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수처의 진보교육감 수사! 국민 법 감정에 맞지 않다

2021-06-02     하성환 객원편집위원

전교조 해직교사 특별채용을 문제 삼아 공수처가 전격 진보교육감을 수사 대상 1호로 삼았다. 범죄가 아님에도 마치 범죄를 저지른 양, 수사 대상으로 삼은 것이다.

공수처가 있는 과천 정부 청사 입구에서 공수처를 규탄하는 시민들이 피켓을 들고 있다(출처 : 서울교육지키기 공동대책위 제공)

그리고 5‧18 광주민중항쟁 첫날 수사관 20명을 투입해 무려 10시간 넘게 진보교육감을 압수수색했다. 이를 계기로 일부언론들은 마치 진보교육감이 청년들 일자리를 빼앗은 것처럼 공정 프레임을 덧씌웠다. 도덕적으로 진보교육감에 흠집을 내기 위한 눈물겨운 시도로 읽힌다.

그런데 공수처는 공수처법 상 범죄 혐의가 있을 경우 수사를 진행할 수 있다. 조희연 진보교육감이 단행한 해직교사 특별채용은 교육감에게 위임된 권한 행사였을 뿐이다. 해직교사 특별채용을 검토해 보라고 지시한 것이 어떻게 권리행사 방해인가? 국가공무원법 위반 혐의로 경찰에 무리하게 고발한 감사원 감사 결과에도 그런 내용은 전혀 없다.

한 마디로 공수처는 범죄가 아님에도 범죄로 단정 짓고 수사에 들어간 것이다. 그런 측면에서 정치적인 수사의 냄새가 짙다. 공수처는 범죄를 저지른 고위공직자를 수사하고 기소하라고 만든 독립된 준헌법기구이다.

독립된 행정기구로선 국가인권위원회와 위상이 비슷하다. 오히려 구속력을 갖고 권력을 행사할 수 있다는 측면에선 국가인권위보다 훨씬 막강하다. 범죄를 저지른 검사, 판사, 경무관급 이상 비위경찰 공무원을 직접 수사하고 기소할 수 있기 때문이다. 만일 그렇게만 해준다면 우리 사회가 얼마나 말갛게 정화가 되겠는가! 공수처 탄생의 의의는 바로 거기에 있다.

과거 검찰과 사법부는 자신들의 범죄 행위에 대해선 범죄 아닌 걸로 은폐하거나 처벌하더라도 솜방망이 처벌을 해왔다. 그런 비리범죄에 대해서 공수처는 직접 수사하고 기소할 수 있어야 한다.

참여연대가 <공수처> 입법투쟁을 전개한 지 25년이 지나 올해 1월말 공수처가 출범했다. 공수처 탄생에는 2019년 9월과 10월 서초동 검찰청사 앞에서 연인원 수백만 명 촛불을 들고 검찰개혁을 강조하며 공수처 설치를 촉구하면서 가능했다. 정의를 열망하는 촛불의 민심이 공수처를 탄생시킨 것이다. 2019년 9월 28일 교대역에서 서초역 대로를 가득 메운 시민들.(출처 : 하성환)

바로 공수처의 탄생에 촛불의 뜨거운 열망이 담겨져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공수처는 범죄혐의가 짙은 검사나 판사가 아니라 뜬금없이 진보교육감을 제물로 삼은 것이다. 그것도 전교조 해직교사를 특별 채용한 걸 물고 늘어졌다. 공수처 수사 대상 1호로 삼기엔 적합하지 않다는 것이 절대 다수 국민들 법 감정이다.

더구나 전교조 해직교사 4명은 과거 이명박-박근혜 정권 시절 불의한 국가권력에 의해 탄압 받고 억울하게 해직된 분들이다. 따라서 잘못된 과거사를 바로 잡는 차원에서, 그리고 무너진 교육정의를 바로 세우는 차원에서 해직교사 특별 채용은 지극히 정당한 행정행위였다. 그것이 촛불정부, 촛불 정신에 합당한 일이다.

그럼에도 특별채용 과정에서 일부 언론은 전교조 해직교사 심사를 맡았던 심사위원이 해직교사와 공동으로 책을 발간하는 등 사전에 인지된 것처럼 몰아갔다. 마치 특별채용이 불공정 담합의 결과인 양 강렬한 뉘앙스를 풍기는 뉴스 보도였다.

그러나 특별채용 과정은 사전 공개적으로 공지했을 뿐 아니라 채용과정이 블라인드 방식으로 처리되었다. 역대 공정택-문용린 보수교육감 시절에도 없었던 공개성과 투명성을 한층 높인 보기 드문 선례였다.

감사원 앞에서 진보교육감 표적감사에 항의하는 피켓 시위 장면(출처 : 서울교육 지키기 공동대책위 제공)

감사원 감사에서 경찰에 고발한 혐의처럼 부교육감-교육정책국장-중등교육과장을 결재라인에서 배제한 것은 특별 채용을 위한 부당한 지시가 아니었다. 오히려 혹시나 모를 결재라인의 부담을 덜어주기 위한 진보교육감의 속 깊은 배려였다. 그런 점을 감사원이 왜곡하여 경찰에 고발했듯이 공수처 또한 왜곡하면 안 된다.

채용 절차상에 부족함이 있었다면 절차 보완을 지적할 일이지 경찰 수사나 공수처 수사로 범죄시 할 사안이 아니지 않는가! 그것은 공수처답지 않기 때문이다.

촛불의 열망으로 어렵게 탄생한 공수처가 모쪼록 시대의 책무를 저버리지 않기를 소망한다. 불의한 권력기관을 견제하고 범죄를 저지른 검사와 판사를 충실히 수사하고 기소하는 것이 공수처의 사명임을 망각하지 말아야 한다. 국민 법 감정을 존중하는 공수처로 거듭나길 촉구한다.

편집 : 하성환 객원편집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