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은 이런 걸까?

화장실 청소 김태평 편집위원l승인2019.07.08l수정2019.07.15 09:43

크게

작게

메일

인쇄

신고

어제 밤에 세척제로 화장실 청소를 했다. 유난히 처의 잔소리가 많은 곳이다. 오늘 청소도 잔소리로 시작됐다. 아내의 목소리는 나에게 천둥소리와 같다. 어쩔 때는 경기가 난다. '내가 미움 받을 짓을 했을까? 사실 좀 모자라고 답답하기는 해. 감각도 무디고 한심도 하고. 일을 하다보면 미련하기도 한 듯하고. 하지만 그렇다고 꼭 그렇게 해야 되나? 같이 살면서. 그럼 서운하지~' 세월이 쌓인 여성, 아내는 무섭다.

▲ 출처 : 한겨레, 아내의 매서운 감시 눈초리. 피하기가 어렵다.

처: (화난 표정으로) 화장실 좀 깨끗하게 사용하세요!

나: (멍~ 떠가지고) 깨끗하게 사용하는데?

처: (눈을 부라리며) 뭐가 깨끗하게 사용해? 저 곰팡이가 눈에 보이지도 않나요?

나: (다소 불쾌한 표정으로) 솔로 문질러 씻어도 그렇단 말이야... 거의 매일 씻는다고?

처: (어이없다는 표정으로) 말도 안 돼. 매일 씻는다고요? 거짓말 좀 그만하세요?

나: (다소 억울한 표정을 지으면서) 그것 참. 나도 답답하네. 정말 그랬단 말이야?

처: (뭔가를 건네주면서) 그럼 오늘은 이것으로 한번 해봐요! 친정어머니가 이걸로 하더라고요!(유한락스로 청소방법을 대충 설명한다.)

나: (알았으면 진즉 알려주지. 여태 그것 없이 했는데. 애들 취급하는 거야 뭐야? 야단치고 난리야? 기분이 참 그렇다. 허나 더 이상 논쟁은 나만 손해지 뭐. 하자 해, 까짓것. 속으로만 되뇌인다.) 하지 뭐~ 이리 줘 봐...

처: (유한락스와 고무장갑 그리고 헌 칫솔을 건네준다.) 자 여기 있어요! 깨끗이 하세요! 두 번하지 말고!

나: (청소 용품을 받아들고 못 마땅한 표정을 지으며 화장실로 들어간다.) 아휴~

▲ 청소 후 깨끗해진 실리콘. 사진상으로 다소 흐리지만 실리콘은 하얀 백색이 되었다.

이렇게 화장실 청소는 시작되었다. 화장실로 들어가서 때인지 곰팡이인지 잘 모르겠지만, 검게 피어있는 문제의 욕조 아래 실리콘으로 갔다. 그것을 없애야 하는 것이다. 쪼그려 앉은 후, 화장지에 약간 물을 묻힌 다음 더러워진 실리콘 위에 올려놓고 유한락스을 고르게 발랐다.

뒷날 아침에 보니 놀라운 현상이 벌어졌다. ‘어! 어찌 이런 일이...’ 감탄사가 절로 나왔다. 실리콘은 처음 시공 때보다 더 깨끗해진 것이다. 참으로 놀라운 일이었다.

청소하기 전의 사진이 없어서 후의 사진만 올린다. 청소 전에 이런 결과를 예상치 못했기에 사진 찍을 생각조차 못했다. 도대체 유한락스는 무슨 물질로 만들었기에 이렇단 말인가? 의혹이 절로 간다. 유한락스의 냄새가 다소 고약하던데 인체엔 해롭지 않을까. 그 궁금증은 차후에 풀기로 하자.

그런데 내 몸과 맘도 이렇게 깨끗해질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하룻밤 사이에 말이다. 나는 몸의 이곳 저곳을 들여다본다. 다 볼 수는 없지만 말이다. 한 숨이 절로 나온다. 그래도 보이는 몸은 좀 낫다. 맘을 한 번 보자. 어디 보이는가? 어둡고 컴컴한 동굴이다. 빛을 비추어 보지만 바로 앞에서 그친다.

문득 생각이 난다. 화장실 청소는 며칠, 몇 주 만에 해도 되겠지만 내 몸과 맘은 어떻게 하나. 아니다. 날마다 아니 수시로 청소해야겠구나! 의외의 일로 큰 깨달음을 얻었다.

 

편집 : 양성숙 편집위원

김태평 편집위원  tpkkim@hanmail.net

한겨레신문 주주 되기
한겨레:온 필진 되기
한겨레:온에 기사 올리는 요령
<저작권자 © 한겨레:온,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김태평 편집위원의 다른기사 보기

인기기사

기사 댓글 1
전체보기
  • 허허실실 2019-07-10 18:18:50

    김형 정도는 아니지만 저도 정년 은퇴후, 집안의 사소하고 궂은 일 마눌하 님과 함께하려고 노력하는데, 문제는 실천력이 부족하여 가끔 핀잔을 받는답니다. 그래도 동병상련 동지이니, 상경하실 때 가끔 연락주시면 순대국에 막걸리라도 하면서 가사노동의 노고를 달래면서 회포를 풀어봅시다.~ ^^신고 | 삭제

    여백
    여백
    여백
    여백
    여백
    여백
    여백
    여백
    여백
    여백
    여백
    여백
    여백
    여백
    여백
    여백
    여백
    여백
    여백
    여백
    여백
    여백
    여백
    여백
    여백
    여백
    여백
    신문사소개기사제보광고문의불편신고개인정보취급방침청소년보호정책이메일무단수집거부
    서울 마포구 효창목길 6 (공덕동 116-25) 한겨레신문사 주주커뮤니케이션팀  |  전화 : 02)710-0124  |  등록일 : 2015년 1월 15일  |  발행일자 : 2015년 1월 1일
    등록번호 : 서울 아03523  |  발행인 : 양상우  |  편집인 : 김광호  |  에디터 : 이동구  |  청소년보호책임자 : 김광호
    편집위원 : 김경애, 김동호, 김태평, 박효삼, 서기철, 심창식, 양성숙, 정혁준, 김국화  |  객원편집위원 : 김미경, 김혜성, 안지애, 유원진, 이미진, 이호균, 최성주, 하성환, 허익배
    Copyright © 2019 한겨레:온.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