옛날에는 배를 만들 때 어떠한 공구를 사용했을까?
예나 지금이나 사용하는 공구에는 큰 차이가 없다. 몇 가지 안 되는 공구로 배를 만들었어도 마음대로 대해를 항해하고 다녔다. 옛 공구로 일을 한다면 힘도 많이 들고 작업능률도 떨어지겠지만 배를 만드는 데는 별 어려움 없다. 정확하게 알 수는 없으나 공구들은 철기시대로 접어들면서 사용됐을 것이다. 그 공구들이 시대의 흐름에 따라 점차 개량된 공구로 변해 오늘에 이르렀다.
고전번역서인 ‘기측체의(氣測體義)’의 기록을 보면 나무를 깎기 위해 자귀(근,釿)를 만들고 나무를 뚫기 위해 끌(착,鑿)을 만들고, 나무를 평평하게 할 기구로 대패(려,鑢)를 만든다는 기록이 있다. 이러한 공구들이 오랜 세월을 지나면서 모양이 달라지고 지역이나 사용하는 사람들에 의해 각기 다른 이름으로 부르게 돼 본래 명칭을 찾을 수조차 없게 됐다. 그림1과 2는 알기라는 공구로 둘 다 박을 치는 데 사용하는 공구다. 다만 그림1은 판재와 판재를 붙였을 때 박을 치기 위해 틈새를 인위적으로 넓히는 데 사용한다. 그림2는 인위적으로 넓혀 놓은 곳에 댓거울(대끌)이라는 것을 쳐서 넣는 데 사용하는 점이 다르다. 그림 1의 알기가 없을 때는 그림2의 알기만 써도 무방하다.
댓거울이란 삼나무(스기나무) 껍질로 만든 것으로, 배의 물막이용으로 쓰인다. 배 만드는 것의 마무리로 현재는 댓거울을 쓰지만 옛날에는 대 밥으로 틈새를 메우는 작업을 했다고 한다. 대 밥은 대패로 대를 깎아서 나오는 대패 밥을 재료로 하는데 대 밥은 잘 썩지 않고 부드러우며 많이 불어나는 성질이 있기 때문에 빈 틈새를 막으면 물이 새어들지 않는다고 한다.
그림3은 공구상자다. 목수들은 이 상자를 연장 케상이라고 한다. 이 상자에 대한 특별한 설명이야 필요하지 않겠지만 대략 30여 년 된 상자로 말로는 표현할 수 없는 것들이 숨겨져 있다.
그림4와 그림5는 ‘만냇기’라고 하는데, 어느 나라 말인지는 알 수 없다. 이 공구가 쓰이는 용도로 본다면 트잽이, 트렁개라고 할 수 있을 것 같다. 일본어로는 ‘이기리스(イキリス)’라고 하는데 만냇기란 이름이 어디에서 왔는지는 알 수가 없으나 입에서 입으로 전해지면서 만력기(萬力機)라는 한자어의 이름이 잘못 전해졌을 것이라 생각한다. 이 공구는 판재와 판재를 붙일 때나 나무를 휘게 할 때 사용한다.
만냇기가 나오기 전에는 그림6처럼 줄을 걸어 가운데에 나무를 끼어서 그 나무를 돌려 줄이 줄어들게 해 벌어진 틈새가 조여지도록 했다. 그림7은 꺽쇠다. 배의 삼 등을 붙일 때 휘어진 판재를 걸어서 밖으로 더 나가지 못하게 해놓고 못을 칠 때 사용한다. 두 개의 판을 붙이려 할 때 트잽이가 없다면 꺽쇠를 두 판에 박고 친다. 그림7처럼 꺽쇠의 끝이 밖으로 비스듬히 펴져 있기 때문에 치면 칠수록 판의 사이는 밀착되기 때문에 트잽이 대용으로 쓰기도 한다.
