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더운 여름, 사후의 세계를 체험해보시라

-베르나르 베르베르의 『죽음』을 읽고- 이현종 주주통신원l승인2019.08.02l수정2019.08.02 11: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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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은 자신의 사후 세계를 상상해보았는가? 만일 죽음에 대한 두려움이 없다면, 만일 죽은 이후의 세계에 대한 두려움이 없다면 종교는 존재할 수 있을까?

요즘 날씨도 무더운데, 일본마저 우리를 열 받게 한다. 이런 여름에 책을 읽으며 더위를 식혀보면 어떨까?

필자가 속한 독서모임에서 베르나르 베르베르의 장편소설 『죽음』을 읽기로 하였다. 그동안 사회과학 서적을 주로 읽고 토론하다가, 이번 여름에는 조금 가볍고 재미있는 소설을 읽기로 하고 추천된 몇 권의 책 중에 이 소설이 선정되었다. ‘사후의 세계’를 다루고 있으며, SF성격의 추리소설이라는 추천자의 소개를 듣고 호기심도 작동하였고, 여름의 더위를 식히기에 괜찮겠다 싶기도 하였다.

소설은 <누가 날 죽였지?>로 시작된다. 첫 문장부터 도발적으로 상상하게 한다.

주인공이자 인기 추리 작가인 가브리엘 웰즈, 그는 꽃가게 앞에서 걸음을 멈춘다. 꽃향기가 느껴지지 않는다. 서둘러 주치의를 찾아간다. 그런데 없는 사람 취급을 한다. 거울에 자기 모습이 비치지 않는다. 불꽃을 만져도 뜨겁지가 않다. 높은 곳에서 뛰어내려도 이상이 없다. 그는 망연자실한다.

병원에서 만난 영매 뤼시 필리피니는 웰즈에게 “일체의 불필요하고 거추장스럽고 유약한 것에서 벗어나 본질적인 것, 즉 당신의 정신만 간직하게 됐다.”고 일깨워준다. 그리고 “누구한테나 한 번은 닥쳐요.”라고 위로한다. 모든 독자들에게 들려주는 말일 수도 있다.

가브리엘은 자신의 죽음이 살인이라고 믿고, 자신의 죽음을 수사하기 시작한다. 그는 영매를 만나 소통하며, 떠돌이 영혼이 된 자신은 저승에서, 영매 뤼시는 이승에서 각자의 수사를 해나가며 진실을 파헤치기 시작한다. 그 과정이 매우 흥미진진하다.

몇 해 전에 『티벳 사자의 서』를 권유 받아 읽은 적이 있다. 거기에서는 인간이 호흡을 멈추는 순간부터 어떤 세상을 만나는지, 영혼들이 어떤 과정을 거쳐 어떻게 환생하는지에 대해 구체적으로 설명되어 있다.

베르나르 베르베르가 『죽음』에서 밝혔듯이 사후의 세계는 『티벳 사자의 서』와 『이집트 사자의 서』를 많이 참고한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죽음』에서는 사후의 세계를 설명하는 게 아니고 사건 전개를 통해 보여주고 있어서 그 속으로 쉽게 빠져 들게 한다.

그럼에도 사후의 세계에 대해 누가 감히 명약관화하게 장담할 수 있으랴. 여러 종교인들이나 연구자들이 여러 가지 근거를 들어 나름대로 사후의 세계를 밝히고는 있지만 객관적 확신을 갖기는 힘들다. 어떤 사람들은 4차원의 세계와 관련짓기도 한다. 대개의 사람들은 죽어보지 않고서야 알 수 없다고 한다. 그렇다고 사후의 세계나 영혼의 존재를 무조건 부정하지도 못한다. 지금 확인할 수 없다고 해서 모두 거짓이라고 할 수는 없기 때문이다. 내 몸 속의 미생물들이 나와 공존하면서도 서로를 인식하지 못하고 살아가듯이 우리 인간도 우리가 인식 못하는 어떤 또 다른 유기체와 공존하면서 살아갈 수도 있다. 우리들의 눈으로 볼 수 없는 공간, 우리들의 귀로 들을 수 없는 소리들이 우리가 살아가는 세계와 공존하고 있을 수도 있다.

이러한 상상을 유도하고 있는 것만으로도 이 소설은 무더운 여름 시간을 채우기에 충분했다. 어려서부터 입담이 좋았던 주인공 가브리엘 웰즈는 대학에서 법학을 전공하고, 주간지 기자를 하면서 범죄 사건을 심층 조사하는 추리 작가로서의 자질을 보여주는 복선을 통해 소설의 내용을 독자들이 이성적으로 상상하게 한다.

또한 작가 베르베르는 그것을 단순히 상상력의 수준에서 전달하는 것에 만족하지 않고 과학적 지식으로 설득하려 시도한다. 작품 속에서 친척 할아버지라고 소개한 에드몽 웰즈가 썼다는 《상대적이고 절대적인 지식의 백과사전》을 필요할 때마다 끼워 넣는 방법도 그런 작용을 하고 있다. 그곳에서는 ‘플라나리아’의 실험에서 ‘기쁨과 고통의 기억이 뇌 속에 있는 게 아니라면, 과연 어디에 있을까?’라고 문제를 제기한다. 유령의 증언이 살인자의 유죄를 입증한 사례를 제시하기도 하였다. 호주에서 태어난 제임스 해리슨은 기이한 인연으로 1천 번이 넘은 헌혈을 통해 어린이 2백만 명의 목숨을 구했다는 기록도 있다. 심령학에 관한 이야기, 증후군에 관한 이야기, 백 번째 원숭이 이론에 관한 이야기 등도 있다.

또한 베르베르는 비평가들에 대한 예리한 비판과 함께 정치인에 대해서도 ‘크로크미텐’의 입을 빌려 “권력을 가졌다는 건 금지된 걸 과감히 할 수 있다는 걸 의미하지. 그걸 위해 투쟁하는 거야.”라고 통렬하게 풍자한다.

필자가 고등학교 시절, 일상이 따분하면 가끔 무협지를 빌려다 밤새워 읽었던 기억이 난다. 무협지는 흥미진진함 때문에 한 번 잡으면 중간에 손을 놓기가 힘들다. 베르베르의 『죽음』도 그랬다. 덕분에 지난 주말은 더위도 잊고, 집밖을 나갈 필요도 없었다.

시작은 <누가 날 죽였지?>라고 말을 걸어왔다. 끝에는 보다 근원적이고 신비로운 질문으로 다시 말을 걸어온다.

<나는 왜 태어났지?>

편집 : 박효삼 편집위원

이현종 주주통신원  hhjj5599@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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