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먼저 남을 근심하고 난 뒤에 즐겨라 -

2024-08-07     정우열 주주

며칠 전 내가 회장으로 있는 '초희와 민서의 꿈'(허난설헌 흠모 모임) 카톡방에 중국 상해 푸탄대학 석좌 교수로 가있는 우리 회원 이백(李白, 李英白교수 : 물리학자이며 소설가)으로부터 다음의 시(詩)가 올라 왔다.

  近水樓臺先得月
  向陽花木易爲春

그러면서 그는 다음과같이 첨언(添言)했다.

"어제 푸탄대 중국 교수와 중국과 한국 정치 이야기하다 배운 송나라 소린(蘇麟)의 시 가운데 중요 부분을 보내드리겠습니다.  회장님이 더 멋있게 해설해 주실 거로 보여 그냥 시만 보냅니다"

그러고보니 이교수가 은근히 내게 압력을 주는 듯했다. ㅎㅎㅎ

바로 답글과 함께 해설을 올렸다.

허~허~
이백이 '先憂後樂'(먼저 근심하고 뒤에 즐겨라)을 말하시는군요!

그래요, 이 시는 <淸夜錄>에 나오는 송나라 때 소린(蘇麟)의 시예요.

글자 그대로 풀이하면 "물가에 있는 누각에서는 먼저 달을 볼 수 있고(近水樓臺先得月), 햇볕을 향한 꽃나무는 쉽게 봄을 맞이할 수 있다(向陽花木易爲春)"는 뜻이예요.

여기서 '近水樓臺 先得月'은 권력을 가진 사람들에게 접근해 덕을 보려는 것을 비유한 것입니다.

<淸夜錄>에 보면 중국 북송 인종 때 학자이며 정치가인 범중엄(范仲淹,989-1052)은 사람이 겸손하고 아랫사람들과도 격의 없이 잘 어울려 많은 사람의 존경을 받았다 했습니다.

범중엄이  지금의 중국 항주 (杭州) 인근 전당(錢塘)에서 지주(知州:지방 장관)으로 근무할 때입니다.

잠깐! 여기 '錢塘'은 바로 얼마 전에 세정 이정화 시인이 올린(7월24일) 시흥 관곡지 그 '錢塘紅'입니다. 당시 강희맹이 항주 錢塘에서 가져와 부쳐진 이름입니다.

시흥 관곡지 연꽃(출처 : 정우열)

각설하고 

그때 범중엄은 인근 관리들 가운데 인재를 조정에 추천해 적재적소에 쓰일 수 있도록 도왔습니다.

헌데, 어느날 외지로 순찰을 하느라 범중엄의 눈에 들지 못한 소린은 뛰어난 재주가 있음에도 오랫동안 외지에 나가 있었기 때문에 발탁되지 못했습니다.

외지에서 돌아온 소린이 어느날 범중엄을 만나서 바로 위의 시를 지어 올렸습니다.

범중엄이 이 시를 읽고 크게 깨우쳐 그를 천거하고 그의 유명한 <岳陽樓記>에 "천하의 근심을 먼저하고, 세상 사람들이 모두 즐거워 한 뒤에 즐거워 하여라"(先天下之憂而憂, 後天下之樂而樂歟)라고 하였습니다.

난 대학 때 청명(靑溟) 임창순(任昌淳) 선생님으로부터 <岳陽樓記>의 이 '先憂後樂'을 들으며 얼마나 가슴이 뛰었는지 모른다. 지금도 마찬가지이다.

그럼, 우리나라에서  近水樓臺'는 요즘 어딜까? 바로 용산 대통령실! 
그럼, 向陽花木은? 금수저, 아빠 찬스!

이백, 해설이 제대로 됐소?!
ㅎㅎㅎ

왠지, 마음이 씁쓸했다.

나만의 생각일까!

 

2024. 8. 7.

김포 여안당에서
한송 늙은이가

 

편집 : 하성환 편집위원