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 배 무이 장소
 

▲ 진수식을 하는 모습(출전: 진도문화 40호)

목재 건조가 끝나면 먼저 배를 만들 장소를 정해야 한다. 지금이야 장소가 정해지면 모든 것을 자동차에 싣고 가면 되지만 필자가 일을 배울 때만 해도 몇십 리고 공구를 지게에 짊어지고 가야 했다. 배를 만들 곳이 다른 섬일 경우에는 나룻배를 타고 가서 또 몇십 리를 걸어서 가야 했다. 그런데도 스승들은 교대는커녕 ‘힘들지’라는 말 한마디도 해주지 않았다.

배를 만들려고 하는 사람의 집에 도착하면 일몰 시간이 되는 것이 다반사였다. 일반적으로 주인집 마당에서 배를 만들었다. 집 마당이 좁으면 마을의 넓은 공터에서 일하기도 하였다. 그럴 때는 이웃 주민들이 서로 고생한다고 격려도 해줬다. 때로는 참을 같이 먹으면서 농담을 하는 정겨움도 있었다. 무거운 것을 옮겨야 할 때는 마치 자기들의 일인 것처럼 거들어 주기도 하였다. 배가 다 만들어지면 배를 바다로 내려야 하는데(進水) 이때는 온 동네의 행사가 됐다.

요즘은 그러한 정들이 다 없어지고, 옆집에서 무슨 일을 하든 나와는 무관하다는 생각들을 하고 살아가는 삭막한 세상으로 변하고 말았다. 그러면서도 시끄럽다. 먼지 난다고 바로 민원이 발생하기 때문에 장소를 정할 때 잘해야 한다. 특히 도심 부근일 때는 더더욱 그렇다. 농촌 지역은 그래도 나은 편이다. 어느 정도는 이웃을 위해 참아줄 줄 아는 그러한 마음이 남아있다. 정이 넘치는 세상으로 다시 돌아갈 수는 없는 것인지 참으로 안타깝다.

6) 고임목

▲ 그림1 고임목

장소가 정해지면 배의 밑을 올릴 고임목을 설치해야 한다. 고임목은 그림1처럼 설치한다. 4~5치 정도의 각목이면 된다. 지면으로부터 대략 50cm 정도 위에 설치해야 한다. 배의 밑에 간답 등을 붙일 때 볼트를 박아야 하므로 공간이 없으면 배의 밑으로 들어가서 일을 할 수가 없기 때문이다. 또한 밑과 부자리 삼을 붙일 때도 이러한 공간이 없으면 못을 칠 수가 없다. 설치 방법은 그림1과 같으나 두 개를 설치해 앞뒤에 놓는데 두 개의 간격은 고물 쪽의 것은 밑을 구부려 올릴 지점에 설치한다. 이물 쪽의 것은 이물로부터 고물 쪽으로 약 3자 지점에 설치하지만 배의 크기에 따라서 조정 설치하면 된다.

고물 쪽은 더 단단히 설치해야 한다. 고물 쪽은 배의 밑을 휘어서 올릴 때 많은 힘이 가해지기 때문에 약하면 위로 뽑혀 올라올 수가 있기 때문이다. 만약 설치할 장소가 콘크리트로 돼 있다면 엥카를 사용해야한다. 설치된 고임목은 전후좌우의 수평이 맞아야 한다. 만약 수평이 맞지 않으면 배를 만들어 놓았을 때 찌그러진 형태가 되기 때문에 잘해야 한다.

7) 배 밑 짜기

▲ 그림2 배 밑짜기

배의 밑을 올릴 고임목이 설치가 끝나면 배의 밑을 짜야한다. 그림2는 만냇기(萬力機)를 이용해 배의 밑을 만들고 있는 모습이다.

▲ 그림3 완성된 밑판
▲ 그림4 고임목에 올려놓은 밑판

그림3은 완성된 배의 밑그림이다. 밑판을 짤 때 필요한 너비만큼 되지 않을 때는 여러 쪽을 붙여서라도 필요한 너비가 되도록 해야 한다. 그림에서 보이는 중앙의 점선처럼 중심먹줄 놓는 것을 잊어서는 안 된다. 고물 쪽은 뒤로부터 대략 4자 지점, 즉 밑을 휘어 올리려는 지점에 설치한다. 이물 쪽은 고물의 고임목이 설치된 지점으로부터 이물 쪽 나머지를 삼등분해 설치하면 된다.

