밤 8시 넘어 산책을 나갔다가 동네 개천에서 재미있는 모습을 보았다. 멀리서 보았을 때는 그냥 돌인 줄 알았는데 가까이서 가서 보니 여덟 마리 청둥오리 가족이 사이좋게 돌 하나씩을 차지한 채 자고 있었다.

청둥오리는 겨울에 짝짓기를 하고 봄에 새끼를 낳으니 수컷 한 마리, 암컷 한 마리와 새끼 여섯 마리가 한 가족이 아닐까 짐작해본다. 어느 녀석이 암컷이고 수컷일까? 청둥오리 수컷은 짝짓기가 끝나면 화려한 털을 갈고 암컷과 비슷해지니 구별할 수가 없다. 구별할 필요도 없지만... 

청둥오리 같이 예쁜 털로 짝짓기를 유도하는 수컷 오리는 암컷에게만 새끼 키우기를 맡기는 특성이 있다고 하니... 어미 한 마리에 새끼 일곱 마리일 수도 있겠다. 인간도 그런 비슷한 습성이 있기도 하니까... ㅎㅎㅎ

 

나란히 있는 돌은 사람이 옮겨 놓은 돌이다. 개천을 정비하는 사람들이 청둥오리가 돌 위에 올라와 자는 습성이 있다는 것을 알고 가져다 놓았을까? 아니면 그냥 장식용으로 놓은 돌에 청둥오리가 올라와 자는 것일까? 돌 위에 높게 플라스틱 투명 지붕을 얹어주면 어떨까? 비 오는 밤, 비를 피할 수 있을 텐데... 청둥오리는 털이 젖지 않으니 비를 상관하지 않을 수도 있겠구나... 

처음 보는 재미있는 장면에 청둥오리도 아닌 주제에 쓸데없이 이런저런 잡다한 생각을 해본다. 확실히 인간은 생각하는 동물이다. ㅎㅎㅎ

 

편집 : 김혜성 객원편집위원

김미경 객원편집위원  mkyoung60@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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