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정체

짝사랑은 살면서 누구나 한 번씩 경험하게 되는 감정 중의 하나이다. '사랑은 눈물의 씨앗'이라는 노래가사가 있다. 그러면 짝사랑은 무엇인가? 고통의 씨앗인가, 아니면 죽음에 이르는 질병인가? 현대 정신의학에서 볼 때 짝사랑은 공식적으로 질병이 아니다. 스트레스로 인한 불안, 우울, 불면 등 다양한 감정적 신체적 증상이 나타날 경우 그에 따른 의학적 치료를 시행해야 할 상테일 뿐이다.

누군가를 짝사랑한다는 건 가슴 저린 일이다. 짝사랑할 때가 가장 행복한 순간이라고 말하는 사람도 있다. 상상 속에서 혼자 행복해하다가도 현실을 자각한 순간 우울해지는 일이 반복된다. 그러나 반대로 누군가 나를 짝사랑한다면 어떤 느낌일까? 그리 마음편한 일은 아닐 것이다. 기대보다는 부담이 앞설 것이다.

짝사랑은 그 대상이 자신의 마음을 받아주지 않을때 생기는 증상이다. 자신을 외면하는 사람을 가슴에 품는 것만큼이나 슬픈 일이 또 어디 있을까? 아무도 알아주지 않는 고독한 슬픔이기에 가장 순수한 감정이기도 하다. 그러나 원치않는 상대가 나를 짝사랑하고 있다면 그것은 그저 '순수한 고통'에 가까울 것이다. 내가 겨울의 끝자락에 겪은 짝사랑이 그러했다. 

▲ 마음의 형상

한겨울이 지나고 꽃샘추위가 불어 닥칠 즈음 나는 알아차렸다. 누군가 나의 주위를 배회하며 나를 호시탐탐 노리고 있다는 것을. 정체는 알 수 없으나 그 정도는 직감으로 알 수 있었다. 본능적으로 나는 몸을 사렸다. 얼굴에 마스크를 쓰고 목도리를 두르고 옷을 껴입어 몸을 가렸다. 가급적 바깥바람을 쏘이지 않고 외출을 삼가면서 동태를 살폈다.

그런 나의 일거수일투족을 상대는 예의 주시하고 있는 듯했다. 나는 전에도 몇 번 이런 일을 경험한 바가 있다. 어느 해부터인가 아무 이유도 모른 채 나는 이 짝사랑의 희생물이 되고 있었다. 억울한 나머지 법에 호소하기도 했으나, 보수정부는 물론이고 촛불로 탄생한 현 정부에 하소연해도 소용이 없기는 마찬가지였다.

 

편집 : 양성숙 편집위원

심창식 편집위원  cshim777@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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