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론적폐의 온상 조·중·동은 기생물이지 숙주가 아니다

집권적 권력구조의 폐해에 부쳐

2021-05-03     최자영 주주통신원
사진 출처 : 2021-04-07 인터넷 한겨레

4.7재보선 2주일 만인 지난달 4.21일 문대통령이 박형준과 오세훈을 불러 오찬을 같이 했다고 한다(노컷뉴스, 2021.5.2.). 국힘당 신임 원내대표 김기현도 불렀는데 그 쪽에서 우선 사양했다고 한다. 조금 있으면, 윤석열을 청와대로 불러 오찬을 같이 할지도 모를 일이다.

앞으로 잘 해 보자고 하는 것이 딱히 나쁜 것이 아니다. 문제는 권력만 잡으면 그 많던 비리들이 슬그머니 자취를 감추고 수사조차 아예 미적거리거나 시작했던 것마저 접어버리는 것이다.  여기에 여야가 딱히 따로 가는 것도 아니다.

자칫 도독놈들에게 정권을 맡길 판이 되었다. 그 전례를 이명박에게서 볼 수 있다. 경제를 살린다고 해서 그 말만 믿고 전과가 있어도 막 뽑아주었더니 경제는 살리기는커녕 자기 주머니를 불리고 살리는 데 힘을 많이 썼던 것으로 드러났다.

이것이 대한민국에서 권력이 갖는 힘이다. 권력은 모든 비리를 은폐하게 한다. 해방 전 친일, 해방 후 친미에 편승하여 권력을 쥔 이들은 공권력을 개인 권력처럼 이용했고, 자신의 비리를 은폐하는 데 사용했다. 경우에 따라서 눈에 걸리는 이들을 ‘자살 당하게’ 하기도 한 것 같다.

이 권력의 집중은 식민지배는 물론 해묵은 독재권력의 잔재이다. 거기에 범죄는 묻히고 정치판이 범죄의 온상이 되었다. 거기에 기생하는 것이 언론이고, 검찰이고, 법원이다. 언론적폐와 사법적폐는 그 자체로서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기생물이다. 숙주는 독재권력의 잔재인 중앙집권이다. 그 중앙집권은 행정, 입법, 사법을 막론한다. 대통령, 국회의원은 물론이고, 시장에라도 당선되면, 그 많던 비리들이 쑥 들어가버린다. 그래서 너도나도 오직 권력을 쥐려고 몸부림을 친다.

윤석열이 대통령 후보로 나서고 있는 것도 같은 맥락에 있다. 대통령이 되든 안 되든 무관하게 대선후보를 자처하는 한, 언론이 매일같이 그의 지지율을 떠받치고 있는 한, 그 잠재적 위력으로 인해 윤석열은 형사범죄의 수사대상이 되지 않을 것이다. 아니, 오히려 청와대 오찬에 초청받을지도 모른다. 박형준, 오세훈처럼 말이다. 수사를 하지 않았으니 이들이 범죄자라는 말은 할 수가 없으나, 적어도 혐의는 받고 있는데도 말이다.

분명히 혐의가 있는데도 당선만 되면 다 묻혀버리고 오히려 청와대 오찬 초대를 받는 것을 보면서, 여전히 정직하게 살 사람은 드물 것 같다. 너도나도 다 비리를 범하고 돈을 모아서 정치를 하고 당선이 되는 데 혈안이 될 것 같기 때문이다.

그러나 정치는 상식을 벗어나서 이루어져서는 안 된다. 정치는 정치가들이 이른바 ‘정치적 논리’로 하는 것이 아니라, 민초의 뜻과 상식에 따라서 이루어져야 한다. 범죄 혐의가 있으면, 지위 고하를 막론하고 수사를 해야하고 그에 상응하게 처벌되어야 한다. 그러나 대한민국의 현주소는 그렇지 못하다.

비리의 숙주인 집권적 권력구조를 개선하지 않으면, 그에 기생하는 언론적폐의 조·중·동은 물론 검찰, 법원의 사법적폐는 척결되지 않는다. 후자는 숙주가 아니라 더부살이 기생물이기 때문이다. 조·중·동을 척결의 목표로 삼는 것은 지엽적 부차적일 뿐, 구조적으로 발생하는 문제가 근본적으로 해결되는 것이 아니다. 윤석열이 옷 벗고 나갔다고 해서 썩은 검찰이 맑아지지 않은 것과 같다.

온갖 부패 비리의 숙주는 권력의 집중이다. 권력만 잡으면 모든 것이 묻힌다는 사실은 권력이 소수의 손에 집중되어 있기 때문이다. 다양한 의사가 반영될 수 없는 구조에 있기 때문이다. 집권의 대립항은 지역과 인적 요소로 구분해서 이해해야 한다. 지역은 수도인 서울 혹은 세종시가 되는 것이나 각 시, 도 등도 들어간다. 지역의 시, 도, 군까지도 중앙 권력과 국회의원의 그늘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인적 요소로서 위정자의 대항에는 민초들의 발언권, 풀뿌리 민주정치가 있다.

정치는 ‘잘난’ 사람들에게만 맡겨놓으면 안 된다. 그 ‘잘난’ 사람들이 이른바 ‘정치적 맥락’에서 상식을 벗어나 따로 놀기 때문이다. 그것을 시정하는 것은 상식을 가진 민초들이어야 한다. 부패가 판을 치 것은 민초들이 제 할 일을 게을리 하고 남에게 맡겨놓고 있기만 하기 때문이고, 또 공직자가 비리를 저질렀다고 하는데도 나서서 벌할 생각은 하지 않고, 그저 침묵하고 입 다물고 있기 때문이다. 오늘 공권력과 위정자들의 비리가 판을 치는 한국의 질곡은 결국 비겁하고 나태하고 눈 어두운 민초들 탓이다.

자신의 돈은 부정직한 사람에게 맡기려하지 않으면서, 공적인 나랏일은 곧잘 파렴치 전과가 있는 이에게 맡기곤 한다. 사실 이런 위험은 어제오늘 일이 아니라, 2,500년전 고대 그리스의 고명한 변론가 데모스테네스가 이미 지적한 것이기도 하다.

 

편집 : 심창식 객원편집위원, 양성숙 편집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