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8/8) 국회에선 '애국가'문제 공청회가 있었다. 거기 참여하여 내 소견을 주창하려 했는데 불참해 수포로 돌아갔다.

나는 지난 4월에 "3.1혁명 100주년 기념사업회" 그룹 카톡방에 "국가 창제의 필요성"이란 제하의 간략한 글을 올린 바 있다. 그 기념사업회 사업 계획에 "국가 제정 추진" 항목이 있었던 것 같다. 지금 이 문제가 다시 제기된 건 애국가 작곡가 안익태 씨의 친일 활동이 문제화된 데에 있다. 그래서 지금에 와서 작곡을 새로 해야 한다는 주장이 있는 것 같은데 이는 난센스가 아닐까?

친일행위가 있었더라도 [친일인명사전]에 등재가 안 되었으면 괜찮고 거기 등재됐으면 문제를 삼는 것 같다. 친일이 넓게 보면 창씨개명만 했어도 친일행위가 될 수 있다. 그리고 예술인들의 예술행위(시, 수필, 소설 같은 필기문학을 제외한)는 이념이나 사상, 국가의 경계를 넘나드는 소위 "경계인"의 위치에 속한다고 볼 수 있지 않을까. 사실 이 애국가는 작사자도 미상이다. 당시 '애국가'라는 제목의 가사가 윤치호씨 외 몇 가지가 있었는데, 이것들을 참조해 안익태 씨가 취합-발췌해 편성했다는 설이 유력하다. 작곡도 유럽의 민요곡이 70%나 표절 사용됐다는 등 말이 많다.

국가(國歌)창제의 필요성

애국가는 국가가 아니다. 국가가 없어서 대용한 것 뿐이다. 그러나 문제점이 적지 않다. 3.1혁명 백주년, 대한민국 수립 70여년이 지났다. 그런데 지금까지 국가 없이 지내왔는지 모르겠다. 적어도 유엔가입국 중 국가가 없는 나라가 우리 말고 또 있을까? 국경일에도 3.1절 노래, 광복절 노래, 한글날 노래 등 노래가 불리고 있는데 왜 가장 필요한 국가를 창제할 생각은 못했는지 이해가 안된다. 하긴 현재에도 마찬가지가 아니가? 부끄럽게도 지금까지 국가도 없이 70년 아니 100년을 살았으니 이제라도 국가 창제를 하자는 생각을 않고 왜 그 말 많은 애국가를 개정할 생각을 하는가 말이다.

나는 해마다 평균 20회 이상 행사에서 애국가를 부른다. 7,80%는 1절만 부르고 끝난다. 그럴 때마다 비린 것 먹고 이를 닦지 않은 것처럼 뒷맛이 개운치가 않다. 애국가는 4절까지 불러야만 완성이 된다. 기승전결(起承轉結)의 시가(詩歌) 구성 원리를 따랐기 때문이다. 한데 국가 공공 행사에서도 1절만 부르는 경우도 보게 된다. 그런 이유 등으로 국가는 어느 나라나 길든 짧든 1절로 돼 있다. 올 봄 나는 어느 청년회의 회장 이·취임식에 참석했다가 황당한 광경을 만났다. 국민의례 순서에서 애국가를 4절만 부르겠다는 제안이었다. 나는 무의식중에 깜짝 놀랐다. 평생 처음 당하는 일이었기에...

금방 회장이 인사말에서 " 불합리한 문제나 사리에 맞지 않는 문제들은 과감히 혁파해 나가겠다~"고 힘주어 강조하던 일이 문득 머리를 스쳤다. 애국가 1절만 부르는 것이 불합리하다고 보았던가. 아무튼 젊은 회장의 인사말에서 젊은이답지 않은 표현들이 나와서 '어엉, 어느 유명인사의 연설문에서 따다가 하는 말이 아닐까'고 느꼈었다.

이런저런 상황들로 볼 때, 차제에 어떤 방법으로든 우리 국가를 창제해 새해부터 사용토록 하면 좋겠다. 이러면 애국가 논쟁도 자연히 사라지게 될 것 아닌가.

※ (P.S.) 창제 절차와 방법 소견 : 10인 내외의 관계 전문가와 관계 인사들로 '국가창제 소위원회(가칭)'를 구성해서 업무를 관장케 하되, 현상 공모를 통해 가사와 작곡을 채택해 위원회의 심의를 거쳐 공포하도록 하면 될 것이다. 단 가사는 우리 민족의 유구한 역사와 미래지향적인 웅혼(雄渾)한 기상을 잘 드러낸 내용을 담은 가사로 선정해야 할 것이다.

편집 : 심창식 편집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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