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재동의 그림과 나 [78] 중1의 선견지명

2023-01-03     박재동 주주

집짓기
아버지, 어머니가 부지런하고 친절하게 만화방과 풀빵, 도넛, 팥빙수 장사로 손님이 들끓으면 반드시 주인이 우리를 쫓아내었다. 세 번째 쫓겨날 땐 동네 어머니 친구들이 돈을 빌려주어 땅을 사서 집을 지었다. 우리 할매의 평생 소원이던 기와집을 아버지가 지으신 것이다. 막내 명이가 제일 좋아했다. 동네에 하나뿐이었던 화장실이 집에 있었기 때문이다. 나는 가끔 아버지 어머니가 한 장 한 장 벌어 올린 기왓장 위에 서서 벅차게 사방을 바라보곤 했다. 한 편 당시 나는 위의 판박이 같은 것을 모아 두는 취미가 있었다. 이런 것들은 시간이 가면 반드시 귀해진다는 선견지명이 있었기 때문이다.
(중1 경)

 

편집 : 양성숙 편집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