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가 그쳤나? 매미소리가 요란하다. 얼마 전 본 매미가 생각난다. 나무에 참매미 한 마리가 붙어 있었다. 양 눈을 감지도 못한 채 크게 뜨고 죽었다.

암컷 매미는 나무 가지 작은 구멍에 알을 낳는다. 알은 몇 주 후 애벌레가 되고 애벌레는 먹이를 찾아 땅속으로 내려와 나무뿌리 수액을 빨아먹고 산다. 땅속에서 여러 차례 허물을 벗은 후 땅위로 올라와 마지막 허물을 벗고 성충이 된다. 알에서 애벌레를 거쳐 성충이 되기까지 어떤 매미는 17년도 걸리고 어떤 매미는 4년도 걸린다.

긴 인고의 세월을 보낸 후 세상에 나와 허망하게도 일주일에서 한 달 정도 살다가 죽는다. 수컷 매미는 온 힘을 다해 울어 암컷 매미가 찾아오길 기다린다. 짝짓기가 끝나면 수컷 매미는 바로 생명을 놓고, 암컷 매미는 알을 낳고 생명을 놓는다. 오로지 짝짓기를 위해 그 긴 세월을 견뎌낸 것이다. 조물주도 너무 하셨지... 파란 하늘과 흰 구름, 짙푸른 나무 그늘을 적어도 몇 달은 즐기게 해주어야지...  종족 번식이 뭐 그리 중요하다고...   

사진 속 매미는 수컷일까? 암컷일까? 부릅뜬 눈이 마치 세상 미련이 많이 남아 있는 것처럼 보인다. 억울하다 항의하는 것처럼도 보인다. 매미도 조물주가 '야속하다' 생각할까? 아니면 아무 생각이 없을까?


편집 : 양성숙 편집위원

김미경 객원편집위원  mkyoung60@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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