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복과 불행의 일상

 

나는 오늘도 행복하다.

70년 동안 전세계의 겁박과 억압에도 굴종함이 없이 당당한 겨레의 심장이 동해의 물보라처럼 서해의 잔잔함처럼 유유한 모습으로 전세계인 앞에서 당당하게 세계 최강대국이라는 미국과 소련, 중공 그리고 영국과 프랑스로 대표되는 유엔이라는 조직폭력 집단의 무력 앞에서 당당하게 그들이 갈라놓은 삼팔선 조국의 심장이 가장 역동적으로 맥박치는 비무장지대 판문점에서 갈라진 조국의 지도자인 문재인 대통령의 손을 잡고 의연하게 섰던 모습을 볼 수 있었기 때문에,

나는 오늘도 행복하다.

바로 그 자리에 세계 최고무력의 미합중국대통령이며 오늘날 가장 무자비한 자유를 누리고자 종횡무진 자국의 이익 앞에서만 당당한 도널드 트럼프에 손을 맞잡고 당당하게 세계인 앞에서 고하던 우리 겨레의 위상을 보여주던 남과 북의 두 지도자를 볼 수 있어서,

그러나 나는 불행하다.

갈라진 조국의 역사 앞에서 자본주의 = Capitalism에 종속되어 아비가 아비를 몰라보고 아비가 자식을 몰라보고 자식이 부모를 몰라보고 이웃이 이웃을 몰라보고 동족이 동족을 몰라보는 이 저열한 사회적 풍속을 받들고 살아가는 이 천한 세상에 자유와 풍요가 너무나 서럽고 서러워서,

아, 나는 불행하다.

오늘 대전광역시 대덕구 덕암동 신탄진 톨게이트 앞에 있는 행복한마을 아파트 동대표회장 이병국이라는 이 병든 나라에 살아가는 천박한 국민 한 사람을 바로잡아주지 못하는 사회와 이웃 앞에서 나는 참으로 불행하다. 그는 내가 출근하고 이틀째 되던 날 새로 취직한 행복한마을아파트 관리사무실 소장실에 찾아와 나의 이력서를 앞에 놓고 불렀다. 그리고 하는 말 이력서에 사진을 보니까 이런 일 하게 안 생겼는데를 세 차례나 언급하더라. 나는 그대로 면상을 갈기고 싶었으나 나의 소중한 꿈을 위해 꾹 꾹 눌러 참았다. 그때만 해도 그놈이 이리 천박한 놈인줄은 몰랐다. 며칠이 지나고 아파트가 두세 채 된다는 둥 할 때도 이리 천박한 줄 몰랐다. 내가 호적상으로 두살 줄어든 나이 말고는 나이도 실제로는 동갑내기인데 자식이 참 까분다 싶었지만 그래도 용서할 만한 이 한국 사회에 병든 자라고만 생각했다. 그러나 가면 갈수록 보면 볼수록 아니구나, 아니야.

아, 그래도 나는 행복하다.

오늘은 8월 10일 밤이다. 내가 이병국을 똑바로 잡아보자고 그리고 어려운 처지에 가족을 살리고 이웃을 살리고 사회를 살리는 자식을 키우고 부모를 모시고 국가에 성실한 납세자로 살아가는 동료들을 생각하며 팔 걷어붙이고 24시간 근무하고 퇴근하는 아침 한 시간씩 일인시위로 왜, 내가 일터에서 왕인지 가르치는 교육장에서 눈코빼기도 안 비치며 숨어버린 천하고 가난한 자의 양심을 살피느라 씁쓸한 이날에 함께 밤을 새우는 근무자들께서는 음료와 김밥을 싸들고 거기에 자신들이 한입 두입 소화를 시켜 몸을 살필 과일까지 얹어들고 와서는 내게 내밀며 위로해준다. 그런 나는 얼마나 행복한가?

아, 그래도 나는 또 불행하다.

