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4월 (사)숲과문화연구회 하늘재 숲탐방에서 이덕근 숲해설가가 서리산을 소개했다. 5월 20일 넘어 축령산 절고개에서 서리산 방향으로 층층나무 꽃이 길 따라 쫙 깔려있는데 대단하다고 했다. 얼마나 멋진 모습일까 궁금했다.

▲ 서리산 초입 멋진 잣나무 숲길

서리산 층층나무 꽃을 보러 5월 25일 축령산자연휴양림에 갔다. 우리는 서리산에 올라 축령산 방향으로 가기로 했다. 서리산으로 가는 길은 오르락내리락하지 않고 그저 쉼 없이 묵묵히 올라가는 길이지만 그렇게 힘들진 않다. 가끔 특이하게 구부러진 나무를 만나기도 하고 깎아지른 절벽을 만나기도 하면서 지치지 않고 올라갈 수 있는 길이다.

▲ 철쭉 터널

바로 맞은 편 산인 축령산에 가려 주목받지 못했던 서리산은 정상 바로 밑 철쭉동산으로 인해 이름이 알려지기 시작했다. 위에서 내려다보면 한반도 지형을 닮았다는 철쭉동산은 5월 초순부터 중순까지 절정을 이룬다. 고개를 숙이고 지나가야 할 정도로 70년 된 철쭉과 진달래가 터널을 이루고 있는 철쭉동산 길, 올해는 놓쳤지만 내년에는 제 때 와서 진달래와 철쭉에 푹 파묻혀 걷고 싶다.

▲ 철쭉동산에서 만난 철쭉. 딱 한 그루에서 꽃을 볼 수 있었다.

서리산 정상에서 축령산 방향으로 가는 길은 능선을 따라가는 길이라 어려운 길이 아니다. 얼마나 내려왔을까? 산 저 멀리 희끗희끗한 꽃이 군락 지어 피어있는 것이 보인다. 두근두근거리는 마음으로 조금 더 산을 내려가니 층층나무가 길 양쪽에서 쫙~~~ 나타나기 시작했다.

▲ 층층나무에 둘러싸인 능선 길

이 능선 길은 보통 능선 길 하면 떠오르는 좁은 길이 아니라 널찍하니 시원시원하게 펼쳐진 길이다. 산책하기 딱 좋은, 마음에 쏙 드는 길이다. 시원한 길에 하얀 꽃을 가득 매단 구름 같은 층층나무가 발걸음을 떼지 못하게 한다. 잠시 선계에 와 있나 하는 생각이 들 정도로 내 마음도 구름꽃 위로 두둥실 떠오른다.

층층나무는 말 그대로 가지가 층층이 달리면서 옆으로 퍼진다. 하얀 꽃은 5~6월에 새 가지 끝에서 위를 향해 피는데 층층 가지에서 늘어지며 피기 때문에 꽃을 자세히 볼 수 있다. 가장 만개한 시점에 가서 그런지 층층나무 꽃을 원 없이 볼 수 있었다. 

▲ 쪽동백나무

하산하면서 작년 북한산에서 만난 귀여운 쪽동백나무 꽃도 보았다. 오염 환경과 멀리 떨어져 있어 그런지 흰 꽃잎에 노랑 술이 북한산 꽃보다 더 깨끗하다. 영문명은 Fragrant Snow Bell이다. 그 이름이 잘 어울린다. 

▲ 고광나무

꽃이 매화를 닮아 ‘산매화’라 불리는 고광나무 꽃도 한창이다. 가까이 다가가면 은은한 향기까지 아낌없이 내어준다. 흰 꽃잎에 흰 빛에 가까운 연노랑 술이 청초하다.

▲ 노린재나무

흰 꽃 잔치가 벌렸다고 할 정도로 활짝 핀 흰 꽃들이 많다. 노린재나무도 깨끗한 흰꽃을 가졌다. 향도 그만이다. 과거에 노린재나무 재는 염화제로 쓰였다. 잿물이 약간 노랑이라 노랑재가 노린재로 바뀌어 이름 붙여졌다 한다. 귀한 용도를 가졌던 나무인데... 지금은 용도를 잃어버린 것 같아 안타깝다.

▲ 단풍나무 열매
▲ 당단풍나무 열매

단풍나무와 당단풍나무(넓은잎단풍나무) 열매도 보았다. 단풍나무 잎은 5-7갈래로 갈라지고 당단풍나무는 9-11개로 갈라진다고 한다. 당단풍보다 단풍나무 잎이 더 작다. 꽃은 둘 다 5월에 핀다. 두 나무 다 꽃은 지고 열매가 달렸다. 예쁜 열매가 꽃처럼 보인다. 단풍나무 열매는 아래로 달리고 당단풍나무 열매는 위로 달린다. 꽃은 둘 다 아래를 향해 피는데 왜 당단풍 열매만 위로 달릴까? 단풍보다 잎이 넓어 열매가 햇빛을 더 받기 위해 그렇게 진화했을까?

▲ 왼쪽 단풍나무 꽃, 오른쪽 당단풍나무 꽃(사진 : 박효삼 주주통신원 제공)

이밖에 흰쥐오줌풀과 은방울꽃도 보았다.

▲ 흰쥐오줌풀

쥐오줌풀은 뿌리에서 고약한 쥐 오줌냄새가 난다 해서 이름 붙었다. 쥐오줌풀 꽃은 분홍색이고, 흰쥐오줌풀 꽃은 희다. 쥐가 들어가는 식물 이름이 제법 있는데 이름이 주는 느낌과 달리 꽃은 참 예쁘다. 작고 예쁜 연보랏빛 꽃을 가진 쥐손이풀은 잎이 쥐 손을 닮았다 하여 이름 붙었다. 열매가 쥐꼬리처럼 생겼다고 이름 붙은 쥐꼬리망초도, 꽃이 아주 작은 쥐깨풀도, 열매가 쥐똥을 닮은 쥐똥나무도 꽃은 참 예쁘다. 북한에서는 쥐똥나무를 '검은알나무'라 부른다 하니 식물에 대한 존중은 북한이 우리보다 낫지 싶다.  

▲ 은방울꽃

마지막으로 소개하는 은방울꽃은 이름하고 꽃 모양이 딱 맞다. 이름만 들어도 눈앞에 꽃모습이 그려진다. 작은 방울이 달랑달랑 금방이라도 은방울 소리를 낼 것만 같다. 애기나리처럼 작고 귀여운 꽃이지만 두 꽃 다 독성이 있어 먹으면 안된다. 작아 도태될까 독성을 가지게 되었을까?

▲ 왼쪽 봉우리가 서리산, 오른쪽 봉우리가 축령산

우리가 다녀온 코스는 약 4시간 걸린다. 좀 더 산을 타고 싶은 분은 서리산에서 절고개 지나 축령산 정상에 올랐다 하산해도 되고, 먼저 축령산에 올랐다가 서리산으로 향해도 된다. 약 5시간 30분 정도 걸린다. 

편집 : 박효삼 편집위원

김미경 주주통신원  mkyoung60@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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