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그림1 틈새를 넓히는 데 쓰는 알기
▲ 그림2 박을 치는 데 쓰는 알기

옛날에는 배를 만들 때 어떠한 공구를 사용했을까?

예나 지금이나 사용하는 공구에는 큰 차이가 없다. 몇 가지 안 되는 공구로 배를 만들었어도 마음대로 대해를 항해하고 다녔다. 옛 공구로 일을 한다면 힘도 많이 들고 작업능률도 떨어지겠지만 배를 만드는 데는 별 어려움 없다. 정확하게 알 수는 없으나 공구들은 철기시대로 접어들면서 사용됐을 것이다. 그 공구들이 시대의 흐름에 따라 점차 개량된 공구로 변해 오늘에 이르렀다.

고전번역서인 ‘기측체의(氣測體義)’의 기록을 보면 나무를 깎기 위해 자귀(근,釿)를 만들고 나무를 뚫기 위해 끌(착,鑿)을 만들고, 나무를 평평하게 할 기구로 대패(려,鑢)를 만든다는 기록이 있다. 이러한 공구들이 오랜 세월을 지나면서 모양이 달라지고 지역이나 사용하는 사람들에 의해 각기 다른 이름으로 부르게 돼 본래 명칭을 찾을 수조차 없게 됐다. 그림1과 2는 알기라는 공구로 둘 다 박을 치는 데 사용하는 공구다. 다만 그림1은 판재와 판재를 붙였을 때 박을 치기 위해 틈새를 인위적으로 넓히는 데 사용한다. 그림2는 인위적으로 넓혀 놓은 곳에 댓거울(대끌)이라는 것을 쳐서 넣는 데 사용하는 점이 다르다. 그림 1의 알기가 없을 때는 그림2의 알기만 써도 무방하다.

댓거울이란 삼나무(스기나무) 껍질로 만든 것으로, 배의 물막이용으로 쓰인다. 배 만드는 것의 마무리로 현재는 댓거울을 쓰지만 옛날에는 대 밥으로 틈새를 메우는 작업을 했다고 한다. 대 밥은 대패로 대를 깎아서 나오는 대패 밥을 재료로 하는데 대 밥은 잘 썩지 않고 부드러우며 많이 불어나는 성질이 있기 때문에 빈 틈새를 막으면 물이 새어들지 않는다고 한다.

▲ 그림3 공구상자

그림3은 공구상자다. 목수들은 이 상자를 연장 케상이라고 한다. 이 상자에 대한 특별한 설명이야 필요하지 않겠지만 대략 30여 년 된 상자로 말로는 표현할 수 없는 것들이 숨겨져 있다.

▲ 그림4 만냇기
▲ 그림5 이기리스(イキリス)

그림4와 그림5는 ‘만냇기’라고 하는데, 어느 나라 말인지는 알 수 없다. 이 공구가 쓰이는 용도로 본다면 트잽이, 트렁개라고 할 수 있을 것 같다. 일본어로는 ‘이기리스(イキリス)’라고 하는데 만냇기란 이름이 어디에서 왔는지는 알 수가 없으나 입에서 입으로 전해지면서 만력기(萬力機)라는 한자어의 이름이 잘못 전해졌을 것이라 생각한다. 이 공구는 판재와 판재를 붙일 때나 나무를 휘게 할 때 사용한다.

▲ 그림6 트잽이, 트렁개
▲ 그림7 꺽쇠

만냇기가 나오기 전에는 그림6처럼 줄을 걸어 가운데에 나무를 끼어서 그 나무를 돌려 줄이 줄어들게 해 벌어진 틈새가 조여지도록 했다. 그림7은 꺽쇠다. 배의 삼 등을 붙일 때 휘어진 판재를 걸어서 밖으로 더 나가지 못하게 해놓고 못을 칠 때 사용한다. 두 개의 판을 붙이려 할 때 트잽이가 없다면 꺽쇠를 두 판에 박고 친다. 그림7처럼 꺽쇠의 끝이 밖으로 비스듬히 펴져 있기 때문에 치면 칠수록 판의 사이는 밀착되기 때문에 트잽이 대용으로 쓰기도 한다.

