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열당과 애기송이풀은 한국특산식물이자 국가에서 멸종위기 야생생물 II급종으로 지정 보호한다.

한반도에만 사는 생물종 수는?
학자들 연구에 의하면 우리가 살고 있는 지구에는 현재까지 약 150만 종의 생물이 살고 있는 것으로 추정한다. 이들 가운데 우리 한반도에는 약 10만 종의 생물이 살고 있으며, 그 중 약 3만 종만 알려져 기록되어 있다고 한다. 그 중 세계적으로 다른 나라에서는 찾아볼 수 없고 오직 우리 한반도에만 사는 생물종이 있다. 이들을 한국특산종 또는 한국고유종이라 부른다. 국립생물자원관에서는 2015년 한반도 고유생물종 목록을 검토한 결과 2,253종이 사는 것으로 최종 정리한 바 있다.

한반도에만 사는 식물종 수는?
지구에 살고 있는 생물 150만 종 가운데 식물은 얼마나 차지할까? 선태류와 관속식물을 포함한 식물은 약 28만 종, 지구 전체 생물의 약 19%에 해당한다. 그렇다면 우리 한반도에 살고 있는 식물 종은 얼마나 될까? 변종과 품종 등을 모두 포함하면 4000종쯤 되고, 이 중에서도 학술적 의미가 있는 종만 가리면 약 3000종 남짓 된다고 한다. 우리 한반도에 살고 있는 식물 중에서 다른 나라에서는 찾아볼 수 없고 오직 우리나라에만 사는 관속식물 종은 얼마나 될까? 지금까지의 연구 결과에 의하면 남한과 북한을 통틀어 400여 종, 전체의 10%쯤 된다고 한다. 설악산의 금강초롱꽃, 소백산의 모데미풀, 지리산의 히어리, 한라산의 구상나무, 제주도의 제주고사리삼, 울릉도의 섬시호, 충북, 전북 등의 미선나무 등이 대표적인 한국 특산식물이다.

▲ 금강산에서 처음 발견되어 이름 지어진 '금강초롱꽃'은 세계적으로 한국에만 분포하는 고유종이다.

국명 ‘애기송이풀’의 유래
‘애기송이풀’이란 국명은 정태현(鄭台鉉, 1882~1971)의 《한국식물도감(하권 초본부), (1956)》에서 비롯한다. ‘애기-송이풀’로 분석되는데, '애기'는 '애기나리, 애기괭이눈, 애기메꽃' 등에서처럼 원래의 종보다 더 작은 것이나 귀엽다는 뜻을 나타낸다. '송이풀’은 꽃대 끝에 달린 여러 개의 꽃이 한 덩어리를 이루어 피는 풀이란 뜻에서 그 이름이 유래한다. 그러므로 ‘애기송이풀’은 송이풀의 한 종류인데 ‘애기’처럼 작고 귀엽다고 하여 붙인 이름이다. 한편 북한에서는 ‘애기송이풀’이란 국명 대신 박만규의 《우리나라식물명감, (1949)》에서 비롯한 ‘천마송이풀’이란 국명을 정명으로 한다. ‘천마에 나는 송이풀’이란 뜻인데 ‘천마’는 송이풀의 기준표본 채집지인 경기도 개성의 천마산(天摩山)에서 따 온 것이다. 일본명은 복엔시오가마(ボクエンシオガマ)라 하고, 영문명은 ‘Radical-flower lousewort’라고 하는데 뿌리에서 곧바로 꽃이 생겨 나오는 송이풀의 한 종류란 뜻이다.

▲ 애기송이풀은 경기도 개성의 천마산에서 처음 발견되었다 하여 북한에서는 '천마송이풀'이라 부른다.

