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만이야기 76]

중화권뉴스를 접할 때마다 자주 언급되는 이야기가 일국양제(一國兩制)이고, 최근 홍콩에서 격렬하게 시위를 하면서 내거는 구호는 반송중(反送中)입니다.

먼저 일국양제는 일개국가, 양종제도(一個國家, 兩種制度)의 준말입니다. 하나의 국가인 중국 안에서 다른 종류의 통치제도를 인정하겠다는 의미합니다. 이 말은 덩샤오핑(鄧小平)에 의해 정립된 개념으로 대만에 대한 정책개념입니다.

▲ 덩샤오핑과 지미 카터 미국 대통령 / 사진 : wikipedia

1978년 개혁개방을 주장한 덩은 그해 말에 ‘대만의 제도와 생활방식은 유지하되 통일은 해야겠다’고 발표했고, 1979년 초에는 중국과 대만 양안 간에 포격을 정지시키고 3통(通郵, 通商, 通航)을 제안합니다.

1981년에 통일을 실현하면 대만을 특별행정구로 지정하여 고도의 자치권을 부여하겠으며, 기존 대만에 대한 외국인 투자도 침범하지 않겠다고 선언합니다.

1982년 1월 일개국가, 양종제도(一個國家, 兩種制度)를 발표하고, 대만이 중국의 제도를 파괴하지 않으면 우리도 대만의 제도를 파괴하지 않겠다고 하지요. 하지만 당시 정치경제적으로 우월했던 대만 국민당정권은 3불통으로 맞섭니다. 공산당과는 어떤 협상도 하지 않겠다며.

반공을 국시로 삼고 계엄통치를 하던 국민당정권이 2000년에 민진당 천쉐이비엔(陳水扁)정권으로 교체가 됩니다. 아이러니하게도 대만독립을 주장하는 민진당 정권에서 중국과 개방을 추진합니다. 현재 총통인 차이잉원이 당시 3통을 진두지휘하였습니다.

공산당이라면 불구대천의 원수처럼 으르렁거리던 장개석의 국민당이 지금은 친중 노선을 걷고 있습니다. 중국은 3통을 이룬 민진당 차이잉원이 총통이 되자 여행객을 막으며 경제적으로 대만에 타격을 가하고 있지요.

내년 1월에는 총통선거가 있습니다. 연임을 원하는 차이잉원 현 총통과 한류(韓流)돌풍을 일으키며 가오슝(高雄)시장에 당선된 한궈위(韓國瑜)가 국민당 총통후보로 7월 15일 결정되었습니다. 현재의 분위기는 내년 1월 총통선거에서 국민당 한궈위 후보가 당선되면서 정권교체가 이뤄질 것입니다.

올해 시진핑(習近平)주석이 대만과의 통일을 위해서 무력도 배제하지 않겠다는 언급이 나오면서 대만인들의 중국에 대한 혐오는 깊어가고 있습니다. 거기다 홍콩에서 범죄인의 중국송환을 반대하는 반송중(反送中)시위가 격렬해지면서 대만은 결코 일국양제를 수용할 수 없게 되었습니다. 국민당 한궈위 총통후보도 공식적으로 일국양제를 반대한다고 했습니다.

대만을 염두에 두고 정립된 일국양제는 1997년과 1999년 중국으로 귀속된 홍콩과 마카오에서 먼저 시행이 됩니다. 향후 50년간 특별행정구로 외교와 국방을 제외한 자치를 인정하기로 했지만, 행정장관부터 중국의 입김이 작용하면서 홍콩인들의 불만은 쌓여만 갔지요.

홍콩인이나 대만인이 중국인을 경멸하는 마음은 상당합니다. 다리 하나만 건너면 홍콩과 중국 심천이 연결됩니다. 매일 엄청난 중국인들이 홍콩으로 가는데, 자기들을 싫어하는 홍콩인들의 마음을 그들은 눈치채지 못할 리가 없지요. 이런 누적된 증오가 범죄인인도조약을 계기로 터진 것이 현재 홍콩에서 진행되고 있는 반송중 시위입니다.

▲ 반송중 시위, 중국을 겨누다 / 한겨레 정인환 특파원

제가 속한 골프동호인 단체방에는 사업가, 군 장교, 경찰간부출신 등이 많다보니 다수가 보수층입니다. 현 민진당정권을 비난하는 글이 종종 올라오지요. 그동안 자제하는 편이더니 최근에 경찰간부출신이 민진당지지자를 백치, 바보, 정신질환자라고 비난하였습니다. 민진당지지자는 국민당을 구민당(狗民黨)이라고 욕하며 狗민당놈들이 어떻게 대만에 발을 들여놓았느냐? 중국 도적놈(漢賊)과는 함께 살 수 없다고 쏘아붙입니다.

다른 회원들의 자제요청에 미안하다고는 하지만 조만간 또 날 선 공방이 벌어질 것입니다. 나이가 늘어날수록 한번 입력된 코드는 친중을 하건 반중을 하건 아무 상관없이 국민당지지자는 국민당만 지지하고, 민진당지지자는 민진당만 지지합니다. 폭력도 불사하는 이 병은 아마 유언으로도 남기지 않을까요?

제가 본 대다수의 대만인들은 언젠가는 통일을 해야 하지만 현재의 중국 정치제도로 편입되기를 원하지 않는다는 정서입니다. 덩샤오핑의 무력을 배제한 통일 노선과, 저우언라이 총리의 백 년은 못 기다리겠느냐는 느긋함이 양안관계를 평화적으로 유지하고 통일로 가는 길이라고 생각합니다.

편집 : 김태평 편집위원, 심창식 편집위원

김동호 편집위원  donghokim01@daum.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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