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등산국립공원 깃대종 털조장나무를 찾아서

이호균 주주통신원l승인2019.04.10l수정2019.04.10 11: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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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무등산국립공원 생태계를 대표하는 깃대종 털조장나무, 요즈음 개화가 한창이다.

이맘때 꽃이 피는 털조장나무가 있다. 같은 녹나뭇과의 낙엽 떨기나무이지만 생강나무와 비슷하면서도 다르다. 생강나무야 분포역이 전국구라서 산에 가면 어디서나 쉽게 만나 볼 수 있다. 요즈음 은은한 향내를 풍기며 노오란 꽃망울을 터뜨리는 생강나무가 한창이다. 하지만 털조장나무는 고향이 남쪽 지역이라서 서울 근교 산에서는 대면할 수 없다. 무등산국립공원 생태계를 대표하는 깃대종(flagship species) 털조장나무는 수달과 함께 2018년 무등산국립공원 기념주화로 발행된바 있어 그 이름이 일반에게 알려졌다.

▲ 무등산국립공원 자연환경의 아름다움과 생태 보전의 미래 가치를 널리 알리기 위해 2018년 발행한 기념주화, 뒷면(좌)에 수달과 작은 원 속에 털조장나무가 들어 있다.

 꽃이 핀 털조장나무가 보고 싶다. 사진으로만 보았지 여태까지 현장에서 실체를 만나 보지 못했다. 광주가 고향인 꽃동무를 부추겨 우린 무등산에 가기로 작정했다. 며칠 전 단짝 꽃동무 다섯이 8시 40분 수서역 출발 SRT를 탔다. 별로 빠른 것 같지도 않은데 불과 한 시간 반 만에 우리는 광주 송정역에 도착했다. 광주광역시민이 아닌데도 주민등록증만 가지고 쉽게 경로우대 토큰을 받아 지하철을 무임승차했다. 시민들의 거룩한 희생으로 민주화의 횃불을 밝힌 빛고을 광주, 참으로 살맛나는 도시로 정감이 간다. 금남로역에서 하차, 다시 버스로 환승하여 무등산 옛길 들머리에 도착, 본격적으로 식물 탐사를 시작했다. 아직은 일러 꽃이 핀 나무는 길마가지나무, 진달래, 생강나무가 고작이다. 개구리발톱은 해가 뜨지 않아서일까 꽃망울이 벌어지지 않은 채 바닥에 깔려 있는데 보춘화 춘란 한 촉이 봄이 왔음을 알린다.

▲ 춘란, 보춘화 한 촉이 무등산에도 봄이 왔음을 알린다.

 무등산 옛길에 들어서자 사전 답사까지 한 꽃동무가 여기 이게 바로 털조장나무라고 알려 준다. 바로 옆 큰 나무에 감시 카메라까지 설치해 놓은 것만 봐도 털조장나무가 무등산 깃대종으로 보호 받고 있음을 증명한다. 산사면 전석지에 다른 낙엽수와 함께 자라는데 개체수가 그리 많지 않다. 우리는 조심스럽게 꽃, 가지, 줄기, 전체 부분부분 정성들여 사진을 찍었다. 잎은 아직 나오지 않아서 제대로 관찰할 수 없다. 작년에 달렸던 묵은 잎이 남아 있어 그거라도 카메라에 담았는데 긴 타원형이라 원형에 가까운 생강나무의 잎과는 사뭇 달라 보인다. 노란 꽃 모양은 생강나무와 별 차이가 없지만 가지에 달리는 위치가 다르다. 한결같이 가지 끝부분에 달린 뾰족한 잎눈 바로 아래쪽에는 노란 꽃차례가 에워싸고 있다. 이와 달리 생강나무는 대개 가지 중간 중간에 꽃차례가 달린다. 생강나무가 그러하듯 털조장나무도 암수딴그루에 꽃이 피는데 아쉽게도 암그루 꽃을 관찰하지 못했다. 보통 암그루가 수그루에 비해 훨씬 드물기 때문이다.

▲ 털조장나무 꽃차례는 가지 끝에 달리는데 아래쪽에서 잎눈을 에워싸고 있다.