애기송이풀의 학명
조선총독부에서는 1920년대부터 식민지배의 기초정보 확보를 위해 한반도의 식물을 대대적으로 채집하여 정리한다. 당시 조선의 약용식물을 연구한 일본 학자 이시도야 츠토무(石戶谷勉)는 1936년 5월 17일 경기도 개성의 천마산(天摩山)에서 애기송이풀을 처음으로 채집하여 일본에 보낸다. 이 표본을 기준으로 1937년 쿄토대 식물학 교수 고이즈미 겐이치(小泉源一)와 그 제자인 오오이 지사부로(大井次三郎)가 “Pedicularis ishidoyana Koidz. & Ohwi”라는 학명으로 정당공표한다. 이리하여 한국특산종 애기송이풀은 비로소 출생 신고되어 세상에 빛을 보게 된다. 속명 ‘Pedicularis’는 기생충 이[蝨]를 뜻하는 라틴어 'pediculus'에서 온 말이다. 옛날 유럽에서는 이 송이풀속의 일종인 'Pedicularis palustris'가 무성한 곳에 가축을 방목하면 이가 많이 꼬인다는 데서 유래한 것이다. 종소명 ‘ishidoyana’는 ‘이시도야의’라는 뜻인데 채집자 이시도야 츠토무(石戶谷勉)의 공적을 기리기 위해 붙인 것이다. 그 후 정태현은 《한국식물도감(하권 초본부), 1956)》에서 채집지인 개성의 옛 지명 송도를 넣어 “Pedicularis songdoensis”라는 학명을 사용한다. 그러나 최초 정당하게 출판한 학명만 공식적으로 인정한다는 국제식물명명규약의 우선권 때문에 인정을 받지 못해 쓰이지 않는다.

▲ 일본 학자 이시도야가 채집한 표본을 동경대 학자에 보내 "Pedicularis ishidoyana Koidz. & Ohwi"란 학명으로 정당공표하여 세계의 식물학계에 알려진다.

애기송이풀의 분류
전통적 분류체계에서는 애기송이풀을 피자식물문(Magnoliophyta) 목련강(Magnoliopsida) 현삼목(Scrophulariales) 현삼과(Scrophulariaceae) 송이풀속(Pedicularis)으로 분류해 왔다. 그러나 최근 유전자 분석을 통한 APG III 분류체계에서는 꿀풀목(Lamiales) 열당과(Orobanchaceae) 송이풀속(Pedicularis)으로 분류한다. 열당과 식물은 북반구의 온대를 중심으로 널리 분포하며, 세계적으로 약 14속이 알려져 있다. 우리나라에는 송이풀속, 꽃며느리밥풀속, 야고속, 오리나무더부살이속, 개종용속, 초종용속, 가지더부살이속 등의 7속 정도가 자란다. 이 중 송이풀속은 세계적으로 약 600여 종으로 구성되어 있는데 대부분 북반구 온대 및 아한대 지방에 분포하고 일부가 남미의 고산지대에 자란다. 특히 중국은 360여 종이 분포하여 송이풀속 종 다양성의 보고라 할 만하다. 일본에는 15종, 한반도에는 애기송이풀 외에 큰산송이풀, 큰송이풀, 한라송이풀, 칼송이풀, 만주송이풀, 바위송이풀, 부전송이풀, 송이풀, 그늘송이풀, 이삭송이풀, 구름송이풀 등 12종이 분포한다. 송이풀속의 종들은 줄기가 발달하여 꽃이 달리는 유경종(有梗種)이 대부분이다. 그러나 애기송이풀처럼 줄기가 발달하지 않고 뿌리잎만 있으며, 꽃도 뿌리 끝에서 뿌리잎 사이로 꽃자루가 나와 피는 무경종(無梗種)도 더러 있다.

▲ 다른 초목이 잎이 나기 전에 잎이 나와 4~5월에 꽃이 피는데 줄기 없이 뿌리에서 꽃대가 바로 나온다.

