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메, 꽃!

       정영훈

 

춘삼월 다가도록
꽃 구경 못하고,
겨울 장막같은 일과 시비
갇혀 있다가
 

에이는 마음 안고
일산 명지병원 가는 길
창밖 꽃에
화들짝 탄성 나오네.
"오메, 꽃이 피어부렀네!"
 

그 새
개나리꽃 피었네.
새하얀 벚꽃, 목련도 피었네.
어느새, 불현듯
눈부신 봄꽃 피었네.


꽃 필 것 같지 않은
우중충한 나날
교활한 황사류 미세먼지
사방에 가득하고
입 열면 악취 날리는
분통의 망언과
국민마녀 나베 바람.
수꽹이*, 태성이* 부대들은
신성한 광장을 점령할 듯
좀비스런 아우성.
 

게다가 함께였던
사랑이며 동지는
내 가녀린 풀
곧은 나무 주변에
매서운 꽃샘추위 보내지 않았던가.
 

그 얼음장 틈새로
새순 돋아나고 있는 줄 몰랐네.
저리도 아름다운 꽃
활짝 피어난 줄 몰랐네.
 

"오메, 꽃!"
봄꽃 피었네.
희망꽃 피었네.
목련같은 환자의 머리맡에도
재활의 꽃빛 반짝이고
돌아오는 길 사방
꽃으로 가득하네.

 

*수꽹이: 수구꼴통 xx광이의 합성 조어
*태성이: 태극기+성조기+이슬라엘기의 합성 조어

(2019.3.30)

 

편집, 사진 ; 양성숙 편집위원

정영훈 주주통신원  jyhkjmn@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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