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서부 협곡 구경 6. 절경 바위 호스슈 벤드(Horseshoe Bend)
‘호스슈 벤드‘는 글렌 캐니언 국립 휴양지(Glen Canyon National Recreation Area) 내에서 가장 유명한 명승지다. 콜로라도강이 구불구불 돌면서 말굽 모양의 깍아지른 절개지를 만들었다. 연간 200만 명 이상이 방문한다고 한다.
경북 예천에 있는 명승 '회룡포'가 생각난다. '회룡포'는 낙동강 지류인 내성천이 350도 휘돌아 나가면서 쌓인 모래가 누적되어 만들어진 농촌 마을이다. ' 엄마야, 누나야, 강변 살자 뜰에는 반짝이는 금모래 빛'이라던 고운 금모래 은모래가 가득했던 '회룡포'. 이명박 4대강 사업이 할퀴고 간 '회룡포'는 지금 어떻게 변했을까? 궁금해진다.
600만 년 전 '호스슈 벤드' 주변은 해수면에 가까웠다. 콜로라도강은 평평한 범람원이 있는 구불구불한 강이었다. 600만 년 전과 500만 년 전 사이 콜로라도고원이 약 900m 융기했다. 고원의 융기는 '나바호 사암'(Navajo Sandstone)을 위로 끌어올렸다. 사암 표면은 휘어졌고, 산들은 솟아올랐고, 바위는 파도처럼 뒤틀리고 물결쳤다. 이 융기로 콜로라도강의 경사가 심해졌다. 구불구불한 강길이 막혔다. 융기의 힘과 합쳐진 콜로라도강은 고원을 빠르게 깎아 깊은 협곡을 만들었다. 이 기간에 폭우가 쏟아지면서 고원을 질러 가는 물의 양도 급격히 증가했다. 갇혔던 강물이 급하게 내려가기도 하고, 융기된 사암층을 뚫고 나가기도 하면서 '레인보우 브릿지'나 '호스슈 벤드' 같은 절경 바위를 만들었다.
'호스슈 벤드'는 '나바호 네이션'과 미국의 영토가 함께 있는 지역이다. '호스슈 벤드'와 콜로라도강 일부는 글렌 캐니언 국립 휴양지(애리조나 영역)의 일부다. '호스슈 벤드' 전망대로 이어지는 탐방로 북쪽 땅과 주차장은 애리조나 ‘페이지’ 시 소유다. 탐방로 남쪽 땅과 산책로 및 전망대는 '나바호 네이션' 소유다. 관할권이 혼합되어 있다. 다행히 돈 받는 곳은 '페이지' 시에서 운영하는 주차장 한 곳뿐이다.
주차장인 탐방로 기점에서 전망대까지는 왕복 2.4km의 사막 길을 걸어야 한다. 길은 평탄하지만 그늘이 거의 없어 여름에는 햇빛이 강할 듯 싶다. 전망대에 가면 가파른 절벽 건너편에서 굽이쳐 흐르는 강물에 몸을 맡긴 '호스슈 벤드'와 만난다. 전망대는 해발 1,300m이고 콜로라도강은 해발 1,000m다. 콜로라도강은 나바호 사암을 270도 뚫고 지나가면서 강바닥에서 약 305m 높이의 말굽 바위를 만들었다.
2018년 안전을 위해 철제 울타리를 쳤다. 사람들이 가장 많이 모이는 전망대에만 울타리가 있다. 전망대를 벗어나면 어디에도 울타리가 없다. 무책임하다고 생각할 수도 있는데... 자연을 최대한 있는 그대로 보존하려는 뜻일 거다. 이곳은 사암 지형이다. 사암 가장자리는 불안정하여 잘못 딛으면 미끌거리거나 부서질 수 있다. 울타리가 쳐진 전망대를 벗어난 방문객들이 특히 주의를 기울여야 하는 이유다. 가끔 절벽 아래를 구경하다 추락하여 사망했다는 기사가 나기도 한다. '당신의 안전은 당신의 책임입니다'란 말이 또 생각난다.