애기송이풀의 분포와 생태
애기송이풀은 전 세계적으로 한반도 중부 이남에 분포하는 한국고유종이다. 북한의 개성 천마산에서 최초 발견된 이래 남한에서는 전라남도 신안군에 그 분포가 처음 알려졌다. 최근 경기도 가평, 포천, 연천, 강원도 횡성, 경상북도 영양, 충청북도 제천 등 10곳에서만 자생지가 확인되고 있다. 그러나 분포지가 극히 제한적이다. 한국특산식물이자 멸종위기 야생생물 II급 종인 애기송이풀은 산지 저지대의 그늘진 북사면 유량이 풍부한 계류 근처 서늘하고 습한 곳에서 주로 생육한다. 여러해살이풀로 생태적으로도 좀 특별하다. 푸른 잎으로 광합성을 하여 생육에 필요한 영양분을 직접 만들기도 하지만 유사시에는 다른 식물의 뿌리에 뿌리를 박아 양분을 얻는 반기생식물이다. 겨울이 채 가기 전 다른 초목이 잎이 나기 전에 잎이 나와 4~5월에 꽃이 피고 결실하며 수관이 형성되는 여름이면 이미 녹아 없어진다. 또한 자생지에서 결실이 거의 되지 않는 특징이 있다. 그 이유를 어떤 학자는 아마도 꽃밥이 위쪽 입술꽃잎 주머니 속에 쌓여 있는 특이한 꽃의 구조와 이런 꽃 구조에 효율적으로 수분을 도와 줄 곤충이 별로 없다는 데 있지 않을까 추축한다. 수분기작에 대한 정확한 연구가 절실히 필요하다. 수분기구를 알아야 종자 형성과정을 이해하게 되고, 종자에 의한 대량증식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 애기송이풀은 홍자색 꽃이 대부분이지만 이렇게 흰색을 띠는 변종도 드물게 나타난다.

애기송이풀의 형태적 특성
애기송이풀은 줄기는 따로 없고 몸 전체에 잔털이 다소 있다. 뿌리 끝 부분에서 무더기로 나오는 잎은 마치 고사리 종류의 잎 같기도 한데 1회 깃꼴겹잎으로 질감이 매우 부드럽다. 작은잎은 타원형 또는 피침형으로 다시 중간쯤 갈라지고 가장자리에 톱니가 있다. 잎자루는 길이 10~15cm이고 전체 길이는 25~30cm이다. 꽃은 뿌리 끝 부분에서 길이 6cm가량의 꽃자루 몇 개가 우산 모양으로 나와 그 끝에 1개씩 달려 4~5월에 연한 홍자색으로 핀다. 꽃받침은 종형으로 겉에 5맥과 더불어 잔털이 있고, 끝이 잎 모양으로 5개로 갈라지며 갈래 조각은 도피침형 또는 선형이다. 꽃부리는 두 입술 모양인데 통부는 가늘고 길며 윗입술 모양 꽃잎은 활처럼 앞으로 굽고 끝이 약간 파진 듯하며, 아랫입술 모양 꽃잎은 3개로 갈라지는데 모두 끝이 둥글며 도란형이고 가장자리에 털이 흩어져 나 있다. 암술대 끝은 굽어서 윗입술 모양 꽃잎 밖으로 나와 아래를 향한다. 수술은 윗입술 모양 꽃잎 주머니 안에 4개가 있는데 둘은 길고 둘은 짧다. 열매는 삭과(蒴果)인데, 결실이 잘 안 된다.

▲ 암술대 끝은 굽어서 윗입술 모양 꽃잎 밖으로 나와 아래를 향하고, 수술은 윗입술 모양 꽃잎 주머니 안에 들어 있어 결실이 잘 이루어지지 않는다.

환경부 지정 법정보호 멸종위기 야생생물
1989년부터 멸종위기에 처한 특정 야생동식물을 국가에서 법적으로 지정하여 보호하기 시작한 이래 환경부에서는 “야생생물과 그 서식 환경을 체계적으로 보호·관리함으로써 야생생물의 멸종을 예방하고, 생물의 다양성을 증진시켜 생태계의 균형을 유지함과 아울러 사람과 야생생물이 공존하는 건전한 자연환경을 확보함을 목적으로 한다.”는 야생생물 보호 및 관리에 관한 법률을 2017년 12월에 개정하였다. 현재 멸종위기 야생생물 9개 분류군(포유류, 조류, 곤충, 무척추동물, 어류, 파충류, 양서류, 식물, 해조류 및 균류)으로 나누어 I급 60종, II급 207종, 총 267종을 지정하여 보호한다. 멸종위기 야생생물 I급은 자연적 또는 인위적 위협요인으로 인하여 개체 수가 많이 줄어들어 멸종위기에 처한 야생생물로서 관계 중앙행정기관의 장과 협의하여 환경부령으로 정한 것이다. 그 중 관속식물은 광릉요강꽃을 비롯한 11종이 여기에 해당한다. 멸종위기 야생생물 II급은 자연적 또는 인위적 위협 요인으로 개체 수가 크게 줄어들고 있어 현재의 위협 요인이 제거되거나 완화되지 아니할 경우 가까운 장래에 멸종위기에 처할 우려가 있는 야생생물로서 관계 중앙행정기관의 장과 협의하여 환경부령으로 정한 것으로 황근 등 77종이 있다.

