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향소 가는 길
 

하늘, 바라볼 하늘도 없이
바다, 수심깊은 바다처럼
오늘 대한민국의 지상에는 
바다의 나라에 머문 아이들처럼
침몰한 사람들이 상심한 바다에서
허우적대는 학살의 마귀들을
바라보고 있네.

침묵하는 바다와 하늘이 하나
그렇게 지상의 눈물이 하나 되어
울다가 울다가 지친 울음이 
분노로 일렁이는 거리에서 
너도 나도 상주가 되어 슬픔의 거리에서
학살자들을 바라보네.
우리는 그렇게 하늘이 되고 바다가 되어
숨죽인 우리의 아이와 어른과 청춘을
진자리 마른자리 가리지 않고
거침없이 보듬으러 얼싸 안으러 그렇게
눈물의 거리, 영혼의 거리로 가네.

아! 광화문에 아홉 육신과 영혼이 
활활 타오르는 뜨거운 심장이 되어 
우리를 살리러 오네.
우리는 죽었다네.
1년 365일 날이면 날마다
밤이나 낮이나 학살의 주범들에게 학살 당했네.
오늘 팽목항, 진도앞 바다에서 
304인의 육신과 영혼이 우리를 살리러 오네.
광화문 네거리, 비 오는 거리로 
우리를 살리러 오네.
너도 나도 살리

 

 

[편집자 주]  김형효 시인은 1997년 김규동 시인 추천 시집 <사람의 사막에서>로 문단에 나왔다  <사막에서 사랑을> 외 3권의 시집을 냈다. 산문집 <히말라야, 안나푸르나를 걷다>, 한·러 번역시집<어느 겨울밤 이야기>, 2011년 네팔어, 한국어, 영어로 네팔 어린이를 위한 동화 <무나 마단의 하늘(네팔 옥스포드 국제출판사)>외 2권의 동화도 출간했다. 네팔어 시집 <하늘에 있는 바다의 노래(뿌디뿌란 출판사>도 출간했으며 현재 한국작가회의, 민족작가연합 회원이다.

 

편집 : 양성숙 편집위원

김형효 시민통신원  Kimhj00000@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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