 국명 ‘털조장나무’는 정태현, 도봉섭, 심학진의 《조선식물명집(조선식물연구회, 1949)》에서 비롯한다. 털이 있는 조장나무라는 뜻이며 녹나뭇과의 생강나무속(Lindera)에 해당한다. 국가표준식물목록에는 털조장나무와 같은 속에 ‘산조장나무(Lindera reflexa Hemsl.)’라는 재배식물이 있다. 중국식물지에서 학명 “Lindera reflexa Hemsl.”으로 검색해 보니 녹나뭇과의 낙엽 관목 혹은 소교목 ‘산강(山橿, shan jiang)’이 나오는데, 지역에 따라 조장(钓樟), 감강(甘橿), 생강수(生姜树) 등으로도 부른다고 한다. 또한 중국 운남성 서부지역에 녹나뭇과의 상록 활엽 소교목으로 어린 가지에 황갈색 털이 밀포하는 모병조장(毛柄钓樟, Lindera villipes H. P. Tsui.)이라는 나무가 분포한다. 둘 다 녹나뭇과 나무이지만 우리나라에는 분포하지 않는 수종이다. 이로 보아 ‘털조장나무’라는 국명은 우리나라의 생강나무와 유사한 중국의 ‘조장(钓樟)’ 혹은 ‘모병조장(毛柄钓樟)’에서 유래한 것으로 추정된다. 혹자는 한자 ‘조(釣, 낚시)’와 ‘장(樟, 녹나무)’에서 유추하여 ‘꽃차례가 낚싯대 모양과 유사한 녹나무의 일종’ 이라는 뜻에서 ‘釣樟나무’라는 국명이 유래한 것으로 추정하기도 한다. 그러나 털조장나무에서 낚싯대 모양을 연상하기가 쉽지 않을 뿐만 아니라 전혀 낚싯대로 사용할 수 없는 떨기나무이기 때문에 억지스럽다.

▲ 가지 끝에 달린 털조장나무의 꽃눈이 털이 많은 잎눈을 아래쪽에서 에워싸고 있다.

 털조장나무는 1846년 학명 “Benzoin sericeum Siebold & Zucc.”으로 처음 정당 공표되었다. 명명자 Philipp Franz Balthasar von Siebold(1976~1866)는 독일의 의사이자 생물학자로서 일본 식물과 동물의 고유종을 연구한 사람이다. 그는 일본에서 수집한 털조장나무 등 많은 일본 식물들을 독일 뮌헨 대학교 식물학과 교수인 동료 Joseph Gerjard Zuccarini(1797~1848)에게 보내어 동정하고 기재하게 하였다. 이 기본명을 1851년 네덜란드-독일 식물학자 Karl Ludwig von Blume(1796~1862)이 속명 ‘Benzoin’을 전이하여 “Lindera sericea (Siebold & Zucc.) Blume”으로 이명 처리하였다. 속명 ‘Lindera’는 스웨덴 식물학자 Johann Lindre(1676~4723)에서 유래한 것으로 녹나무과 생강나무속 식물을 지칭한다. 종소명 ‘sericea’는 ‘비단털 모양의, 비단털이 있는’이라는 뜻인데 털조장나무의 형태적 특성을 반영한 것이다. 털조장나무를 북한에서는 그냥 조장나무라고 한다. 일본에서는 이 나무의 수피에 검은색 반점이 있다고 하여 ‘ケクロモジ[毛黒文字]’라고 부른다. 영어권에는 털이 있으며 열매를 향신료로 쓰는 떨기나무라고 하여 ‘Hairy spicebush’라고 한다.

 분류학상 피자식물문(Magnoliophyta), 목련강(Magnoliopsida), 녹나무목(Laurales), 녹나무과(Lauraceae), 생강나무속(Lindera)에 해당하는 털조장나무는 세계적으로 일본의 혼슈 일부 지역과 시코쿠, 규슈 등과 한국에 분포하는 희귀식물이다. 우리나라에서는 전라남도 조계산, 곤방산, 백아산, 무등산 등과 전라북도 강천산, 모악산 등의 계곡 근처나 산사면 및 숲 가장자리 양지바른 곳에 드물게 자란다. 우리나라에는 털조장나무와 같은 생강나무속(Lindera)에 생강나무, 감태나무, 비목나무, 뇌성목 등이 분포한다.

