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4인의 봄
김형효
왔어요. 왔어요.
물 속 세상에서 왔어요.
내가 낳고 자란 지상에 왔어요.
어머니의 나라가 된
아버지의 나라가 된
나의 고국이 되어버린 지상에 왔어요.
봄도 함께 왔어요.
봄과 함께 왔어요.
우리들의 봄날을 살았던 그날은 순간인 듯 찰나인 듯
벌써 1072일이래요.
이제 내 나라인 듯 물 속에서 보낸
세 차례의 사계절은 멀고 먼 옛날로 억겁의 세월처럼 가고
어머니의 통곡소리 파도에 실려 울어오던 날
우리도 함께 거친 파도가 되어 울었어요.
오늘은 지치고 지쳐
봄비로 울어요.
그렇게 지상을 찾아 왔어요.
지상의 사람들에 인사하 듯 우리가 봄비로 왔어요.
이제 곧 우리들에 눈물로 피는 꽃들이 산지사방에 필 거에요.
왔어요. 왔어요.
봄비로 왔어요.
우리들 304인의 고국에 봄도 함께 왔어요.
*봄날의 메모 : 절기상 봄이 오고 있고 들에 새싹이 돋고 산지사방에 꽃이 필 채비를 하며 꽃망울이 맺혔다. 하지만 꽃망울보다 단단하게 옹이 박혀버린 세월호 희생에 대한 아픔은 봄을 반갑게 맞이하기에는 너무 철없어 보이는 것이 현실이다. 우리 한국인에게는 피할 수 없는 숙명처럼 아픈 잔영으로 길고 긴 세월을 품고 가야할 이 아픔을 언제나 당당히 넘어설 수 있을까?
- 2019년 3월 25일 아침 김형효
[편집자 주] 김형효 시인은 1997년 김규동 시인 추천 시집 <사람의 사막에서>로 문단에 나왔다 <사막에서 사랑을> 외 3권의 시집을 냈다. 산문집 <히말라야, 안나푸르나를 걷다>, 한·러 번역시집<어느 겨울밤 이야기>, 2011년 네팔어, 한국어, 영어로 네팔 어린이를 위한 동화 <무나 마단의 하늘(네팔 옥스포드 국제출판사)>외 2권의 동화도 출간했다. 네팔어 시집 <하늘에 있는 바다의 노래(뿌디뿌란 출판사>도 출간했으며 현재 한국작가회의, 민족작가연합 회원이다.
편집 : 양성숙 편집위원
한겨레신문 주주 되기
한겨레:온 필진 되기
한겨레:온에 기사 올리는 요령