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라산에서 시작하여 임진각까지 33일간 탈핵희망국토도보 순례길 이어져

▲ MBC투쟁에 앞장 섰던 김민식 PD도 탈핵 순례길에 동참하여 눈길을 끌었다.

지난 1월 11일 한라산 백록담에 올라 시작한 2019 겨울 탈핵 국토 도보 순례가 2월 24일 임진각에 도착하여 천주교 탈핵 미사와 기자회견을 끝으로 33일간의 일정을 모두 마쳤다.

이번 탈핵 순례는 '한라에서 백두를 넘어 핵 없는 세상'이라는 슬로건을 내걸고 시작되었다. 지난 2013년 6월 6일부터 매년 여름과 겨울을 이용하여 1회 30일 내외, 하루 20km 내외를 걸으며 13차에 이르고 있는데, 이번 2월 24일로 그 날수가 367일이고, 총 걸은 거리가 6660.5km에 이른다.

탈핵희망국토도보순례단장이며 독실한 천주교 신자인 강원대 성원기 교수는 "탈핵희망 국토 도보 순례는 한 사람, 한 사람의 의지를 하느님께서 불러 모아서 이루어진 것이다. 하느님께 '저희를 핵의 위험으로부터 구해주십시오.'라는 기도를 하면서 걸었고, 이렇게 열심히 걸으면 하느님께서 그 답을 주실 것이다. 올해 다시 한라산에서 임진각까지 탈핵 순례길을 이어간 것은 남북 정상이 백두산에서 손을 맞잡아 올린 감동을 다시 제주 한라산에서 재연해 주기를 바라는 희망의 표현이기도 하다. 그리고 탈핵 순례길이 임진각을 넘어 백두산까지 이어지기를 희망하는 발걸음이다"라고 밝혔다.

▲ 임진각 광장에서 탈핵 순례 마지막 날 마무리 탈핵 천주교 미사와 기자회견을 가졌다.

탈핵 순례를 마무리하는 천주교 미사 시간에 서강대 신학대학원장이면서 녹색연합의 상임대표이기도 한 조현철 신부는 미사의 강론을 통해 탈핵 문제를 다음과 같이 분석하기도 하였다.

"핵발전 지지자들은 '원전을 안하면 전기요금이 오른다', '세계 원전 시장에 진출할 수 없다'는 논리를 편다. 이런 논리가 먹히는 현실이 안타깝다. 인간의 생존보다 경제 논리를 앞세우는 현실을 받아들이는 사람들이 안타깝다. 핵발전이 필요하다는 논리는 철저히 자본의 논리에 근거한 것이다. 핵발전은 통하여 몇몇 대기업들이 엄청난 이익을 챙기는데, 이런 이익을 챙기기 위하여 생명, 안전은 희생할 수 있다는 논리는 동의할 수 없다.

핵발전소는 생명이냐 안전이냐의 문제 대 자본의 논리이다. 자비는 그리스도인의 현실에서 다양한 방식으로 실천해야 한다. '원수를 사랑하라'고 하였지만 불특정 다수가 위험에 빠지지 않는 것이 다수의 행복이다. 이것이 곧 자비이고 정의인 것이다. 탈핵은 자비의 중요한 내용의 하나이다. 탈핵은 가장 중요한 자비의 실천이다. 탈핵은 재물을 멀리하고 하느님을 섬기는 일이다."


탈핵희망국토도보순례단이 올해 한라산에서 시작하여 임진각까지 이어간 것은 지난해 남북미 정상 회담을 통하여 밝힌 '한반도의 완전한 비핵화' 지지는 물론이고, 이번 제2차 하노이 북미 정상회담의 성공적 개최를 희망하기도 하였다. 그러면서 이들은 한반도만이 아니라 전 세계가 핵무기와 핵발전소도 없이 안전하고 평화로운 세상으로 나가야 한다는 희망을 많은 사람들과 공유하고 싶었던 것이다.

이들은 문재인 정부의 탈원전 정책에 대해서는 신규 핵발전소를 짓지 않겠다는 정책은 환영하지만 아직도 삼척과 영덕의 원전 부지 고지를 해지하지 않은 것은 잘못되었다고 비판한다. 이곳들의 원전 부지 고지를 조속히 해제하기를 바라고 있다. 그리고 문재인 정부가 지난 20년 동안 6800억 원을 들여 개발해온 사용 후 핵연료 재처리 실증시설 건설을 위한 초기 설계를 중단하기도 한 것은 다행이라고 한다.

그렇지만 신고리 5,6호기 건설로 '한국 탈핵'은 2080년에나 가능하다는 것은 매우 잘못되었다고 비판한다. 현재 25기의 핵발전소가 가동되고 있는데, 공사 중인 것들이 완공되면 29기가 되어 핵발전소가 더 늘어난다. 신고리 5,6호기가 지어지면 2080년에야 탈핵이 완성된다. 그 사이에 핵발전 사고가 나지 말라는 법이 없고, 계속 쌓이고 있는 고준위 핵폐기물 문제가 매우 심각하다고 지적하였다. 따라서 문재인 정부는 과감하게 탈핵 정책을 수정하여 2030년에 탈핵이 이루어질 수 있도록 하라고 촉구하면서 독일의 탈핵 정책을 벤치마킹하라고 주장한다.

