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광화문광장(계획안)에 대한 대안은 무엇인가

박봉우 주주통신원l승인2019.02.07l수정2019.02.07 19: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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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화문광장은 대한민국의 광장이다. 대한민국의 국가광장을 계획하는 것이다. 조선시대 혹은 대한제국의 광장을 연상시키는 발언들이 계속되고 있어서 안타깝게 생각한다. 당선작 “광화문광장 계획안”은 크게 ‘역사광장’과 ‘시민광장’ 공간으로 구성되어 있다. ‘역사광장’과 ‘시민광장’은 차량 동선으로 단락지기 때문에 자연스럽게 공간이 구분된다. 이 글은 시민광장 공간 부분에 대한 것이다.

광장(plaza)이란 스페인어에서 비롯된 것으로 ‘장(場, field)’을 말하며, 도시의 공공 공간이다. 서구에서 발달한 광장은 역사적으로 성당, 정청과 연결된 관사(궁궐)와 법원으로 3면이 둘러싸인 공간 형태를 갖는다. 이곳은 지역공동체의 생활의 중심지로, 군사 퍼레이드나 기념식과 행사, 혹은 대중이 모이는 공공장소이다. 하버마스는, 공공장소는 여론이 형성되는 사회적 생활공간이라고 하였다. 이러한 중세 서구의 광장은 대체로 식생이 거의 없는 포장된 공간이었다.

우리의 광장은 ‘광장’이라는 용어를 사용하기 때문에 서구의 전통적인 광장이어야 할까? 광화문광장은 서양의 광장이라는 틀을 빌려 온 것이기는 하지만 우리의 기후 풍토와 환경조건에 맞추어진 공간이어야 한다. 우리는 전통적으로 정자나무(亭子木)이라는 녹음수 아래에서 동네 사람들이 모여서 담소하고 노니는 장소가 있었고, 좀 더 규모가 큰 경우에는 ‘마을숲(임수, 林數)’이라는 숲이 있었다. 이들 공간에서 모임과 담소, 쉼이라는 활동을 해 왔다.

우리는 햇빛을 찾아 다녀야 하는 서구인들과는 달리 1년 중 최소한 6개월 이상은 햇빛을 피해야 하고, 나머지 6개월은 햇빛을 찾아가야 한다. 여름에는 그늘, 겨울에는 양지가 필수적이다. 그렇기 때문에 우리의 광장은 계절적 조건을 만족시키는 공간이 되어야 한다. 현재 사용하고 있는 광화문광장만 해도 그늘이 없는 설계안으로 조성한 후에 여론에 떠밀려 기능성도 약하고, 조형성도 없는 어색한 그늘시설을 덧들여 현재처럼 우스운 모양새가 되었다. 그늘의 도입은 필수적이다.

광장에 나무를 심는 것을 피하는 것은, 광장의 개방감과 모임이라는 기능이 떨어지게 될 것이라고 우려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나무의 크기와 심는 간격을 조정하면 아무 문제가 없다. 예를 들어, 광장에 가지 아래의 높이(지하고, 枝下高)가 2.5미터 이상 확보되고, 심는 간격을 10미터로 하여 적절한 나무를 심게 되면 서구식 광장의 기능도 훌륭하게 해 낼 수 있다.

필자가 시민광장을 계획한다면, 나무를 심겠다. 식재설계를 위한 중심 개념은 한민족이 전통적으로 사용해 온 숫자 3과 9, 그리고 백의민족이라는 상징성을 사용하겠다. 개념의 구현을 위해서 시민광장 공간을 3개의 커다란 식재 구역으로 나누고, 각 구역은 한 수종을 9줄로 식재한 공간으로 만든다. 식재 구역 간에는 적절한 이격공간을 두어 광장의 개방감을 키우고, 햇빛과 바람이 통하도록 한다. 각각의 식재공간에 심을 수종은 비교적 오래 살고, 거목으로 생장하고, 제 나름의 형태적 특성을 가지고 있으면서 도시 환경 속에서도 잘 자랄 수 있는 것을 기준으로 선택한다.

식재설계의 구현은 동서방향으로 9미터 간격으로, 남북방향으로 역시 9미터 간격으로 9줄로 한다. 3가지 수종은 소나무, 느티나무, 이팝나무로 한다. 소나무는 도시 환경에 적합한 수종이라고 하기는 어렵지만, 역사적으로 오랫동안 우리와 함께 해 온 우리의 상징수목이다. 붉은 줄기에 초록색 수관을 지닌 늘 푸른 소나무는 예로부터 우리가 태어나서 성인이 되고 죽음에 이르기까지 우리 삶의 한평생과 함께 하는 나무이다. 느티나무는 우리의 전통적인 정자나무이다. 전국적으로 널리 분포하며 도시공간에서도 잘 크고 있다. 여름철 그늘과 더불어 붉은색, 노란색 단풍의 아름다움, 낙엽 진 겨울철에는 굵은 가지에서 작은 가지에 이르기까지 질서정연한 섬세함을 보여준다.

나머지 한 수종은 이팝나무인데, 원래 우리나라 남부지방에서 생장하는 낙엽성 수종이지만 현재는 가로수로 전국적으로 널리 심고 있다. 그래도 중부지방의 겨울철 혹한에서 견디어 낼 수 있을까라는 염려에서 자유로울 수는 없다. 다만, 지난 10년간 서울이북 지역에서도 월동한 것을 감안한다면 가능하리라 생각한다. 봄철에 나무 가득 흰 꽃을 피워 내 백의 민족의 상징성으로 부족함이 없다. 여름철엔 풍부한 녹음을 드리우며, 낙엽 진 겨울철에는 그림 같은 성근 가지 뻗음의 특징을 잘 보여준다. 이렇게 북쪽에서부터 느티나무, 소나무, 이팝나무 순으로 식재공간을 구성하여 녹색지붕을 가진 광장 공간을 형성하게 한다.

시민광장에 아무런 조형물도 시설물도 두지 않고 단순하게 식재 공간만을 조성한다면, 사람들은 무릎담요 한 장을 들고 나와 깔고 앉고, 눕고 하면서 여유롭게 도시의 숲공간이 형성하는 광장을 즐길 것이다. 나무에 기대어서 느껴보라 행복하지 않은가, 나무가 있는 광장은 낭만이 넘치게 될 것이다.

필자는 강원대 조경학과에서 30년간 식재설계를 가르쳤고, (사)한국조경학회 내의 조경식재연구회 회장을 지냈다.

편집 : 심창식 편집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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