. 지난 13일 국립현대미술관 서울관에서 세 작가의 작품을 보았다.

▲ 최정화의 <꽃과 숲>

먼저 설치미술가라 하는 최정화 작가 작품이다. 최작가의 이번 전시 주제는 <꽃.숲>이다.

▲ 중국 시골을 다니면서 플라스틱 빨래판과 교환해서 낡은 나무 빨래판을 구했다 한다.

최정화 작가는 낡고 오래되어 남들이 버릴 만한 일상의 물건들을 주워 모은다. 바다에 떠다니는 스티로폼, 흔한 플라스틱 바구니, 오래되어 시큼한 냄새가 날 것 같은 목침, 콩 밟으면 부서질 것 같은 나무 빨래판, 다 쓴 냄비, 공사장에서 오랫동안 굴러다닌 쇠뭉치 등을 전 세계를 돌아다니며 구해온다. 대부분 이를 수직으로 나열해서 꽃을 만들고 숲을 가꾼다.

▲ 장승과 얼음 꽃

그는 작품에 이름을 거의 붙이지 않지만 ‘장승’과 ‘얼음 꽃’은 이름이 있다. 장승은 아프리카에서 구한 널찍한 판에 구겨진 양은 대야를 얹어 만들었다. 검게 그을리고 쭈그러진 양은 대야는 고된 세월의 흔적을 간직한 우리네 얼굴 같아 보인다. 얼음 꽃은 바다를 떠다니다 닳고 달아 맨들맨들해진 스티로폼 부표를 활용한 작품이다. 마치 얼음 덩어리가 올려진 듯하다. 아무도 거들떠보지 않았을 폐기물이 창조자의 생명을 얻어 꽃이 되었다.

▲ 소반

어느 지방, 퇴직한 교장선생님 댁에서 나온 소반과 그릇들도 있다. 많은 손님을 치러냈어야 했을 사모님의 공들인 손맛과 진땀의 시간이 켜켜이 오른 듯하다.

▲ 세월호

세월호로 사망한 아이들을 추모하는 작품도 있다. 그는 바다 속에서 나오지 못했던 귀한 영혼에게 왕관을 씌워주고 싶었나 보다. 그 왕관 하나하나를 걷어 올려 살려내고 싶었지만 결국 바다 아래로 떨어지고 말았던...

▲ <꽃․숲>의 그림자

한쪽에서는 윤형근 화가 작품도 <天地門>이란 주제로 전시되고 있다. 윤형근 작가는 한국에서 가장 유명한 화가 김환기의 사위다. 초기엔 김환기의 영향을 받은 듯 하지만 곧 그는 그만의 색으로 하늘과 땅의 문을 표현하고 있다.

그는 김환기 같이 캔버스가 아닌 면포나 마포에 그림을 그린다. 하늘색인 청색과 땅색인 갈색을 섞어 특유의 암갈색을 만들어낸다. 원초적 묵직함과 후천적 고뇌가 합쳐진 색으로 표현된 그의 <天地門>을 보노라면 마음이 숙연해진다. 두 손도 모아지면서 겸손해진다. 

광주학살이 벌어졌다는 것을 알고 그린 그림이라고 한다. 살인마의 잔혹함에 고통받는 민중의 아픔을 슬퍼하여 피 흘리고 무너져내리는 하늘과 땅을 그린 것 같다. 울컥 하기까지 한다.

세 번째는 마르셀 뒤샹이다. 마르셀 뒤샹은 ‘일상 속 대상을 작품으로 탈바꿈시키면서 미술에 대한 전통적 선입견에 도전한 현대 미술의 혁명가’라고 평한다.

그는 25세에 <계단을 내려오는 누드 No.2>를 그렸다. 입체파 양식 그림이었는데 파리 미술계에서 냉대를 받았다. 하지만 뉴욕으로 가서 큰 각광을 받게 되자 그는 오히려 예술에 대한 믿음을 잃게 되고 회화에서 손을 놓는다. 그가 25세까지 그린 그림은 아주 독특하다. 그가 회화를 멀리하게 된 것이 너무나 안타깝다. 계속 그렸다면 멋진 그림을 많이 남겼을 텐데...

▲ <계단을 내려오는 누드 No.2>

설 연휴에 국립현대미술관에 가보는 것은 어떨까? 관람이 무료다. 삼청동 서울관의 윤형근 작가와 덕수궁관의 ‘대한제국의 미술’을 보려 한다면 서둘러야겠다. 둘 다 2월 6일까지 전시다. 최정화 작가의 작품도 3월 3일까지 전시다.

1. 서울관(삼청동) : 4, 6일 무료관람(5일 휴관)
   전시 : 마르셀 뒤샹 (2018.12.22 ~ 2019.04.07.)
         윤형근 (2018.08.04 ~ 2019.02.06.)
         최정화 <꽃,숲> (2018.09.05 ~ 2019.03.03.)
         하룬 파로키 – 우리는 무엇으로 사는가? (2018.10.27 ~ 2019.04.07.)

2. 과천관 : 4, 5, 6일 무료 관람
   전시 : 소장품전 - 근대를 수놓은 그림 (2018.07.11 ~ 2019.05.12.)
         소장품 특별전 - 균열 (2018.09.18 ~ 2019.09.22.)
         문명 - 지금 우리가 사는 방법 (2018.10.18 ~ 2019.02.17.)

3. 덕수궁관 : 4, 5, 6일 무료관람
   전시 : 대한제국의 미술-빛의 길을 꿈꾸다 (2018.11.15 ~ 2019.02.06.)

4. 청주관 : 6일 무료 관람(4, 5일 휴관)
   전시 : 별 헤는 날: 나와 당신의 이야기(2018.12.27 ~ 2019.06.16)

2019 설맞이 이벤트로 <새해 선물>도 준단다. 

* 참고 : 국립현대미술관 홈페이지 http://www.mmca.go.kr/main.do,

편집 : 김동호 편집위원

김미경 주주통신원  mkyoung60@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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