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하늘하늘한 형은 아니다. 하지만 잠시 하늘하늘한 적이 있었다. 사회 첫 발을 내디딘 그 해 봄, 뾰쪽 구두에 치마를 즐겨 입었던 나는 글을 쓴답시고 까딱거리고 다녔다. 감성이나 글재주에서 도저히 따라갈 수 없었던 어마무시 글쟁이들이 드글드글했던 동아리 식구들은 내가 얼마나 웃겼을까?

학교 동산에 하늘하늘 진달래꽃이 피던 그 해 그 봄... 아무 것도 따질 줄 모르고 잴 줄도 몰랐던 그 해 그 봄... 그런 감정은 평생 단 한번밖에 없다는 것을 알지 못했던 그 해 그 봄... 글 솜씨에 반해 좋아했던 한 남학생을 하루 종일 생각했던 그 해 그 봄... 하얀 백지장에 굵은 붓으로 분홍빛 내 마음을 숨김없이 칠해놓던 그 해... 진달래꽃 같이 하늘거리던 봄이 있었다. 겨울을 물리친 포근한 봄바람이 능선을 타고 산을 휘감아 진달래꽃을 피울 때면 그 때 그 철없던 봄이 생각나곤 한다.

▲ 4월 7일 만난 하늘하늘 진달래꽃

예전에 진달래는 개나리처럼 우리 주변 평지나 동산에서 쉽게 볼 수 있었던 것 같은데 지금은 산에나 가야 진달래를 볼 수 있다. 평지에서는 화려한 산철쭉과 영산홍에 그 자리를 내어주고 점점 밀려나 진달래는 척박한 산에서만 살아남은 것 같다.

▲ 진달래 능선 길

북한산에는 봄만 되면 나를 들뜨게 하는 진달래 능선이 있다. 가고 싶어 몸살이 나는 진달래 능선은 지금 가야 제격이다. 진달래꽃은 열흘에서 보름 정도 산을 분홍빛으로 물들이지만, 비가 오거나 바람이 불면 투명하고 여린 꽃잎은 미련 없다는 듯 후드득 떨어지고 말기에 날씨를 잘 타야한다.

▲ 인수봉, 백운대, 만경대를 뒤에 배경삼아 피어있는 진달래꽃

지난 주 북한산 진달래 능선 아래쪽은 꽃이 만개했지만 대동문까지 이어지는 능선 상부는 아직 개화 전이었다. 대동문 가까이는 작은 몽우리만 보였다. 이번 주말(4월 13,14일)에 가면 대동문 가까이서도 활짝 피어있는 진달래꽃을 만날 수 있지 않을까 한다. 어제 비로 능선 초입 진달래꽃은 많이 지고 말았겠지만...

▲ 대동문 가까이 몽우리 진 진달래꽃

진달래꽃 가지를 꺾어 꽃타래를 만들어 앞에 가는 아가씨 등을 가볍게 치면 사랑에 빠지게 된다는 이야기도 있으니, 이 봄에 사랑에 빠지고 싶은 청춘남녀들은 그 하늘거리는 꽃짓으로 유혹하는 북한산 진달래 능선에 한번 왔다 가시길...

진달래 능선 가는 길은 이렇다.

1. 왕복 3시간 산행 : 우이신설선 4.19민주묘지역 하차 -> 4.19탑 지나 백련공원지킴이터에서 오른쪽 방향-> 백련사 지나 올라가면 진달래능선 -> 대동문 -> 하산

2. 왕복 4시간 산행 : 우이신설선 북한산우이역 하차 -> 도선사 방향으로 500m 올라가면 왼쪽에 철문 -> 대동문 방향 진달래 능선 입구 -> 진달래 능선 -> 대동문 -> 하산

3. 왕복 6시간 이상 산행 : 우이신설선 북한산우이역 하차 -> 도선사까지 버스나 택시 -> 영봉, 백운대 방향 -> 백운대에서 대동문방향 -> 대동문 -> 진달래능선 -> 도선사입구 혹은 백련사 방향 하산

▲ 4월 7일 만난 진달래꽃
▲ 진달래꽃 옆의 개나리. 산능선에서는 개나리를 잘 볼 수 없는데.. 누가 꽂아 놓았을까? 자생적으로 자란 걸까? 산개나리는 아닐까? 궁금하다.

진달래는 소나무, 버드나무. 대나무 다음으로 대중가요나, 민요, 가곡에 많이 등장하는 나무라고 한다. 정미조가 부른 김소월 시인의 ‘진달래꽃’을 참 좋아했는데 그 곡은 찾을 수가 없다. 대신 좋아하던 동요를 찾았다.

동요 진달래꽃 : https://www.youtube.com/watch?v=fYT9NEPUMvk
KCM이 부른 마야의 진달래꽃 : https://www.youtube.com/watch?v=h5PvaVZfUzY
백남옥의 가곡 진달래꽃: https://www.youtube.com/watch?v=rlwatqoLcs8
김소월 시인 증손녀 김상은씨가 부른 진달래꽃 : https://www.youtube.com/watch?v=XBK_VR-vz5U

 

편집 : 박효삼 편집위원

김미경 주주통신원  mkyoung60@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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