딸나무와 아들나무
나무를 심읍시다
신神들 중에서 으뜸 신은 조상신이요, 조상신 중의 으뜸신은 안방신 삼신할매요, 부엌신 조왕신이 아닐까 한다. 조상신이 계셔야 우리가 존재할 것이요, 삼신할매가 계셔야 우리가 태어날 것이며, 부엌신이 계셔야 우리가 먹고 살 수 있기 때문이다. 우리의 가신家神들께 감사드린다.
조상들의 지혜를 잠시 엿보고자 한다. 우리 선조들은 여자아이가 태어나면 여자나무로 오동나무를 심었다. 딸이 시집갈 때 대표 혼수품인 장롱을 비롯한 가구를 만들 준비를 탄생과 함께 하였던 것이다. 또한 남자아이가 태어나면 남자나무로 잣나무와 소나무를 심었다. 이 세상을 하직하고 저 세상으로 갈 때 쓸 관의 재목나무를 탄생과 함께 심었던 것이다. 조상들께서는 태어남과 동시에 제 2의 탄생인 혼인과 제 3의 탄생(환생)인 사후의 세계로 가는 죽음을 준비했으니, 삶에 대해 경건하지 않을 수 없었던 것이다. 모든 생명체들에게 탄생-삶-죽음으로 주어진 명령을 바로 관조했던 것이다. 선조들의 혜안과 삶에 대한 시각을 엿볼 수 있다.
나무는 만 생명들의 근본이요 양식이다. 나무만큼 이로운 생명체가 또 있을까? 물이 생명의 원천이라고들 하지만 나무는 원천일 뿐만 아니라, 우리를 먹이고 키우며 죽음까지도 함께 한다. 사람이 태어나 할 수 있는 일 중에 가장 보람된 일은 무엇일까를 생각한다. 한 그루의 나무를 심는 일이 아닐까? 산이 푸르러야 강도 푸르고, 강산이 푸르러야 모든 생명들도 푸를 수 있기 때문이다. 푸르다는 것은 생명들이 활기차게 살아간다는 것이 아닌가?
나무는 인간뿐 아니라 모든 생명을 낳고 키우고 잠재운다. 또한 나무는 만물들의 식의주(食依住)이다. 우리는 나무가 있기에 먹고 입고 거주할 수 있다. 나무가 없는 지구를 생각해 봤는가? 우리 주위에 나무가 없다면 어찌 되겠는가? 한마디로 살 수가 없다. 나무는 모든 생명체들의 시종(始終)인 것이다. 한 사람으로 태어나 잘 살다 감에 대한 감사를 하고 싶은가? 한 그루의 나무를 심는 것이리라. 한 그루의 나무라도 심고 가자. 한 인간으로 태어나 일평생 살아가면서 지구환경에 대해 얼마나 많은 해악을 저질렀는가? 그 숱한 해악을 조금이라도 경감할 수 있는 일은, 그나마 나무 한 그루를 심고 가는 것이리라. 우리의 전통가요 중에 오동나무집 삼대三代란 노래가 있어 소개한다.
<오동나무집 三代> -이경재 작사/백영호 작곡/이미자 노래-
1. 오동나무 심어놓고 나는 빌었네.
큰 나무 되거든 사랑을 하기로
나무 잎이 떨어져도 변치 않기를
오동나무 바라보며 나는 빌었네.
그 많은 세월이 흘러갔는데
오동나무 말없이 지켜 주었네.
2. 오동나무 심어놓고 다짐한 맹세
비바람 불면은 흔들릴까봐
서러움이 밀물처럼 밀리어 와도
오동나무 바라보며 울지 않기로
그 많은 사연이 쌓이는 동안
오동나무 조용히 지켜주었네.
편집 : 양성숙 객원편집위원, 심창식 편집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