히말을 걷다.
 

사는 동안 우리는 수없이 길을 간다.
가끔은 걷고 가끔은 뛰고 가끔은 중얼거림처럼 앉아 쉬기도 한다.
우리가 쉬는 그 한 걸음이 사는 동안
얼마나 위대하고 고귀한 한 걸음인지 알게 되면
대부분 사람들은 흰 머리의 소년이거나 흰 머리의 소녀인 자신을 보게 된다.
히말을 걷다보면 죽고 사는 일조차
무의식처럼 두리번거림처럼 바람이 일고 비 내리는 일처럼 스스로 자연이 되어 슬픔은 무엇이고 기쁨은 무엇인지 남모를 때가 있었다.
우리는 그렇게 때로는 왜 집착하는지 멋모르고 얽매여 살다가 회오리바람처럼 무더위를 잊은 초가을날 어스름녘 풀여치 울음소리 들려올 때 이제 세월 다가고 붉어진 노을에 부끄러움 깊어질 때 비로소 한탄하며 아! 내가 그래 내가 왜!라며 지나온 삶을 회고하게 되네.
어느날처럼 히말을 걷다가 저 멀리 낯선 걸음으로 다가온 바람처럼 청량한 표정으로 내게 웃음을 건넨 그는 오래된 옛날에 내 할아버지처럼 넉넉했다. 세월이 흘러가는 지금 그 흘러온 세월 동안 여전히 내 가슴에 맺힌 눈 맑은 영혼이 깊던 그 웃음! 이제 동토의 땅이 된 내 조국의 황폐한 사람 속에서 다시 못볼 그리움이 되었다.
가끔은 그래서 히말을 걷던 야크 방울 소리가 그립다. 바람을 대신해 울어주는 히말의 야크 방울 소리가 사람소리보다 사람의 세상보다 더 애타게 눈맑은 영혼을 밝혀주는 것만 같아 나는 오늘도 상상 속에 그 오래전 걸었던 히말을 간다. 눈 맑은 사람들이 눈 맑은 영혼의 허파로 숨쉬는 그 상그릴라의 길을 가고 있는 것이다.
 


[편집자 주] : 김형효 시인은 1997년 김규동 시인 추천 시집 <사람의 사막에서>로 문단에 나왔다  <사막에서 사랑을> 외 3권의 시집을 냈다. 산문집 <히말라야, 안나푸르나를 걷다>, 한·러 번역시집<어느 겨울밤 이야기>, 2011년 네팔어, 한국어, 영어로 네팔 어린이를 위한 동화 <무나 마단의 하늘(네팔 옥스포드 국제출판사)>외 2권의 동화도 출간했다. 네팔어 시집 <하늘에 있는 바다의 노래(뿌디뿌란 출판사>도 출간했으며 현재 한국작가회의, 민족작가연합 회원이다.


편집 : 양성숙 편집위원, 심창식 편집위원

김형효 주주통신원  Kimhj00000@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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