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 잃고 외양간을 고친다.” 재난을 당한 후에 우리가 꼭 하는 말이다. 그런데 그렇게 하기는 하는가? 2000년에 동해안 백두대간을 중심으로 대형 산불이 있었다. 2005년에도 역시 같은 지역에서 대형 산불이 났다. 소중한 문화유산도 잃었다. 2019년에도 역시 같은 지역에서 산불이 있었다.

나라에서는 특별재해지역으로 선포를 검토하고 있다. 검토한다지만 선포하는 것이 맞다. 그동안 크고 작은 산불이 났지만 그 산불로 인해 얻은 우리의 교훈은 무엇인가, 소 잃고 외양간을 고치기는 했는가 묻고 싶다. 우리는 산불을 안이하게 생각하고 있다. 산불이 나면 산림청, 특히 산림항공본부 소방헬기의 맹렬한 활약 덕으로 그럭저럭 유지해 왔다. 그러나 이렇게 열심히 해도 역부족인 경우가 있다. 바로 지난 2000년, 2005년, 그리고 2019년 산불이다.

사람이 노력을 해도 되지 않은 부분은 자연의 위력이 더해졌을 경우이다. 이 3번의 산불은 그 유명한 양양-간성지역 일대의 바람인 ‘양간지풍’이라는 자연력과 결합되어 있다. 자연력과 결합된 재해는 예방할 수 없는 것일까? 쉽지는 않겠지만 다른 분야로 눈을 돌려 보면 댐 혹은 하천 개수 사업에서 우리는 100년 홍수주기를 고려한 사업을 시행한다. 100년에 한번 올 수 있는 대형 수해를 고려하여 지금 여기서 방비를 하는 것이다. 만약을 대비하는 것이다.

그런데 산림분야는 어떤가? 100년의 홍수 주기와 같은 주기는 고려할 수 없겠지만 지난 20년의 경험에서 보아 충분한 대비가 필요한 것 아닐까? 오히려 지금의 경험으로 보면 100년 주기 홍수를 대비하는 경우보다 훨씬 더 중요한 것이 산불에 대한 대비라고 할 수 있다. 산불은 주기가 없기 때문이다 전국토의 64%가 산지이므로 언제, 어디서나 대형 산불로 발생할 가능성은 상존하고 있다. 대비가 필요한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소를 잃었어도 외양간은 고쳐야 한다.

그동안 우리는 외양간을 고쳤을까? 아니다. 우리는 외양간을 고치지 않았다. 왜, 고치지 않았을까? 소위 경제적 논리라는 것을 내세우는 예산부처가 발목을 잡은 것이다. 그러나 그들이 얘기하는 경제적 논리란 무엇인가? 목재라는 자원의 가치가 낮기 때문에 산에 투자를 혹은 산불을 방지하는데 예산 투자를 하지 못하게 하는 것이다. 대형 산불을 통해서 우리는 이러한 재난이 인재(人災)임을 바로 보아야 한다. 이번 산불에서도 우리의 피해 액수는 어마 어마하다.

예산부처에서 산불대책에 예산을 조금씩 늘려 주어 왔다면 이러한 재난을 피하거나 적어도 상당부분 경감할 수 있었을 것이다. 예산을 늘려 주지 않았기 때문에 증액해 줄 예산보다 수 십, 수백 배가 넘는 예산이 투자 되어야 하고, 헤아릴 수 없는 고통을 겪게 하는 것이다. 산에 예산을 투입하는 것은 결코 헛돈 쓰는 것이 아니다. 이미 우리는 우리가 가지고 있는 산림으로 해서 126조원(2014년 기준)의 공익적 가치를 누리고 있다. 산림이 산불로 소실된다면 맑은 공기 생산, 수자원 함양, 토사 유출 방지, 산림휴양 등의 공익적 가치는 일거에 사라지고 만다.

피해 지역 주민이 직접 겪는 고통은 계산도 할 수 없다. 산림이 황폐했던 1950년대 60년대를 살아 본 우리는 지금의 산림이 얼마나 소중한지 실감하고 있다. 산림이 가지고 있는 공익적 가치는 산림이 우거질 대로 우거진다고 해서 높아지는 것이 아니다. 공익적 가치는 숲을 제대로 관리해 줄 때 높아진다. 그리고 제대로 관리하지 않은 숲은 산불과 같은 재해가 발생하게 되면 오히려 더 큰 재난을 불러 오게 된다. 산림이 헐벗었던 시절에는 오히려 대형 산불은 없었다.

숲이 우거진 만큼 우리는 산림재해에 대한 대비를 더욱 더 해야 한다. 부디 예산부처에서 산림의 공익가치를 지키고 증진시키기 위한 예산으로 공익가치의 1%만이라도 산림에 더 투자 할 수 있게 해 주기 바란다. 산림청도 산림의 대형 재난에 책임이 없다고 할 수 없다. 그동안 숲가꾸기 사업을 얼마나 강도 있게 해 왔고, 대형 산불 경험을 통해서 방화 수림대 조성에 얼마나 노력을 기울였는지 살펴봐야 할 것이다. 또 재난에 대비하여 야간에 운영할 수 있는 헬기나 대형 헬기 도입에 얼마나 적극적이었는지 돌아 봐야 한다.

산림 정책은 기본이 심고 가꾸는 것이다. 활용은 그 다음인데 우리는 얼마나 기본에 충실했는가 반성해야 한다. 산림을 유지 관리하면서 심고 가꾸기 보다는 활용에 치우친 점은 없는지, 불요불급한 사업을 우선 시행하고 있지나 않은지 산림정책의 전반을 균형 있게, 우선순위에 맞게 살펴보아야 할 것이다.

끝으로, ‘얼마나 정확하게 물을 뿌려 주는지 모르겠다’던 주민의 칭찬을 산림항공본부의 헬기 조종사 여러분에게 전해 주고 싶다. 산불로 인한 재난에 가슴이 답답하지만, 그래도 당신들이 흘린 땀이 있어서 우리는 든든하다.

편집 : 심창식 편집위원

박봉우 주주통신원  pakbw@kangwon.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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