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형효 시] 길 이후의 길

김형효 시민통신원l승인2019.05.12l수정2019.05.13 08: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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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길 이후의 길

              김형효
 

어머니와 아버지가 땅에 섰다. 
그 땅을 기어다니던 나는 
어느날 두 발로 
어머니와 아버지가 섰던 땅을 딛고 일어섰다. 
그리고 어느날 두 발로 길을 걷기 시작했다. 
걷다가 걷다가 
어머니, 아버지께서 김을 매듯이 논밭을 살피듯이 
이리저리 세상을 조금은 살펴볼 그때야
나는 어머니와 아버지의 땅을 찾아섰네.
그때야 겨우 알았네.
김을 매며 논밭을 살피는 일이 
농작물을 살피는 일만이 아니었음을
어머니와 아버지께서 김을 매는 일도 논밭을 살피는 일도
자식을 키우는 일이었음을
세상사 시름이 쌓여 어쩌끄나 아슴찬허다야의 탄식이
무슨 뜻인지 이제야 겨우 알 것 같다는
길 이후의 길에 어머니와 아버지가 또 섰네.
그 길도 땅도 내가 마주해야할 것
나는 이제 나의 어린 날처럼 내가 선 땅에서 
기력을 다한 어느날 어머니, 아버지께서 나처럼 내 어린 날처럼
온몸을 다해 움직이며 서는 그 모습을 봐야할 것을

 

편집 : 양성숙 편집위원, 심창식 편집위원

김형효 시민통신원  Kimhj00000@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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