배의 밑이 설치되면 고임목과 밑을 고정해야 한다. 그림4처럼 밑과 고임목이 관통되게 구멍을 뚫어서 볼트로 조이는데 이물 쪽은 하나면 되지만 고물 쪽은 두 개를 조여야 한다. 옛날에는 구지 못을 박았으며 박은 못 대가리에 다른 구지 못을 가로로 끼어 넣었다. 나중에 배가 다 만들어져서 못을 빼려고 할 때 쉽게 빼기 위해서다. 고정이 되면 고물을 들어 올려야 되는데, 옛날에는 불로 그을리면서 휘기도 했고, 돌담 등에 끼어서 지렛목의 원리를 이용해 며칠이고 휘어지도록 뒀다가 쓰기도 했다. 또는 동 밑이라 해 밑판의 위아래를 어긋나게 톱으로 잘라서 쉽게 휘어 올리는 방법을 쓰기도 했다. 그러나 이러한 방법은 잘 쓰지 않았다. 밑판을 인위적으로 잘랐기에 사용연한이 짧고 그곳으로 물이 스며들어 오면 물을 막기가  어려웠기 때문이다.

지금은 고임목과 배의 밑이 고정되어 있기 때문에 그냥 자동차용 작키로 떠 올리기만 하면 밑을 휠 수 있다. 휘어 올리는 높이는 대략 7~8치 정도다. 배 밑의 수평면에서 위로 7~8치정도 올린다는 말이다. 올린 밑을 각목 등으로 단단히 고정해야 한다. 작키는 빼내도 관계는 없지만 특별히 다른 곳에 사용할 일이 없으면 그대로 둬도 무방하다. 뒤를 올리는 힘에 의해 앞과 뒤의 고임목 사이의 중간에서는 아래쪽으로 활처럼 휘어지고 이물 쪽은 위로 올라간다. 이를 막기 위해 각목 등으로 고물 쪽을 들어올리기 전에 배 밑의 중간을 고여서 배의 밑 전체가 수평이 되도록 한 다음에 고물을 들어 올려야 한다. 이물 쪽도 마찬가지다. 특히 이물 쪽은 이물비우를 올려놓으면 그 무게 때문에 아래로 쳐지게 된다. 그래서 중간지점처럼 이물 쪽도 그렇게 해야 한다. 이 배의 밑판 두께는 1치5푼 정도면 된다. 더 두꺼운 판을 사용해도 되지만 너무 두꺼우면 배의 속도가 떨어지기도 한다. 만들려고 하는 이 배의 밑판의 최대 너비는 2자2치로 잡았으나 1자5치 정도 돼도 무방하다. 즉 밑판의 너비가 공식처럼 정해져 있는 것은 아니다. 사용할 나무의 크기에 따라서나 그 배의 사용 용도에 따라서 가감할 수 있다는 것이다. 대신 밑판의 너비가 좁으면 배의 폭이 원하는 것만큼 되지 않는 경우가 생기는데 이럴 때는 부자리 삼의 너비로 조정해 선폭을 맞추기도 한다.

만약 태풍이라도 불어 배를 뭍으로 올리려고 할 때, 지금이야 기계로 올리면 되지만 옛날에는 오직 사람의 힘으로만 끌어 올렸기 때문에 너무 무거워서 그렇다. 배를 뭍으로 올릴 때는 힘이 많이 들기 때문에 힘을 하나로 묶기 위해 하는 소리가 있는데 이를 배 올리는 소리 또는 노래라고 표현하기도 한다. 가거도의 배 올리는 소리 한 대목을 소개해보면 다음과 같다.

어가이요 이찬이야/ 어가이요 이찬이야/ 젊은 사람들 배 잔 치시오/ 배를 올려야 쓰것소/ 풍파가 오니 어짜게/ 세월아 가지를 마라/ 이 세월이 가면/ 우리 배는 뉘가 올릴거나/ 어가이요 이찬이야/ 어가이요 이찬이야/ 어서 자네 배를 올리게/ 이 사람들아 배를 올리소

▲ 그림5 낙월도의 멍텅구리 배

8) 이물비우

▲ 그림6 이물비우
▲ 그림7 전통 방식
▲ 그림8 개량된 방식

이제 밑판이 다 짜졌다. 다음으로는 그림6과 같이 이물비우를 만들어야 한다. 일차적으로 밑에 붙여야 할 것은 이물비우, 간답, 하반이다.

이물비우(미요시, 전비우)를 만들 때 그림의 점선처럼 중간에 먹줄을 놓아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나중에 세울 때 중심을 일치시키기가 어려워진다. 이물비우가 일치되지 않으면 배를 만들었을 때 어느 한쪽으로 틀어지게 된다.

밑에다 붙이는 방법은 옛날에는 그림7과 같은 방법을 썼다. 그림에서 보는 것처럼 배의 밑도 그림7과 같이 파고 옆에서 끼워 넣었으나 일이 더디고 무척 어렵다. 그래서 지금은 그림8과 같은 방법을 쓰고 있다. 그림8 O표의 지점에서 점선을 따라 밑과 관통되게 뚫은 뒤 볼트로 조여서 고정한다.

마광남 주주통신원  wd3415@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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