그림7은 목수들이 일반적으로 쓰는 꺽쇠고 그림8은 ‘거멀못(鉅未釘, 巨勿釘)’이라고도 하는 꺽쇠다. 가구, 뒤주 등에 사용했다. 그림9는 도끼(부, 斧)다. 목수에게 어느 공구 하나 중요하지 않은 것이 없지만 없어서는 안 될 공구 중 하나다. 지금이야 그렇지 않지만 옛날에는 통나무를 도끼로 깎아서 필요한 규격으로 만들어 사용했기에 몹시 중요시했다. 그래서 도끼의 날이 상할까 무척 조심했다. 사용하기도 무척 어려운 공구 중 하나다.
그림10은 ‘구지 못 조임 쇠(누이 못 조임 쇠, 못 다짐이)’다. 목수들은 구기시메로 부르고 있으나 쿠기쯔메란 일본식 이름이 입으로 전해오면서 우리말은 없어지고 구기시메로 잘못 전해진 것 같다. 배 만드는데 사용하는 못은 일반 철 못(둥근 못)과 다르기 때문에 이러한 보조 공구가 없으면 못을 칠 수가 없다. 못을 박기 위해서는 그림11과 같이 끌로 파내고 그곳에 못을 박기 때문에 못 머리에 대고 칠 공구가 필요한 것이다. 그래서 그림10과 같은 조임 쇠가 있어야 한다.
그림12와 그림13을 그림11과 연관 지어서 생각하면 이해가 쉬울 것이다. 즉 그림 11처럼 파놓은 구명에 그림12와 같이 구기사시(구지끌)로 구멍을 뚫은 다음 그림13과 같이 구지 못을 박는다. 망치로 더 이상 칠 수 없을 때 조임 쇠를 대고 친다.
그림14와 15는 톱(거, 鉅)이다. 톱이야 모르는 사람이 없겠지만 두 개의 톱은 각기 용도가 다르다. 그림14는 실톱(칼톱, 송곳톱)이라고 한다. 두 개의 판재를 붙일 때 틈새가 잘 맞지 않으면 잘 맞지 않는 부분에 톱을 넣고 잘 맞는 쪽으로 톱질을 해가면 톱이 지나가는 자리만큼 붙게 돼 있다. 한 번으로 부족하면 여러 번 반복해 맞춘다. 그림15는 그냥 나무를 자르는 데 사용하는 톱이다.
그림16은 각도기(주가내)다. 이 공구는 배의 밑과 부자리 삼을 붙일 때 각도를 재는 데 쓰인다. 이 공구의 사용법에 대해서는 다음에 자세히 설명할 것이다.
그림17은 ‘활비비’라고 하는 공구다. 요즘 말로는 ‘기리(드릴)’라고도 한다. 구멍을 뚫는 데 사용한다. 그림에서 보는 것처럼 원형의 구멍에 나무를 끼우고 오른쪽으로 돌려서 구멍을 뚫는다. 요즘이야 전기 드릴로 쉽게 구멍을 뚫지만 활비비를 사용할 때에는 하나의 구멍을 뚫기 위해서 많은 힘과 시간이 들었다.
그림 18은 대패(鐋)다. 대패(탕, 鐋)는 사용할 나무의 면을 곱게 다듬는 데 쓰는 공구다. 그림에서 보이는 것처럼 대패의 길이에 따라서 다듬는 면의 고르기가 달라진다. 즉 대패의 길이가 길면 닿는 면이 길기 때문에 긴 대패로 밀면 굴곡이 없어지는 것이 짧은 대패에 비하여 훨씬 곱게 다듬어진다. 그래서 짧은 대패로 초벌(겉칠은 것)을 다듬고 긴 대패로 마무리한다고 생각하면 된다. 그림19는 구기사시라고 하는데 우리말은 아니다. 우리말로는 구지 끌이라고도 하고 누이 못 끌이라고도 한다. 일본 발음이 구전으로 전해지면서 나타난 현상이다. 우리는 이렇게 다르게 부르고 또 그것이 틀린 줄 알면서도 그것을 바로잡지 못하고 그대로 쓰고 있다. 하루라도 빨리 바로잡아야 한다.
※사진 출전: 瀨戶內の漁船.廻船と船大工調査報告/ 우리배의 역사/ 조선시대의 못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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