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자리 숫자19-56-43-82에서 43만 빼놓고 다른 숫자들은 의미를 알아냈다. 43을 어떻게 해석해야 할까. 출생과 결혼 사이에 모짜르트에게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그리고 43이라는 숫자가 그 일과 어떤 연관이 있는지 알아내는 데 실패하고 말았다.

관점을 달리해보니 나의 숫자 해석방식에 문제가 있었다. 솔직히 말하면 나는 숫자를 해석한 게 아니었다. 고작해야 8자리 숫자에서 모짜르트의 생애에서 특이할 만한 사건이 일어난 해를 찾아낸 것에 불과하다.

그런 방식이라면 43의 의미를 영원히 알아내지 못할 것이다. 왜냐하면 모짜르트는 1756년에 태어나서 1791년에 사망했으므로 56과 91 사이에 있는 숫자는 어떻게 해서든 모짜르트의 생애를 통해 추적해볼 수 있으나 43은 56과 91사이에 있는 숫자가 아니다. 그러니 당연히 43에서 막힐 수밖에 없었던 것이다.

43은 모짜르트의 생애에서 일어난 사건이 아니라 다른 상징성을 지닌 숫자라고 봐야 한다. 43에서 두 숫자를 4와 3으로 분리하면 어떨까. 두 숫자를 따로 떼어놓고 보니 전혀 의미가 없지는 않았다.

고차원적 영혼은 숫자 4와 사각형으로 상징된다. 우주의 꼭짓점 4개, 고대인들이 만물의 근원으로 일컫는 네 원소(물, 공기, 불, 흙)도 4로 구성돼 있다. 그렇다면 숫자 4를 통해 모짜르트는 자신이 고차원의 영혼임을 알리고 싶었던 걸까?

 

▲ 프리메이슨 직각자 컴퍼스

또한 숫자 3은 프리메이슨을 상징하는 숫자이다. '세 가지 위대한 빛'으로 불리는 법전, 컴파스, 직각자는 프리메이슨의 심벌로 사용되고 있으며 숫자 3은 그들의 이상인 자유, 평등, 박애의 상징이다. 모짜르트는 이 숫자를 통해 자신이 프리메이슨임을 밝히려는 의도였을까?

짜라투스트라가 창시한 조로아스터교에서는 3과 4를 우주를 지배하는 원리와 관련된 중요한 숫자로 여긴다. 3은 오시리스 즉 남성을 나타내며, 4는 이시스 즉 여성을 상징한다. 3과 4의 조화는 우주적인 조화, 음양의 조화를 상징한다. 세간에서는 모짜르트의 음악을 우주의 음악, 천상의 음악이라고 찬양하고 있었다.

이상의 분석을 종합하여 모짜르트 편지 속의 12자리 숫자가 지닌 의미를 해석해보면 이렇다. 

- 나 모짜르트는 고차원의 영혼으로서 1756년도에 출생하여 1782년에 결혼하였으며 젊음을 다 받쳐 우주의 조화를 찬양하는 천상의 음계를 작곡하였고, 프리메이슨의 가치를 추종하다가 1791년에 사망할 것이다. -

마치 모짜르트가 자신이 죽을 것을 예감하고 자신의 묘비에 실릴 글을 미리 쓴 것처럼 보이지 않는가. 그렇다고 해도 자신의 의도를 알아주고 그 숫자를 해석해 줄 사람이 있어야 의미가 있다. 해석할 사람이 없다면 아무 소용이 없다.

▲ 영적인 기호

해석에 대한 정답은 없다. 출제자도, 수험생도 다 나다. 채점을 하는 심사위원도 물론 나다. 내가 모든 과정에 당사자이다. 그 누구도 출제가 잘못되었다느니 심사위원이 자질이 없다느니 하는 말을 할 사람은 세상 천지에 없다.

이 해석은 1791년에 본인이 죽을 것을 모짜르트가 미리 알았다는 전제가 깔려있다. 이 전제가 성립하려면 보다 확실한 증거나 근거가 필요하다. 모짜르트 사후 2백년도 더 지난 시점에서 더구나 오스트리아도, 유럽도 아닌 대한민국에 사는 내가 그런 근거를 어디에서 어떻게 찾을 수 있단 말인가.

모짜르트가 단순히 장난으로 그 숫자를 썼다면 그 장난 속에 자신의 죽을 년도를 무의식중에 말한 셈이 되겠지만 아내에게 전달하려는 의미가 숨어 있다고 본다면 위의 잠정적인 해석은 아주 만족스럽다고 할 수는 없다. 첫 술에 배부르랴.

나는 아직 배가 고프다. 모짜르트의 망령도 배고파 하긴 마찬가지다. 내게서 떠날 준비가 안 되어 있기 때문이다. 그의 음악가적인 위대성 이면에 돈과 성공을 쫒다가 빚에 쪼들려 초라한 죽음으로 마무리되는 그 커다란 간극은 무엇 때문인지, 모짜르트의 행복과 불행을 좌우한 것들은 무엇인지 좀 더 살펴봐야 한다.

그러나 이 때까지만 해도 12자리 숫자에 대한 나의 해석이 저 세상 영계에 있는 모짜르트와 어떤 연결의 끈이 작용하고 있을 줄은 꿈에도 생각지 못하고 있었다.

<계속>


편집: 양성숙 편집위원 

심창식 편집위원  cshim777@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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