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5월 30일 한겨레 지면에서 “근현대 미술 품은 ‘국립박물관의 혁신’”기사를 보았다.

인터넷 기사 원문보기: http://www.hani.co.kr/arti/culture/culture_general/895861.html

두 개 전시를 소개하고 있었다. 근대 서화 대가 안중식 서거 100주기 특별전 ‘근대 서화, 봄 새벽을 깨우다'와 ’영월 창령사 터 오백나한’전이다. 근대 서화 특별전은 6월 2일로 끝났다.

오백나한전은 강원 영월 창령사 터에서 2001년 발견된 오백나한 중 상태가 좋은 것을 골라 전시했다. 이 전시회가 다른 전시회와 다른 점은 설치미술작가와 협업하여 색다른 전시를 보여줬다는 데 있다. 전시장은 2개 공간으로 이루어져 있다.

첫 번째 공간에는 붉은 벽돌 위 검은 단 위에 나한이 전시되어 있다. 유리 전시 공간에 갇힌 나한이 아니라 직접 보는 생생한 나한이다. 고뇌하는 나한, 행복한 나한, 빙긋이 웃는 나한, 달관한 나한, 암굴 속에 수도하는 나한, 바위 뒤에 살짝 숨은 나한 등 여러 가지 감정과 모습을 한 나한과 마주하게 된다. 나는 어떤 모습의 나한이 될 수 있을까? 잠시 생각해본다.

두 번째는 나한과 함께 소리를 듣는 공간이다. 높게 쌓아 올린 스피커 사이사이로 나한이 앉아 있다. 스피커 안에서 띄엄띄엄 조용한 소리가 나온다. 물소리, 바람소리, 기계소리 등을 나한과 내가 같이 듣는다. 세월은 과거에서 현재로 그리고 아득한 미래로 흘러간다. 잠시 과거, 현재, 미래가 섞여 함께 흐르는 시간의 터널에 와 있는 것 같은 착각이 든다.

설치미술가는 관객과 나한을 소통하게 해주고 싶었던 것 같다. 아주 오랜 옛날 어느 석공이 누군가의 모습을 생각하며 조각한 나한을 마주 보면서 지금 우리 곁 실제 살아있는 이웃으로 느끼게 되기 때문이다. 나를 보고 미소 짓는 나한에게 같이 웃어주고, 고뇌하는 나한과는 같이 무거운 고민에 잠기고, 입술연지를 살짝 바른 아름다운 할머니 나한을 보며 곧 다가올 내 안의 모습과 마주하는 시간이었다. 누군가 나를 조각한다면 할머니 나한의 모습이었으면 하는 것은 욕심일까?  

오백나한전은 6월 13일까지 한다. 월,화,목,금은 저녁 6시까지, 수,토는 저녁 9시까지, 일요일은 저녁 7시까지 연다. 

참고 : 나한(羅漢)은 아라한(阿羅漢)의 줄임말로 최고의 깨달음을 얻은 불교의 성자를 말한다 한다(출처 : 국립중앙박물관 자료집).

편집 : 김동호 편집위원

김미경 주주통신원  mkyoung60@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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