▲ 그림8 조선시대의 꺽쇠
▲ 그림9 도끼

그림7은 목수들이 일반적으로 쓰는 꺽쇠고 그림8은 ‘거멀못(鉅未釘, 巨勿釘)’이라고도 하는 꺽쇠다. 가구, 뒤주 등에 사용했다. 그림9는 도끼(부, 斧)다. 목수에게 어느 공구 하나 중요하지 않은 것이 없지만 없어서는 안 될 공구 중 하나다. 지금이야 그렇지 않지만 옛날에는 통나무를 도끼로 깎아서 필요한 규격으로 만들어 사용했기에 몹시 중요시했다. 그래서 도끼의 날이 상할까 무척 조심했다. 사용하기도 무척 어려운 공구 중 하나다.

▲ 그림10 구지 못 조임 쇠(クギシメ,쿠기쯔메)
▲ 그림11 파놓은 못구멍

그림10은 ‘구지 못 조임 쇠(누이 못 조임 쇠, 못 다짐이)’다. 목수들은 구기시메로 부르고 있으나 쿠기쯔메란 일본식 이름이 입으로 전해오면서 우리말은 없어지고 구기시메로 잘못 전해진 것 같다. 배 만드는데 사용하는 못은 일반 철 못(둥근 못)과 다르기 때문에 이러한 보조 공구가 없으면 못을 칠 수가 없다. 못을 박기 위해서는 그림11과 같이 끌로 파내고 그곳에 못을 박기 때문에 못 머리에 대고 칠 공구가 필요한 것이다. 그래서 그림10과 같은 조임 쇠가 있어야 한다.

▲ 그림12 못 구멍 뚫기
▲ 그림13 못 박기

그림12와 그림13을 그림11과 연관 지어서 생각하면 이해가 쉬울 것이다. 즉 그림 11처럼 파놓은 구명에 그림12와 같이 구기사시(구지끌)로 구멍을 뚫은 다음 그림13과 같이 구지 못을 박는다. 망치로 더 이상 칠 수 없을 때 조임 쇠를 대고 친다.

▲ 그림14 실톱
▲ 그림15 자르는 톱

그림14와 15는 톱(거, 鉅)이다. 톱이야 모르는 사람이 없겠지만 두 개의 톱은 각기 용도가 다르다. 그림14는 실톱(칼톱, 송곳톱)이라고 한다. 두 개의 판재를 붙일 때 틈새가 잘 맞지 않으면 잘 맞지 않는 부분에 톱을 넣고 잘 맞는 쪽으로 톱질을 해가면 톱이 지나가는 자리만큼 붙게 돼 있다. 한 번으로 부족하면 여러 번 반복해 맞춘다. 그림15는 그냥 나무를 자르는 데 사용하는 톱이다.

▲ 그림16 각도기(주가내)

그림16은 각도기(주가내)다. 이 공구는 배의 밑과 부자리 삼을 붙일 때 각도를 재는 데 쓰인다. 이 공구의 사용법에 대해서는 다음에 자세히 설명할 것이다.

▲ 그림17 활비비(드릴, 기리)

그림17은 ‘활비비’라고 하는 공구다. 요즘 말로는 ‘기리(드릴)’라고도 한다. 구멍을 뚫는 데 사용한다. 그림에서 보는 것처럼 원형의 구멍에 나무를 끼우고 오른쪽으로 돌려서 구멍을 뚫는다. 요즘이야 전기 드릴로 쉽게 구멍을 뚫지만 활비비를 사용할 때에는 하나의 구멍을 뚫기 위해서 많은 힘과 시간이 들었다.

▲ 그림18 대패
▲ 그림19 구기사시(구지끌)

그림 18은 대패(鐋)다. 대패(탕, 鐋)는 사용할 나무의 면을 곱게 다듬는 데 쓰는 공구다. 그림에서 보이는 것처럼 대패의 길이에 따라서 다듬는 면의 고르기가 달라진다. 즉 대패의 길이가 길면 닿는 면이 길기 때문에 긴 대패로 밀면 굴곡이 없어지는 것이 짧은 대패에 비하여 훨씬 곱게 다듬어진다. 그래서 짧은 대패로 초벌(겉칠은 것)을 다듬고 긴 대패로 마무리한다고 생각하면 된다. 그림19는 구기사시라고 하는데 우리말은 아니다. 우리말로는 구지 끌이라고도 하고 누이 못 끌이라고도 한다. 일본 발음이 구전으로 전해지면서 나타난 현상이다. 우리는 이렇게 다르게 부르고 또 그것이 틀린 줄 알면서도 그것을 바로잡지 못하고 그대로 쓰고 있다. 하루라도 빨리 바로잡아야 한다.

※사진 출전: 瀨戶內の漁船.廻船と船大工調査報告/ 우리배의 역사/ 조선시대의 못

마광남 주주통신원  wd3415@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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