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사'와 '시오노 나나미'
2015-09-20 김유경 편집위원
70년대 중반에 고딩이었다. ‘한국사’가 아닌 ‘국사’를 배웠다. 국사는 외우기만 하면 백 점이었다. 그 단순함에 질려 교과서 밑에 <선데이 서울>을 놓고 열독했다. 당시 이 잡지는 범생들은 안 보는 대한민국 최초의 오락잡지였다. 최근 <한겨레>에 실린 '교과서 국정화 이렇게 본다-연쇄 인터뷰'를 보다가 그 시절이 떠올랐다.
[관련기사 보기] http://www.hani.co.kr/arti/SERIES/722/
1992년부터 시오노 나나미의 <로마인 이야기> 시리즈가 출간되었다. 동양인으로서 서양의 역사를 맛나게 풀어내는 그녀의 썰에 휩쓸려 잠을 줄였다. 로마사가 승자의 관점인 ‘하나의 역사’로 존재했다면 나올 수 없는 대작이었다. 오늘 읽은 <시오노 나나미의 리더이야기>도 국정교과서라면 없었을 사료들에 기초한 재해석이다.
국정교과서는 발상의 유연성을 아예 차단한다. 그녀의 견해를 따르면, 유연성은 1급 시민의 자질이자 1급 국방의 요건이다. ‘팍스 로마나’(라틴어: Pax Romana, 로마의 평화)는 다민족국가를 ‘패자동화노선’(로마가 전쟁에서 이긴 후 패자에게도 로마인과 같은 정치권리를 보장해주는 방식)의 철학으로 운영했기에 가능했다. 다양한 시선이 공존하는 ‘한국사’를 배워야 하는 이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