탈핵희망국토도보순례단은 기자회견을 통하여 "제2차 북미 정상회담의 성공적인 개최를 희망하며, '완전한 비핵화'는 핵무기만이 아닌 핵발전소 폐쇄도 포함되어야 한다"고 요구하기도 하였다. 

▲ 사진의 왼쪽에 서 있는 사람이 탈핵 순례길에 나선 박보영 전직 교장이다.

이번 탈핵 순례길에는 고령의 전직 교장인 박보영씨는 봉와즉염을 앓으면서 몇 차례 병원을 찾으면서도 완주를 하여 보는 이들의 눈길을 끌었다. 생명 평화 춤꾼 박소산 씨는 가는 곳마다 평화의 학춤을 추어 많은 이들의 박수를 받기도 하였는데, 탈핵 순례를 마무리 하는 날에도 임진각 광장에서 생명 평화의 학춤을 추어 주변에 관광온 사람들이 관람하기도 하였다.

마지막날 탈핵희망국토도보순례단의 기자회견에 참석한 천주교 예수회 사도조직위원회 소속인 박유미 씨는 "탈핵은 한국만의 문제가 아니고 일본과 중국 등 동북아의 문제이면서 세계 평화와 안전의 문제이다. 동북아뿐만 아니라 탈핵을 위한 국제 연대가 필요하다."고 이야기 하였다.

▲ 2019 겨울 탈핵 순례의 대미를 장식하고 있는 생명 평화 춤꾼 박소산 씨의 학춤

제주에서 12일간의 탈핵순례를 마치고 이번 광화문에서 임진각까지 이어지는 구간의 탈핵 순례길에 참가한 김해에서 온 김영선 마산창원진해 환경운동연합 활동가는 "요즘 낙동강 보 해체 문제로 지역에서 많은 싸움을 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탈핵 또한 중요한 과제이기 때문에 순례길에 다시 나섰다. 탈핵 순례단이 지나간 자리에는 전단지를 남기는데, 우리가 죽으면 안전한 세상을 남겨야 한다. 내 손녀 딸을 위해서라도 핵으로부터 자유로운 안전과 평화의 세상을 물려주어야 하겠다."고 하여 박수를 받기도 하였다.

정병철 천주교 수사도 틈만 나면 며칠씩 결합하면서 탈핵 순례를 이어오고 있는데, "2015년 전남 장성 탈핵 순례길에서 성원기 교수를 만나 코가 꿰였다. 이제 나는 그 누구 못지않은 탈핵 전도사가 되었다. 지역에 탈핵 그룹스터디를 조직하여 공부를 하고 있다. 우리가 반드시 탈핵 세상을 앞당겨 후대들에게 넘겨 주어야 하겠다."고 말하기도 하였다.

이번 순례길의 박보영 전직 초등교장은 "주로 나이가 많은 사람들이 탈핵에 대하여 잘 이해를 못 하는 것을 안타깝게 생각한다. 전직 교장이라는 사람들도 그렇다. '핵발전을 안 하면 당장 전기가 끊기는 줄 알고, 전기요금이 오르면 어쩌냐?'는 말을 하는 것을 들으며 이번 탈핵 순례길에 나서게 되었다. 아직도 많은 국민들이 핵발전의 위험에 대하여 너무 무지한 것에 대하여 나 같은 사람이라도 이렇게 나서서 알려야 되겠다는 생각으로 탈핵 순례길에 나섰다."고 하였다.

마지막 날에는 금촌 성당, 주엽동 성당, 교하 성당, 천주교 예수회 등의 천주교 신자와 신부, 수녀 등과 '4.27 판문점 선언 DMZ 구간 평화의 띠 잇기" 모임의 최정분 대표, 파주 녹색당 등 파주 지역 주민들, 서울과 부산, 청주, 김해, 대전, 광양, 전주, 삼척 등 전국의 많은 지역에서 60여 명이 함께 걸었다.

▲ 2019 겨울 탈핵순례 마지막 날은 파주 금릉성당에서 임진각을 향해 겉고 있는 탈핵 순례단

한편 이들의 순례길에서 숙박은 주로 순례지의 천주교 성당을 이용한다. 이들의 순례길에서의 비용은 순례자들이 자비 부담도 하지만 천주교 신자들, 또는 '초록교육연대'나 '환경과생명을지키는교사모임'과 같은 시민단체, 순례 지역의 시민, 사회단체, 개인들의 후원으로 이루어진다.

세상을 바꾸기 위하여 애쓰는 사람들의 현장을 찾아 식사를 제공하는 봉사를 하고 있는 밥통은 2월 23일 탈핵 순례길에도 예년과 같이 밥차를 몰고 와 점심을 제공하기도 하였다. 지나가던 택시 기사는 꼬깃꼬깃한 1만 원 권 지폐 한 장을 넣어주기도 하고, 음료수를 사고 건네주고 가는 사람 등 많은 시민들이 도움을 주고 감동을 받기도 한다.

 

편집 : 안지애 편집위원 

김광철 주주통신원  kkc0828@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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