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백두산 철쭉(출처 : 2004년 5월 20일자 한겨레신문)

남한보다 계절이 조금 늦은 북한 백두산 기슭에 철쭉꽃이 한창이다. 우리 가족은 통일 후 처음으로 맞이하는 봄에 북한 외갓집을 찾아갔다.

엄마의 고향이기도 한 백두대간의 한 마을.

저 멀리 백두산이 바라보인다. 삼지연과 물안개 피어나는 이명수폭포, 백두산 온천과 비룡폭포, 천년의 원시림을 방불케 하는 백두고원의 수림. 정말로 못살 곳이라고 생각했던 북한의 자연은 보는 것마다 아름답고 신기하다.

처음으로 만나게 되는 나의 사촌들에게 자랑하려고 가져갔던 좋은 스마트폰이랑 mp3랑 게임기는 꺼내놓지도 못하고 엄마 고향 백두산 기슭의 아름다움에 빠졌다. 북한에도 이런 좋은 곳이 있다니 상상도 하지 못했다.

백두산 기슭의 아름다움에 빠져있는데 사촌동생이 나에게 다가와 이명수폭포와 백두산온천에 대하여 말해준다고 난리다. 이명수폭포는 영하 40도에도 물이 얼지 않고 백두산 온천에 계란에 삶아먹으면 맛있다는 것이다.

나는 속으로 '먹을 것이 없으니까 계란이 맛있겠지?'라고 비웃으면서 온천에 삶은 계란 1개를 집어 먹었다. 그런데 그 맛이 예상한 것보다 훨씬 맛이 있었다.

오후가 되자 심심해졌다. 북한 사촌들에게 내 스마트폰을 보여주면서 여러 게임들과 노래, 동영상 등을 보여주고 깔깔깔 웃으며 놀았다. 남한 친구들은 아무도 내 스마트폰에 무반응이었지만 놀랍게도 사촌들은 달랐다. 그래서 신기해하는 사촌들에게 스마트폰 사용법을 알려 주었다. 계속 알려주다가 사촌들이 게임을 하고 싶다고 해서 휴대폰을 주었더니 정말 잘했다. 너무 행복해서 바라보고 있는데......

"나윤아, 빨리 일어나!" 하는 엄마 고함소리에 벌떡 놀라 일어나 보니 꿈이다. 너무 행복한 꿈이다.

그래서 생각했다. 남한의 발전한 과학기술과 이렇게 아름다운 북한의 자연과 자원을 합친 통일 한국의 미래는 정말로 아름다울 것이라고...

통일 후 엄마의 가족들과 함께 할 첫 봄나들이, 눈을 감고 그려만 보아도 가슴이 벅차고 행복하다. 엄마에게 들떠서 꿈 이야기를 했더니 엄마는 눈물이 글썽이며 정말로 그런 날이 왔으면 얼마나 좋겠는가고 말끝을 흐린다.

나의 꿈 이야기를 긍정하듯 저 멀리 동쪽 하늘에 붉은 태양이 떠올라 밝게 비추며 학교 가는 나의 발걸음을 다독여 주었다.

[편집자주] 김나윤 주주통신원은 시인 주주통신원의 딸이다. 2018년 엄마를 따라 주주가 되었다.

편집 : 박효삼 편집위원, 심창식 편집위원

김나윤 주주통신원  kimnayun030513@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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