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문화 가정이 처한 입시문제
박정우 소수자 칼럼 - 2부
오늘날의 한국사회는 입시교육이 중심에 자리 잡고 있다. 청소년기에는 대학에 합격하기 위해 획일화된 학업에 총력을 가한다. 직업을 갖기 위한 취업활동과 전문적 지식을 쌓기 위한 사회적 소통을 하기 위해서는 고등교육기관 즉, 대학에 입학해야 하기 때문이다. 사회진출과 관련된 대부분의 기회가 대학으로부터 비롯된다는 사실은 사회구조의 문제이지만 부정할 수 없는 현실이다. 이러한 상황에서 복합적인 입시체계는 학업 외의 정보력의 싸움과 전문성의 필요를 강요하게 되었다. 이와 같은 요구들이 공교육과정에서 해결되지 않으니, 사교육시장은 더욱 성장하고 이에 교육 분야에서도 불공평한 기회, 이른바 교육격차 문제가 발생하는 것이다. 이처럼 환경에서부터 자본력과 정보력이 부족한 가정은 입시경쟁에서 도태되기 마련이다. 나아가 환경적응에서도 어려움을 호소하는 다문화 가정 학생들은 더욱 한국사회의 사각지대, 시작부터 소수자로 경쟁에 뛰어들게 된다.
다문화 가정은 환경적응, 생계곤란, 언어문제, 복지결여 등 여러 방면에서 사회적 결핍을 느끼고 있다. 이는 다문화 가정의 2세, 3세들에게도 그대로 전이되어 성장과정에서의 학업문제, 진로문제로까지 이어진다. 한국의 입시는 정시와 수시로 나누어지며 나아가 다양한 전형들로 이루어져 있다. 하나의 예시로 논술전형을 들자면 공교육과정에서 학습되지 않으며, 그렇기에 사교육 시장에만 의존하고 있는 상황이다. 이러한 구조 속에서 사교육비는 부르는 게 값인 실정이다. 더불어 각 학교마다 시험일정, 출제경향 등이 제각각이며 대학수학능력시험의 최저등급이 요구되어 정확한 대학입학처의 정보가 필요하다. 이는 한국 국적의 수험생들에게도 혼란스러운 요소이자 큰 부담이며, 경제적 측면에서도 또 하나의 불공평한 경쟁이다.
고질적인 문제 속에서 다문화 가정의 학생들은 소수자 중 소수자가 되는 상황이다. 다양한 현장에서 어려움을 호소하는 목소리를 들을 수 있었다. 지난달 일산 킨텍스에서 개최된 대한민국 교육 기부박람회에 모인 다문화 가정의 학부모들은 ‘정보 부족’을 호소하였다. 이러한 문제는 “먹고 사느라 돈 벌기에 바빠서 아는 게 없다"라는 주장으로 시작하여 커뮤니케이션망의 부재 그리고 소통의 부재 나아가 정보의 부재 결론적으로, 다문화 가정의 학생들이 공교육 하에서 정보를 얻기에 한정적이라는 결과이다.
이는 통계에서도 드러나고 있다. 2015 전국다문화가족실태조사 분석에 의하면 다문화 가정 자녀의 학교급별 취학률을 한국 국적의 학생들과 비교해 보았을 때 초등학교 0.9% p, 중학교 2.8% p, 고등학교 3.6% p로 큰 차이가 없지만 대학교의 경우 14.8% p로 현저히 낮아지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또한 대학의 사회배려자 전형과 고른기회 전형 선발인원도 전체 정원의 1~2%에 불과하여 경쟁률이 높다. 나아가 2019년 신입생 모집에서 다문화 가정 자녀 전형을 시행한 대학은 전국에서 9곳에 불과하다. 총 모집인원은 40명밖에 되지 않는다. 즉, 다문화 가정에서 겪는 어려움에 비하여 실질적인 수혜는 너무나도 적은 것이다.
양적조사와 더불어 실제 교육현장에서 다문화 가정 학생들을 가르치고 소통하는 교육자들은 이와 관련하여 어떠한 생각을 가지고 있는지 알기 위해 인터뷰를 진행하였다. 1년 넘게 다문화 멘토링이라는 프로그램에 참여한 멘토들에게 물었다. 학생들의 학업능력과 수준은 또래 한국학생들에 비하여 차이가 있었는가에 대한 질문에 멘토 남모씨(23)는 “모르는 수학문제를 가져오면 어떻게 푸는지 알려주기 전에 한글로 된 문제설명에 대한 이해를 먼저 시켜주어야 했다. 언어의 장벽이 높기에 뒤처지고 한국학생 수준에 많이 미달되는 모습을 보였다.”라고 밝혔다. 멘토 현모씨(26)는 “아이들 자체가 학업에 대하여 주눅이 들어있는 것 같다. 접근 자체부터 언어의 장벽에 막히니 시작조차 두려워하는 것 같다. 그러다 보니 자연스럽게 한국학생들과 격차가 벌어지는 것 같다.”라고 밝혔다. 더불어 특별히 어려움을 겪고 있는 점이 있는가에 대한 질문에 남모씨(23)는 “앞서 말했듯이 한국학생들에 비하여 학업능력의 수준이 많이 뒤처지고, 그 상태에서 경쟁에 뛰어드는 것이 학생들에게 큰 스트레스이자 걱정거리였다. 또한 가정형편이 어려운 학생들이 많아서 학비에 대한 걱정도 하고 있었다.”라고 밝혔다.
더불어 대학입시 전망에 대한 질문에서는 “솔직히 말하여 별로 좋지는 않을 것 같다. 좋은 대학을 가기 위해 한국의 학생들보다 몇 배는 더 열심히 해야 할 것 같다는 생각을 하였다. 다문화 가정의 아이들을 위한 입시제도가 있긴 하지만 소수로 한정되어 있고, 입학 후에도 수업을 이해하지 못하면 많이 뒤처질 것 같다.”라며 안타까움을 토로하였다. 같은 질문에 멘토 박모씨(22)는 “다문화 가정 학생들이 처한 상황은 단순히 교육에서만 국한된 것이 아닌 사회전반의 여러 문제에서 기인하고 있기에 생활 전반의 총체적인 도움과 관심이 필요하다. 이들은 교육뿐만 아니라 삶의 사각지대에 갇혀있다.”라고 강조하였다.
이처럼 현재 한국사회는 꿈을 이루기 위하여, 소통하기 위하여, 취업을 하기 위하여 대학입시라는 길을 강조하고 있지만 경쟁에 비하여 성공의 문은 좁고 시작점부터 다른 불공평 경쟁이 지속되고 있다. 이러한 교육행보는 다문화 시대가 시작된 한국사회에서 또 다른 악순환의 반복과 악영향을 야기할 것이다. 진정한 복지는 무성히 핀 꽃을 가꾸어주는 것보다 보이지 않는 곳에 시들어 가는 꽃을 찾고 물을 주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다문화 가정과 같은 어려운 환경에 처한 소수자들에게 시선을 돌려야 할 때이다.
편집 : 심창식 객원편집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