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림20-1, 20-2, 20-3의 명칭은 일본인들이 부르는 고유의 이름이다. 이와 같은 ‘쿠기사시노미’라는 명칭이 노미라는 말은 떼 내어 버리자 ‘구기사시’로 전해진 것이다. 쿠기라는 일본어가 구지로 변한 것인지 아니면 구지(傴扺)라는 본래의 우리 명칭이 있었는지는 알 수가 없다. 또한 그림20-1처럼 구부러진 것을 목수들은 ‘누이스끼’라는 국적불명의 이름으로 부르기도 하는데, 경상도 지방에서 말하는 누이 못이란 말에서 비롯된 것일지도 모른다. 그림 중 구부러진 것은 맞대기 이음방식으로 못을 박는 경우 사전에 구멍을 뚫을 때 사용한다. 곧은 것은 배의 밑과 부자리 삼을 붙일 때나 옆삼과 부자리 삼을 붙일 때 사용한다. 그림20-2는 나무의 결을 자르면서 못을 칠 때 나무의 쪼개짐을 막기 위해 사용한다. 그래서 구지 끌의 끝이 뾰족하지 않다.
그림21은 끌(착, 鑿)이다. 끌이야 모르는 사람이 없겠지만 배를 만들다 보면 뜻밖에 구멍을 팔 곳이 많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끌의 크기가 다양하다. 배를 만드는 데 사용되는 끌 중 제일 작은 것은 3푼이고, 그 외에도 5푼, 7푼, 8푼, 1치 등으로 크기가 다양하다. 이 다섯 종류의 끌 크기와 맞지 않는 구멍을 팔 경우에는 근사치 끌로 가감해 구멍을 판다. 그림22와 23은 우리가 일상에서 많이 사용하는 망치와 장도리다. 그림22는 주로 목수들이 많이 쓰는 망치다. 대, 중, 소로 각기 크기는 다르지만 모양은 다 같으며 일에 따라 크고 작은 것을 구분하여 사용한다. 그림23은 용도는 같지만 망치라고 하지 않고 장도리라고 하는데, 그것은 못을 뺄 수 있는 것이 같이 붙어있어서 이름을 다르게 부른다.
그림24는 누구나 다 알고 있는 수평이다. 기울기를 측정하는 데 사용한다. 지금이야 플라스틱으로 만들어져 값싸고 쉽게 구할 수 있지만 옛날에는 그림에서 보듯이 나무로 만든 목(木)수평 밖에 없었다. 그래서 구하기도 어려웠고 무척 조심스럽게 다뤄야 했다.
그림25, 26, 27은 모두 다 자귀(근, 釿)다. 그림25는 손자귀로 옛날에는 흔히 볼 수 있었고 어느 가정이나 다 가지고 있었으나 지금은 별로 사용하지 않는 편이다. 이 손자귀는 자그마한 나무를 깎을 때 주로 사용했으며 농촌에서는 가느다란 나무를 쪼갤 때 사용하기도 했다. 그러나 연료가 기름으로 바뀌면서 사용하지 않게 됐고 지금은 찾아보기도 어렵다. 나무를 쪼갤 때 그 일에 익숙한 사람이 하면 부엌에서 일하는 사람들이 싫어한다. 익숙한 사람들은 한 번에 두 쪽으로 쪼개기 때문에 부녀자들은 불을 지피는 데 좋지 않다고 한다. 그러나 샌님이 그 일을 하면 단 한 번에 쪼개지를 못하고 여러 번 연장이 가다 보니 나무를 짓이겨 놓은 것 같아서 별도의 쏘시개가 없이도 불을 지필 수가 있어서 샌님이 나무를 쪼개기를 바라곤 했다고 한다. 그림26은 큰자귀라고 하는데 주로 집 목수들이 쓰던 공구이고 드물게는 배 목수들도 사용했다. 그림27은 옥자귀라고 하는데 배 목수들에게는 없어서는 안 될 공구였다. 이 자귀를 놓고 하는 말이 있다. 자귀는 누워서도 한몫한다는 말이 있다. 이는 누워있어도 날이 세워진 것과 같아서 조심하지 않으면 발을 다칠 수 있기 때문에 조심해야 한다는 의미다.
다음의 그림29와 30은 먹칼과 먹통(墨筒)이다. 먹통은 먹줄을 놓을 때 사용했고 먹칼은 필기구 대신 사용했다. 요즘이야 필기구가 흔하지만 옛날에 귀할 때는 대나무로 만들어서 사용했다. 대패와 먹줄을 두고 지은 시 한 소절을 소개한다면, ‘대패질도 못하고 먹줄도 댈 수 없네(準繩莫施)’란 구절이 있다. 당시에는 이러한 연장들을 쓰는 것이 일반화됐었다는 걸 보여준다.
이상으로 옛날에 배를 만들 때 사용했던 공구들에 대해 설명했다. 이 밖에도 이러한 공구를 언제 또 쓸 일이 있을까 하는 생각으로 방치해 유실된 공구들도 있다.
※사진 출전: 瀨戶內の漁船.廻船と船大工調査報告
한겨레신문 주주 되기
한겨레:온 필진 되기
한겨레:온에 기사 올리는 요령