한 사람의 남편이고 또 몇 사람의 애비일 사람을 불편하게 하고 있으니, 혹은 남의 집에 귀한 자식일 그 놈이고 남의 집 귀한 조카이거나 형제 혹은 친척일 그 놈을 혼내주기 위해 불편하게 하고 있으니 참으로 불행한 일이구나. 그래 나는 원하지. 사람의 입으로는 귀한 말씀을 하게하고 사람의 입으로는 영양이 넘치는 맛난 것을 드시게 하고 사람의 입으로는 향이 나지는 않더라도 귀한 소식을 전하는 입이 되게 하고 그렇지 못하다하더라도 그 사람의 입으로 남을 불편하게 하거나 남의 이익을 훼방하거나 남의 이익이 침해받지 않게 해야한다는 거,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냥그냥 살펴만 보아도 될 일에 감 나라, 배 나라하며 갑질을 하는 입은 되지 않게 살아야 하건마는 그런 자를 보면 앞뒤 분간 못할 분노로 사람 아닌 개가 되어 아니 그 중에서도 불독이되어 물어뜯고 물어서 이빨자국을 깊게 하여 사생결단으로 응징해야함을 참으로 안타깝게 여기는 것이다.

아, 모자라다. 이 자존심 없는 사반세기를 넘긴 인생아! 너는 어찌하여 타인의 행복을 좀먹고 타인의 가정에 행복에 독버섯이 되어 살아가는 악마가 되었는가? 아, 행복한마을아파트에 그가 살고 있다. 나는 그를 보고 있다. 이도 저도 불행이구나.

이쯤에서 다시 본다. 조선의 아들인 김정은은 이제 35세다. 나나 너보다 스무 살이나 어린 그가 세계 최강대국의 대통령이고 그 어떤 두려움도 없는 재벌인 도널드 트럼프 앞에서도 저리 당당한 기개로 살건만 나는 어찌 너는 어찌 조선의 피를 받은 아들이라 하겠느냐?

아, 행복한 반도삼천리통일공화국의 그날에 너는 대체 무어라 세상을 노래할 것이냐? 고작 집 두세채 가졌다고 일터에서 굴욕을 견디며 살아가는 몇몇 가장들과 어머니들을 업신여기며 밥그릇을 엎으려고 하고 또 밥그릇에 엉겨 붙은 쌀 몇톨 같은 휴가비 떼어먹고 주니마니 하느냐? 아, 다시 또 천박한 그 옹졸함에 슬픔이 넘치는구나. 아, 잔인한 세월이다. 개벽을 한들 무엇하고 나이가 들어 살아본들 뭐할 것이냐? 이 가련하고 불쌍하고 거지같은 인생아. 가진 것이 대수로운 것이 아니라 줄 것이 있는가? 그것을 보아라. 너는 그 무엇도 줄 것이 없구나. 오로지 타인을 괴롭히며 너의 존재감을 인정받자고만 발광할 뿐, 그러나 그러면 그럴수록 초라하고 볼 것 없이 추락하는 너의 불쌍한 영혼을 어쩔 것이냐?

부디 개과천선하여 바른 입이 갈 길을 가며 세상을 밝히는 입을 세상을 밝히는 말의 주인이 되기를...!

[편집자 주] 김형효 시인은 1997년 김규동 시인 추천 시집 <사람의 사막에서>로 문단에 나왔다. <사막에서 사랑을> 외 3권의 시집을 냈다. 산문집 <히말라야, 안나푸르나를 걷다>, 한·러 번역시집 <어느 겨울밤 이야기>, 2011년 네팔어, 한국어, 영어로 네팔 어린이를 위한 동화 <무나 마단의 하늘(네팔 옥스포드 국제출판사)>외 2권의 동화도 출간했다. 네팔어 시집 <하늘에 있는 바다의 노래(뿌디뿌란 출판사}>도 출간했으며 현재 한국작가회의, 민족작가연합 회원이다.
 

편집 : 양성숙 편집위원

김형효 주주통신원  Kimhj00000@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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