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 천하보다 귀한 내 생명!

2019-09-30     지정부 주주통신원

우리나라는 불행하게도 OECD 국가중 자살률 1위라는 불명예를 안고 있다. 통계청이 최근 발표한 2018년도 자살사망자가 1만 3,670명으로 전년비 9.7%가 증가해 통계작성 후 최고를 기록했다고 한다.

하루에 37.5명이 하나 밖에 없는 생명을 스스로 끊는 비극의 주인공이 된 것이다. 특히 10대의 자살률이 22.1%나 증가해 전년비 전 연령층을 통틀어 가장 높았으며, 이 중 여성 청소년의 자살률이 66.7%나 폭증해 눈길을 끌었다. 또 괄목할만한 점은 40대(13.1%), 30대(12.2%) 순으로 10대의 다음을 잇고 있는데, 이는 학업, 진학 문제(10대)와 경제적 문제와 가정생활 문제(3,40대) 등으로 심리적 불안을 겪는 이들에게 영향을 줘 극단적 선택을 하게 된 것으로 추단했다.

복지부 장영진 자살예방정책과장은 “보통 사업이 망하는 등 갑자기 소득수준이 낮아진 경우 자살에 영향을 줄 것이라는 인식이 있지만, 이번 조사 분석 결과 소득수준이 계속 최하위에 머무른 경우 자살률이 가장 높았다”며, “경제적 어려움이 자살의 주요 원인"이라는 사실이 데이터를 통해 입증된 것이라고 말했다. 이는 곧 경제적 궁핍이 자살 충동과 밀접한 연관성이 크다는 사실이 처음으로 입증된 셈이다.

지금 우리나라는 세계 11위 경제대국 운운 하고 있다. 그런데 3,40대의 한창 활동할 연령층이 경제문제로 자살을 택하는 비율이 높은 데는 높은 GDP 수준에도 그 경제력의 불공정 독과점이 큰 원인으로 빚어낸 비극이라고 판단된다. 또 한 가지 원인은 전 교육과정에서 인생관, 가치관, 역사관 등의 교육부재가 유도해 낸 결과도 한 몫을 하고 있다고 보아진다. 그래서 국민행복지수가 저 아프리카 미개 민족들에 비교해도 큰 폭으로 벌어지는 현상을 볼 수 있다.

성경에는 “인간의 목숨은 온 천하보다 귀하다”고 생명의 존엄성을 강조하고 있다. 불교에서도 하찮은 미물의 생명까지도 귀중히 여기라고 말한다. 과거 유교의 가르침에도 우리의 몸은 물론, 머리털까지도 부모로부터 받은 귀한 것이니 소중히 간직하라는 말에, 상투를 꽂아 틀고 살아 왔었지 않는가. 사실 ‘나’라는 존재가 얼마나 귀한 존재인가를 한 번 따져 보자. 이 생명의 탄생부터가 신비하기만하다. 내 부모의 사랑의 감성이 최고조에 달했을 때, 아버지의 몸을 떠난 2~3억 마리의 애기씨가 무서운 속도로 경쟁을 벌인 끝에 우승자가 어머니의 씨알에 착상하여 탄생한 게 내가 아닌가. 이 내가 얼마나 대단한 존재인가 말이다.

누군가는 “자살 충동을 느낄 때 새벽에 남대문시장에 나가 보라!”고 강권했다. 또 누군가는 “자살도 용기가 있어야 한다. 그 용기로 새로운 삶을 개척해 나가라! 반드시 승리하리라.”고 역설한다. 또한 프랑스의 소설가 오노레 드 발자크는 “인생에 불행이 없을 수는 없다. 거기서 좌절을 해선 안 된다. 불행을 행복으로 바꾸는 역발상(逆發想)을 일으켜 나가면 새로운 희망이 솟아나리라”고 말했다.

자살자는 이런저런 역경에 부닥칠 때 삶의 희망을 잃고 좌절하는 데에 연유한다. 내가 아는 친구는 세 번에 걸쳐 자살 시도를 했으나 실패하자, “나를 이렇게 살려 주신 건 뭔가 신의 뜻이 있으리라”고 깨닫고 생의 푯대를 돌려 목사가 되어 크게 성공한 사람이 있다. 자살행위는 자기를 낳고 길러 주신 부모에 대한 최대의 저항이며, 우주 질서를 주관하는 절대자에게 도전하는 가장 큰 범죄이다. 옛 속담에 “호랑이에게 물려 가도 정신을 놓지 마라”는 말이 있다. 그러면 살아난다는 뜻이다. “죽어도 정신만은 잃지 말자”는 말을 하고 싶다.

▲ 양천구 노인복지관 건너편 길거리 공원 정자에서 가끔 보는 사람. 쓸쓸히 벤치에 누워 있거나 웅크리고 있다.

투신자살 사건이 많이 발생하는 서울 마포대교에는 ‘자살예방상담센터’가 있다고 들었다. 거기엔 상담 전화기가 있고 자살포기 권고문도 붙어 있다고 한다. 그래서 자살하고자 거기에 왔다가 전화 상담을 하고 돌아서서 새로운 삶을 개척한 모범 사례들도 있는 것 같다. 내 생각엔 이런 상담센터를 동 자치센터 외에도 동 단위로 교회나 사찰, 공공기관 등에 3,4개처를 만들어 운영하면 좋겠다는 생각이다. 그리하면 자살자의 90% 이상이 자살경고(대인기피, 주변정리 등)를 약 3개월 이내에 보이기 마련이라고 하는데, 가까이서 지내면서 살펴보는 사람이 있다면 사전에 그 징후를 발견해 소중한 생명을 구출하는 데 도움을 주는 케이스도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정대훈 서울여대 사회복지학과 교수는 한창 일할 나이인 3,40대의 자살률 급증 원인을 “대규모실업과 지역경제 침체 탓에 가정경제가 무너진 주요 원인으로 보인다.”면서 “단순한 실업급여 지급이 아닌, 재취업 지원 등 가정 경제가 회복되도록 하는 방식의 사회적 안전망이 구축되어야 한다”고 분석했다.

우리 사회가 언제부터인가 황금만능, 재물지상, 쾌락주의가 만연해 삶의 가치가 왜곡된 현상이 사회 곳곳에 팽배하고 있다. 주 요인이 도의교육 등 정신교육의 부재가 오늘의 이런 현상을 초래한 주 원인이 아닐까 생각해 본다. 고리타분한 얘기이지만 이제라도 옛 어른들의 ‘지족 상락(知足常樂), 안빈낙도(安貧樂道)’의 가치개념을 어려서부터 심어 주고 훈련하는 방향으로 교육부터 지향했으면 하는 것이 나의 바람이다.

편집 : 심창식 편집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