'호스슈 벤드'를 휘감아 돈 콜로라도강이 14.5km 가면 '리스 페리'를 만난다. 드디어 콜로라도강이 '마블 캐니언'을 지나 '그랜드 캐니언'의 품 안으로 들어가는 지점이다. '그랜드 캐니언'은 다음 편에....
'호스슈 벤드'에서 찍은 사진으로 영상을 만들었다.
전날 밤 교통사고가 나는 꿈을 꾸었다. 아무래도 께름직해서 아이들에게 말하고 운전 조심하자고 했다. '호스슈 벤드'에서 숙소로 가는 길은 넉넉잡아 3시간 정도 걸린다. 좀 이른 시간인 4시 넘어 '호스슈 벤드'에서 출발했으니, 환할 때 도착할 수 있을 거로 생각했다. 89번 국도를 쭉 타고 가다가 40번 고속도로로 갈아탄 후 지방도로는 잠깐 타는 거라서 안전 운전만 하면 되니까... 크게 걱정하지 않았다. 도중 멋진 전망이 있는 두 곳도 짧게 들렀다.
앤털로프 캐니언 탐방 예약 시간에 맞추려 새벽에 출발해서 그런지 차에서 잠이 쏟아졌다. 한참 자고 일어났는데 창밖이 뿌옜다. 소나무 가득한 멋진 산을 넘어가는 것 같은데 주변이 온통 안개로 자욱했다. 한참 흐리다가 눈발이 날리기 시작했다. 점점 눈발이 세졌다. 날은 어두워져 갔다.
서행 운전하다 '그레이 마운틴'을 막 지나 잠시 슈퍼에서 쉬었다. 그간 사위가 운전했는데 거기서부터는 아들이 운전대를 잡겠다고 했다. 캐나다에 살기 때문에 눈 올 때 운전 경험이 더 많다는 이유였다. 그 후부터 가는 길은 무시무시했다. 눈은 더 펑펑 쉴 새 없이 내렸다. 완전히 깜깜해졌는데 가로등도 거의 없어 앞차의 바퀴 자국을 따라 달렸다. 89번 국도에 차들이 점점 사라졌다. 차 바퀴 자국도 눈으로 덮여 사라졌다. 제설이 전혀 되지 않아 어디가 길인지 분간하기 어려웠다.
아들은 대형 트럭을 따라가는 길을 택했다. 트럭의 깜박거리는 후미등을 따라 멀다 싶을 정도로 거리를 두고 천천히 따라갔다. 다행히 트럭이 수호천사같이 우릴 인도해 주었다. 트럭은 앞에서 천천히 달렸고, 옆에서 끼어드는 차도 없었다. 그저 빙판에 우리 바퀴가 미끄러지지만 않으면 됐다. 운전에 방해가 될까봐 모두 전방만 응시할 뿐 어떤 말도 할 수 없었다.
정적 속에서 2시간 갔을까? 드디어 40번 고속도로에서 지방도로로 갈아탔다. 언덕길이나 내리막길만 나오질 않으면 됐다. 다행히 차 한 대 없는 길은 평지 눈밭이었다. 바퀴가 겉돌기도 하면서 아주 천천히 기어가듯 운전해서 새 숙소를 찾았다. '하느님 감사합니다. 조상님 감사합니다' 말이 절로 나왔다.
나중에 아들이 "스노타이어도 아닌 데다 타이어 상태도 별로 좋지 않았어. 왔다 갔다 움직이는 운전대를 꽉 잡고 얼마나 긴장하며 달렸는지... 나도 그렇게 무서운 눈길 운전은 처음이었어" 했다. 세상에나~~~ 다음 날 뉴스를 보니 그 길이 난리였다고 한다. 교통사고가 너무 많이 발생해서 도로를 통제했다고 한다. 그래도 우린 좀 일찍 길을 나선 덕에... 서행 안전을 해준 사위 덕에.... 죽느냐 사느냐의 사투 운전을 해준 아들 덕에.... 무사했다. 고마울 뿐이다.
참고 사이트: 위키 백과
참고 사이트 :https://www.nps.gov/glca/planyourvisit/horseshoe-bend.htm
참고 사이트 : https://www.nps.gov/glca/learn/nature/geology.htm
편집 : 김미경 객원편집위원, 심창식 편집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