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악이 서울에 오다

'설악산 오색 케이블카' 취소를 외치며 오백 리 길을 달려온 산양들의 절규 김광철 주주통신원l승인2019.08.05l수정2019.08.05 09: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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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30년 설악산 산양지킴이 박그림 선생, 대청봉에 오르고나서 양양에서 춘천을 거쳐 청와대 앞까지 오백 리 길을 달리며 '산양들을 살려주세요'라고 절규하고 있다.

 

설악이 서울에 오다

                   

삼십 도를 웃도는 더운 여름날

장맛비를 뚫고 설악산이 서울을 찾아 드리웠다

산양 새끼들 몇 마리 품고

자동차 매연, 미세먼지에 콜록거리며

양양에서 출발하여 춘천을 거쳐 서울까지

강원도백은 한 번 뵙자는데

싫은 것인지, 무서운 것인지 이들과의 대면을 꺼리고 숨어버렸다

설악은 오백 리 길을 보름 동안 내달려 청와대 앞에 이르렀다

 

▲ 7월 31일 '설악산 오색 케이블카' 취소를 요구하는 오백 리 도보순례단을 맞아 청와대 앞에서 '설악산 오색 케이블카' '부동의' 결정을 촉구하고 있는 시민사회단체 사람들, 부산, 동해 등 지방에서 올라온 사람들도 많았다.

 

백악을 마주 보며 외쳤다

사람들의 수장인 대통령 앞에 이 말은 꼭 해야 되겠다며

“개발주의자 이명박, 박근혜 대통령도 감히 이곳만은 범하질 못했는데”

촛불 정부는 당연히 이곳만은 지켜주어야 됩니다”

헉헉거리는 숨 몰아쉬고 부릅 튼 발 부여잡고 단숨에 달려와 절규한다

오색에서 대청 턱밑까지 십리도 넘는 거대한 쇳길을 놓아

사람들을 쉼 없이 실어 나르며 산 구경을 시키겠다는데

전문가라는 사람들도 한결 같이 그건 아니라고 하지 않습니까

권금성을 오르내리는 케이블카마저 걷어내야 하거늘

그것도 모자라 대청봉 꼭대기마저

지금도 시도 때도 없이 밀려드는 사람들 때문에

산길은 대로가 되었고

할퀴고 씻기고 파여 때론 큰 물길을 만들며 생채기 투성이거늘

그 위에다 다시 쇳길까지 놓겠다니

그 무서운 인간들을 피해 올라와

소청 중청을 잇는 남설악 절벽 바위 틈에 숨어 겨우 둥지를 틀었거늘

그나마 이곳마저 내 놓으시랍니까?

육중한 쇳길이 머리 위를 넘나들며 내는 소리는

우리들 가슴을 철렁철렁하게 하는 귀곡성이 될 것입니다

하루에도 수십 번씩 사람들 실어 나르며 우리들을 떨게할 텐데

이렇게 설악마저 뺏으면 가련한 내 새끼들은 갈 곳이 어디란 말입니까

지금도 넘쳐나는 인공 시설물들 땜에 불안 불안 숨죽이며 살아가고 있거늘

대대로 이어질 당신들 아이들의 자산인 설악은, 설악으로 그대로 남겨 주세요

 

▲ '설악산 오색 케이블카' 취소를 요구하는 양양-서울 간 오백 리 순례단은 지역 지역에서 지지자들이 함께 걸으며, '설악산을 그대로'를 외쳤다. 이들이 광화문 광장에 도착하여 '설악산 오색 케이블카' 반대, '설악산은 그대로'를 소리높여 외쳤다.

 

그렇게 이용했으면

미안해서라도 더 이상은 아니지요

국립공원, 천연기념물이라고 지정해 놓고 보전하겠다던 약속을

경제, 경제, 돈벌이에 눈이 멀어

이곳마저 발릴 순 없지 않습니까

이곳이 뚫리면 한라산이며, 지리산 등 전국의 국립공원들

다 케이블카 놓자고 아우성일 텐데

시화호, 4대 강, 밀양 송전탑, 새만금, 전국에 널린 그 많은 골프장과 도로들

개발 독재의 망령들이 음습한 웃음을 짓고 있습니다

촛불만은 믿겠습니다

 

편집 : 양성숙 편집위원

김광철 주주통신원  kkc0828@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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