▲ 생강나무(상)의 꽃은 가지 중간에 달리는데 털조장나무(하)의 꽃은 가지 끝에 달린다.

 털조장나무는 산지 계곡이나 사면에서 자라는 낙엽 떨기나무로 높이 3m쯤 자란다. 나무껍질은 녹색 바탕에 흑갈색 얼룩무늬와 껍질눈이 있다. 2년지는 녹색을 띠고 흑갈색 무늬가 있으며 털이 없으나 어린 가지는 황록색이다. 겨울눈은 털이 있으며 암수구루 모두 중앙부의 길쭉한 잎눈을 몇 개의 둥근 꽃눈이 둘러싸고 있다. 잎은 어긋나며, 장타원형으로 길이 6~12cm, 폭 2~6cm이고, 양면에 털이 있다. 잎끝은 뾰족하고 밑부분은 좁은 쐐기형이며 가장자리는 밋밋하다. 잎 뒷면은 회백색이며, 잎맥 6~9쌍이 뚜렷하다. 잎자루는 길이 5~20mm이며 긴 털이 많다. 꽃은 암수딴그루로 3~5월에 잎겨드랑이에서 나온 산형꽃차례에 황색의 꽃이 모여 달리며 약간의 생강 냄새가 난다. 꽃잎은 6개, 깊이 갈라지며 수꽃은 암꽃보다 크고 많이 달리며 수술이 9개이고, 그 중 안쪽 3개에는 선체(腺體, 꿀샘덩이)가 좌우 1개씩 있다. 암꽃은 수꽃에 비해 약간 작으며, 9개의 헛수술과 1개의 암술대가 있다. 열매는 핵과로 지름 6~8mm의 구형인데 처음엔 녹색이다가 점차 붉은색으로 변해 10월이면 완전히 익어 흑갈색이 된다. 핵은 구형이고 갈색-진한 갈색을 띠는데 밑부분에 무딘 돌기가 있다.

▲ 털조장나무의 잎은 생강나무와 달리 긴 타원형이며 잎끝이 갈라지지 않고 뾰족하다.

 자생지의 현지 주민들은 털조장나무를 생강나무로 부른다고 한다. 그만큼 봄에 피는 꽃만 보고서는 식물을 좀 안다는 사람도 양자를 식별하기 어려울 정도로 생강나무와 흡사하다. 잎이 나기 전 가장 두드러진 차이는 꽃차례이다. 털조장나무 꽃은 가지 끝의 산형꽃차례에 모여 달린다. 그러나 생강나무 꽃은 주로 가지의 중간이나 끝에 모여 달린다. 또한 나무껍질의 색깔로도 알 수 있으니 녹색 바탕의 줄기에 흑갈색 얼룩무늬가 있고 어린 가지가 녹색이면 털조장나무, 오래된 줄기가 회색이고 어린 가지는 짙은 녹색에 흰색 반점 같은 껍질눈이 있으면 생강나무이다. 물론 잎이 나면 그 모양으로 쉽게 구별할 수 있다. 털조장나무는 장타원형으로 잎끝이 갈라지지 않고 뾰족하며, 밑 부분도 쐐기꼴인데 반해 생강나무는 난상 원형에 윗부분이 보통 3갈래로 갈라진다.

▲ 생강나무(좌) 수피는 오래된 줄기가 회색이나 털조장나무(우)는 녹색 바탕의 줄기에 흑갈색 얼룩무늬가 있다.

세계적으로 우리나라와 일본에만 자라는 털조장나무를 국립수목원은 희귀식물 '약관심종'으로 분류한다. 이른 봄 잎이 나오기 전에 피는 노오란 꽃이 아름답고 가을철 흑갈색으로 익는 열매 또한 아름다워 원예자원으로서 가치가 있다. 또한 털조장나무에는 방향성, 살충성의 화학물질인 테르펜(terpene)이라는 성분이 함유되어 있는데 주로 뿌리껍질을 약재로 쓴다. 사람의 자율신경을 자극하여 심신을 안정시키고, 체내 분비를 촉진하며. 두뇌 건강에도 좋은 작용을 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또한 가지와 잎에서 뽑은 기름은 비누 향료로 쓰이고, 줄기를 이용하여 지팡이를 만들기도 한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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