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실을 뒤바꾸는 그놈과 그놈

진실바꾸기 알고리즘의 해독과 해체 김나린 주주통신원l승인2019.04.19l수정2019.04.22 08: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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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 출처 : 별숲 byeolsup@naver.com

한 놈은 컨테이너 박스에 산다.
또 한 놈은 콘크리트 건물에서 산다.

둔탁한 쇳소리를 긁어대는 목소리.
겁박과 교활함으로 가득찬 비열한 눈동자는 쉴 새 없이 요동친다.

거짓자백을 받기 위한 무자비한 발길질과 잔인한 주먹질은 
진실이 바뀔 때까지 계속된다.
사건을 꿰맞추기 위한 오염된 증거는 계속 각색을 거친다.
범죄현장의 자상 크기가 다르자 다른 크기의 칼을 증거로 쥐여주던            
‘재심’ 영화의 야비한 형사와 데쟈뷰(déjà-vu) 되는 두 놈.

닮은꼴의 그 두 놈은
컨테이너 박스와 콘크리트 건물 안에서 수 없이 진실을 조작한다.
물리적인 힘과 정서적인 교란을 겸비한 조작의 술수는
들통나지 않을 때까지 전문가로 불린다.

한 놈은 지능범죄 수사팀 수사관.
한 놈은 학교폭력 담당 부장 교사.

증거빼기, 겁박하기, 증인 없애기, 사실관계 뒤바꾸기.
이 둘은 진실 바꾸기에 ‘꾼’이다.
직업은 다르지만 같은 매뉴얼의 학습을 받은 듯 똑같은 방법의 수작들은
지금껏 작고 큰 성공을 거두며 진실을 바꾸는 힘이 그들의 비열한 성공을
공고히 해왔는지도 모른다.

상처와 억울함으로 피폐해진 피해자에게 컨테이너 박스 놈이 호의롭게 말한다.
'저를 믿고 다 말해주셔야 합니다.
가해자들에게 칼을 휘두르려면 저에게 칼자루를 쥐어주셔야 합니다’
증거로 확인되는 범죄 사실은 뒤로 한 채 유력한 증인이 누군지 캐묻는다.

증거서류에 증인이름 석자를 기재하고 조사는 하지 않는다.
얼마 뒤 가해자들에게 증인 실명이 전달된다.
증인 실명과 증언 내용이 또렷이 적힌 공문서를 받은 직장 기관장인 가해자는
증인을 징계위원회에 회부하고 직위해제를 요구한다.
증인에게 재갈을 물리는 방법은 간단했다. 그리고 처참했다.
직장이나 신분의 위협을 받은 증인이 더 이상 진실을 말하지 못할 거라는 계산은
공공기관의 공문서 형식을 빌려 증인 유출로 사건을 덮는 전문성을 드러내었다.

콘크리트 건물 놈도 이 분야에서는 전문가다.
증인이 누군지 또 묻는다. 관련자들을 불러 모아 호기롭게 얘기한다.
'내가 제보자 찾아낼 수 있다니까요. 찾을 수 있어요' 라며 탁한 눈동자를 굴리며 몇 사람을 응시한다.

제보자 색출 작업에 들어간다.
때론 겁박을... 때론 미끼를 던지며... 그렇게 진실은 휘갈겨 찢겨지고,
침묵의 강요는 가식적인 평화로움을 가져온다.

그 두 놈은 진실과 상처는 중요치 않다.
문제 해결 방법은 피해자와 피해사실을 제거함이 손쉬운 선택이었다.

열일곱의 나이부터 짓밟혀온 금메달을 딴 빙상선수에게 몇 년간 성폭행이 가능했던 것도 가해는 쉽고, 가해를 덮는 방법은 더더욱 쉬운 일이었을지도 모른다.

피해자를 미친년, 꽃뱀으로 몰면 무수히 덮이던 그런 사건 속에
검찰 기소권을 가진 여검사의 진실 폭로는 가해를 덮는 두터운 카르텔을 말해준다.

하지만 불의에 상처받으며 온몸으로 불의한 코드를 터득해 낸
누군가는 나타나게 마련이다.
그들의 비열하고 불의한 코드가 읽혀지는 해독자에 의해
가해자를 위한 비열한 진실바꾸기 알고리즘은 해체될 것이다.

 

*비열한 알고리즘 해체는 정은령 언론학 박사님 칼럼 문장을 인용하였습니다. 

 

편집 : 양성숙 편집위원, 심창식 편집위원

김나린 주주통신원  lala27@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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