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봉'과 '덕양'으로 나누어진 작은 마을이 현감을 둔 큰마을로 변하니 이름하여 '고양(高陽)'이 되었다. 이곳에 민물과 바닷물이 교류하는 기수역(汽水域) 생태계를 형성, 우리나라 최대의 버드나무 군락지이자 겨울 철새의 월동지로 변모한다. 천연기념물이자 환경부 지정 멸종위기종 2급인 재두루미를 비롯하여 40여 종 2만여 마리의 철새가 찾아온다는 생태 낙원이 있다. 바로 '장항습지'이다.
장항은 일산과 한강 사이에 있는 마을이다. 예부터 정발산, 고봉산에 살고 있던 노루들이 한강으로 물을 마시기 위해 다니던 길목이다. 그래서 노루목, 또는 놀메기라 부르던 곳이다. 장항이란 지명은 일제의 잔재라고 본다. 정겨운 우리말, 노루목이 사라지고 '장항[노루 장(獐), 목 항(項)]'이 자리잡았다.
노루목의 아픔은 이름에 그치지 않는다.
분단은 민간인 통제구역을 낳고 그곳은 곧 야생의 놀이터가 된다. 자연스럽게 종 다양성이 풍부한 수생 생태계의 보고로 자리매김한다. 그러던 곳이 남북정상회담 후 지난해 7월 31일, 군부대가 철수하면서 이제 다시 전형적인 개발의 늪에 빠져들고 있다. 인접한 JDS(장항, 대화, 송포) 지구는 물론 맞은편 김포지역의 개발사업, 그리고 수변 경작지의 생태놀이공원화 등 이른바 개발 계획이 난무하고 있다. 평화 체제가 낳은 생태계의 아이러니다.
그렇지 않아도 무분별한 한강하구 주변 신도시 개발로 각종 야생동물이 외면하는 쓰레기장으로 변모한 지 오래됐다. 이미 노루목습지는 사라지고 장항육지가 들어서고 있다. 누군가는 이런 현상을 조장하고 즐기는지도 모른다. 그렇다고 다시 가시철조망을 두를 수는 없다. 온갖 쓰레기와 가시박이 옭죄는 노루목습지를 어찌할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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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편집 : 허익배 객원편집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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