내가 처음 만난 애기송이풀
애기송이풀은 세계적으로 한반도 중부지역에만 분포하는 한국고유식물 종 가운데 하나이며 멸종위기 야생식물 II급 종이기도 하다. 내가 처음 애기송이풀과 상면한 것은 2006년 봄 한 야생화동호인 단체에서 주관하는 봄꽃 관찰회를 겸한 정모에서였다. 짙은 보랏빛 얼레지가 요조숙녀처럼 우아하게 지천으로 피어 있는 경기도 가평 어느 깊은 산 저지대 도로가 계류 근처에서였다. 안내자는 희귀종 깽깽이풀과 들바람꽃을 먼저 선뵈고 히든카드로 맨 나중에 애기송이풀을 보여 주었다. 얼핏 보면 고사리 잎처럼 생겼는데 무성하게 자란 잎이 땅이 보이지 않을 정도로 덮고 있다. 그 사이사이로 무리를 지어 머리를 내밀고 있는 홍자색 꽃부리는 어찌 보면 붉은 새들이 무리 지어 막 비상하려는 것 같기도 하고, 마치 숲 속의 작은 요정들이 떼를 지어 일제히 입을 벌리고 뭐라고 환호성을 치는 것도 같았다.

▲ 붉은 새들이 비상하는 듯하기도 하고 숲 속의 작은 요정들이 떼를 지어 입을 벌리고 아우성치는 듯도 하다.

하루가 다르게 훼손되는 자생지
숲 속의 그 귀여운 요정들이 보고 싶어 나는 해마다 그곳을 찾아간다. 어느 해부터인지 그곳에 개발 바람이 불어 닥쳤다. 계류 바닥을 밀어붙이고, 옹벽을 쌓고, 집을 짓고, 평상을 놓고, 휘장을 치고 유락객을 기다린다. 인간의 이기심은 한이 없는 것인가, 그 많던 애기들은 온데간데없이 사라지고 가까스로 바위틈에 몇 포기가 남아 겨우 명맥을 유지한다. 한국특산식물이자 멸종위기종 애기송이풀이 그야말로 백척간두 위기에 처해 있다. 우리나라에서 멸종되면 지구상에서 영원히 멸종된다. 그래서 우리가 이들을 보전해야 할 의미와 가치가 있다. 갈수록 자생지가 무분별하게 개발되면서 심각하게 훼손되고 있다.

▲ 애기송이풀 자생지가 심각하게 훼손되고 있는 현장, 관계부처의 보호대책 마련이 시급하다.

인간의 의식의 대전환이 선행돼야 
국가에서는 법정 멸종위기 야생생물을 포획·채취·훼손하거나 고사시킨 자는 I급은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500만원 이상 3천만원 이하의 벌금, II급은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300만원 이상 2천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고 법률로 정해 놓았다. 하지만 실제 이 벌칙이 한번이라도 실행된 사례가 있는지 의심스럽다. 우리가 살고 있는 지구의 모든 생명체는 살아갈 권리가 똑같이 있다. 있으나 마나 한 엄정한 법 때문이 아니라 인간과 더불어 다양한 생명체가 공존해야 지구 생태계가 균형을 이루어 건강해진다는 의식의 대전환이 선행돼야 한다.

편집 : 박효삼 편집위원 , 심창식 편집위원

이호균 주주통신원  lee1228hg@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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